전출처 : 로쟈 > 커밍아웃의 윤리

15년 전에 쓴 글이다. 그런 일이 있었던가 싶고, 이런 글들을 썼던가 싶다. 15년만 되도 그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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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시간정치‘라는 부제 때문에 주목하게 되는 책은 김학선의 <24시간 시대의 탄생>(창비)이다. 저자는 국제지역대학원의 한국학 전공자이고 책은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 ‘시간정치‘라는 개념에 끌린 건 지난해 나온 엘리자베스 코헨의 <정치는 어떻게 시간을 통제하는가?>(마티)가 생각나서다. 여차하면 서평강의에서 다루려고 했던 책이다. 먼저 코헨의 책에 대한 소개.

˝이 책은 시간이 민주적 합의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정치 행위자들이 권리를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대단히 중요한 ‘재화’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가 시민들의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규범적 분석을 통해 국가가 일부 사람들의 시간을 남용하고 차별하는 경우, 시간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사람들이 겪는 시간적 불평등에 주목한다. 이 책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시간이 가지는 의미를 새로이 생각해보게 해줄 것이다.˝

‘시간의 정치적 가치와 불평등에 관한 분석‘이라는 부제가 주제와 문제의식을 잘 집약하고 있다. <24시간 시대의 탄생>은 좀더 실제적이고 역사적인 연구다.

˝1980년대의 시간정치를 분석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시간이 사회발전과 자기개발을 위한 대상이 되는 과정, 즉 신자유주의적 시간의 기원을 탐색하는 책이다. 저자 김학선은 1980년대에 하루 24시간이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자원으로 적극 개발되고 활용되는 점에 주목하며 통치규율, 자원으로서의 시간, 국민국가의 시간제도 등의 측면에서 1980년대의 시간정치를 고찰한다.˝

시간정치라는 개념과 문제틀이 1980년대(제5공화국 내지 전두환정권기)에 대한 어떤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줄지 궁금하다.

시간정치, 내지 ‘시간과 정치‘와 관련해서는 랑시에르의 <모던 타임스>(현실문화)도 참고도서다. ‘예술과 정치에서 시간성에 관한 시론‘이 부제. 이와는 별도로 랑시에르의 문학론 관련서들을 엊그제부터 찾는 중이다. 랑시에르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론을 포함하여 상당 분량의 문학론을 썼다. 그에 관한 연구서를 포함해 대부분의 책을 갖고 있는데 중구남방으로 흩어져 있다. 동원령을 발동하면 모여들까. 책을 제대로 부리지 못하는 것이 장서가의 고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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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쉬게 되었어도 피로감은 여전하고(관성적 피로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책탐은 늘었다. 이론적으로는 전보다 몇배 더 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애할 수 있지만 막상 실제 독서시간이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았다. 효율이 떨어져서 그런지도. 다만 이렇게 페이퍼를 적는 일은 부쩍 늘었다. 유일한 변화인지도 모른다.

오늘 배송을 기다리는 책은 이언 뷰캐넌의 < ‘안티 오이디푸스‘ 읽기>(그린비)다. 말 그대로 <안티 오이디푸스> 가이드북. 원저를 확인해보니 존 휴즈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입문>(서광사)와 마찬가지로 ‘컨티뉴엄 리더스 가이드‘ 시리즈에 속한다(철학 고전 가이드북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책 대부분이 서광사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번 <안티 오이디푸스>만은 그린비에서 나왔다. 일찌감치 계약을 진행했던 듯싶다.

들뢰즈 입문서는 상당히 많이 나와있는데 그중 일부는 개별 저작의 입문서다. <차이와 반복>에 대해서는 제임스 윌리엄스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라움)이 나와있기도 하다. <차이와 반복>에 대한 해설과 비판을 담고 있다.

이런 이차문헌이 여럿 나올 정도로 들뢰즈는 여전히 많이 읽히는 철학자인가. <‘안티 오이디푸스‘ 읽기>를 기다리는 건 ‘오이디푸스‘가 중요한 문학적 테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주제와 관련한 작품도 부지기수이고. 견적이 어느 정도 잡히게 되면 오이디푸스 테마에 대한 강의 내지 <안티 오이디푸스>에 대한 강독을 기획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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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급진 민주평등주의로 가는 길

8년 전에 쓴 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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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곧바로 릴케를 떠올렸다면 세계문학 독자로서 자격을 인정받을 만하다. 아울러 릴케와 로댕의 듀오그라피,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뮤진트리)까지 떠올렸다면 서평가로서 자격을 갖췄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책(나는 영어판을 갖고 있다)까지 갖고 있다면 내가 인정할 만한 장서가다.

이번에 나온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에디투스)는 릴케의 글모음으로 ‘삶을 위한 일곱 개의 주석‘이 부제다. 릴케의 글 일곱 편을 모은 것도 아니다. 흥미롭게도 모두 편자가 골라서 엮고 제목까지 붙였다. 릴케의 글을 재료로 한권의 책을 창조해낸 것. 보통 ‘초역‘이라고 나온 책들이 이런 방식으로 엮은 것이기에 생소한 건 아니다(가장 많이 나와있는 건 니체의 책이다). 릴케의 산문집으로는 보통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나란히 꽂아둘 만하다.

˝1900년부터 릴케의 작품들을 출간해 온 유서 깊은 인젤 출판사에서, ‘삶’이라는 주제에 대한 그의 문장들을 선별하여 재구성한 산문집이다. 단순한 잠언집이 아니며, 오랫동안 릴케의 문학에 깊이 천착해 왔던 엮은이의 편집이 개입된, 엄연한 하나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대한 시인의 무수한 답변의 시도들을 한데 엮어, 새로이 일곱 개의 짧은 글로 간추려 낸 일종의 비평적 꼴라주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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