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곧바로 릴케를 떠올렸다면 세계문학 독자로서 자격을 인정받을 만하다. 아울러 릴케와 로댕의 듀오그라피,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뮤진트리)까지 떠올렸다면 서평가로서 자격을 갖췄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책(나는 영어판을 갖고 있다)까지 갖고 있다면 내가 인정할 만한 장서가다.

이번에 나온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에디투스)는 릴케의 글모음으로 ‘삶을 위한 일곱 개의 주석‘이 부제다. 릴케의 글 일곱 편을 모은 것도 아니다. 흥미롭게도 모두 편자가 골라서 엮고 제목까지 붙였다. 릴케의 글을 재료로 한권의 책을 창조해낸 것. 보통 ‘초역‘이라고 나온 책들이 이런 방식으로 엮은 것이기에 생소한 건 아니다(가장 많이 나와있는 건 니체의 책이다). 릴케의 산문집으로는 보통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나란히 꽂아둘 만하다.

˝1900년부터 릴케의 작품들을 출간해 온 유서 깊은 인젤 출판사에서, ‘삶’이라는 주제에 대한 그의 문장들을 선별하여 재구성한 산문집이다. 단순한 잠언집이 아니며, 오랫동안 릴케의 문학에 깊이 천착해 왔던 엮은이의 편집이 개입된, 엄연한 하나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대한 시인의 무수한 답변의 시도들을 한데 엮어, 새로이 일곱 개의 짧은 글로 간추려 낸 일종의 비평적 꼴라주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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