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후 첫날부터 세 개의 강의를 뛰고 귀가했다(이럴 때는 왜 ‘뛴다‘고 하는지?). 배송된 책들을 들고 와 풀어보니 그중에는 중고로 주문한 <유럽에 빠지는 즐거운 유혹>(스타북스)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베니야마인데, 프로필을 보니 일본인이다. 여행서를 주로 쓰는 저자의 필명으로 보인다. 3권세트인데 내가 구한 건 합본이다. 들고 다니기는 불편하지만 보기에는 더 나을 성싶어서.

판권면에 원저가 표기돼 있지 않아서 제대로 된 번역본인가는 의심스럽지만 그냥 블로그 글처럼 유럽 여행과 관련하여 잡다한 상식을 담고 있을 것 같다. 그게 책을 구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 3개국을 짧은 기간에 돌고 나니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지난 여정에서 빼먹은 것들도 되새겨보게 된다. 그런 관심과 되새김질에도 도움이 되리라. 대단한 책이 아니더라도 사소하게 도움이 되는 책들이 있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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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독 때문인지 오전내 잠을 자고서도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 마치 며칠 밤을 샌 것처럼. 혹은 어젯밤에 과음을 한 것처럼. 동네 카페를 찾아 익숙한 아이스라떼를 마시며 정신을 차리는 중이다(커피를 마시려 했으나 한국은 아직 더운 날씨다).

그러는 중에도 올겨울 일본문학기행 일정에 관해 담당자와 의견을 나누다가(러시아나 유럽 문학기행은 장시간 비행의 피로감 때문에 한 계절 쉬려고 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새번역본이 나온 걸 발견하고 바로 주문을 넣었다. <고양이와 쇼조와 두 여자>. 다니자키도 ‘묻지마 작가‘군에 속하기 때문에 내용을 살펴볼 것도 없다. 쇼조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도 나오고 두 여자도 나오면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상의 주인공인 다니자키도 다작의 작가여서 새 번역본은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 <미친 사랑>과 <세설>만 일본문학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몇몇 작품을 더하면 4-5강 정도 독립적인 강의를 꾸릴 수 있는 작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도 그렇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엔도 슈사쿠도 그렇고. 논란이 많은 미시마 유키오도 마지막 대작 <풍요의 바다>(4부작이다)가 번역되기를 나는 기다리는 중이다.

이 많은 작가들의 이 많은 작품을 언제 다 읽고 강의하고 또 문학기행에서 찾아볼까. 인생의 남은 시간을 잠시 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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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페이퍼 거리들이 있다고 했는데 남미 시인(페루 출생) 세사르 바예호(1892-1938) 시선집 얘기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앞서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문학과지성, 1998)란 제목으로 나왔던 시선집의 개정증보판이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다산책방, 2017).

시집이 다시 나온다는 건 미리 알고 있었는데 편집자가 바예호의 시에 대해 예전에 적은 글에서 추천사로 한 문장을 인용하고 싶다고 연락해와서다. 인용된 문장은 이렇다. ˝한때 인생이 아주 싫었던 날들에 나는 바예호의 시를 읽으며 버텼다‘˝

내가 염두에 둔 건 표제가 된(정확히는 ‘되다 만‘) 시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이다. 이 제목이 좀 길게 여겨졌는지 개정판은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까지만 제목으로 취했다. 원시는 따로 제목을 갖고 있지 않아 관례상 첫 행을 제목으로 삼는데 그렇더라도 첫 행은 다 제목에 포함시켰으면 더 좋았겠다. 시의 첫 연이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항상 산다는 것이 좋았었는데, 늘 그렇게 말해왔는데.
내 전신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내 말 뒤에 숨어 있는
혀에 한 방을 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마지막 연.

엎드려서 사는 거라 해도 산다는 것은 어쨌든 늘 기분 좋은 일일 거야.
‘그리도 많이 살았건만 결코 살지 않다니! 그리고 많은
세월이었건만늘, 언제나, 항상, 항시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니!‘
이렇게 나는 늘 말해왔고 지금도 말하니 말이다.

이런 구절을 읊조리며 버티던 때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건 번역으로도 뭔가 통하기 때문인데,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라는 시만 하더라도 너무도 잘 이해되지 않는가!

이제 개정판도 다시 나온 김에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싶을 때마다 바예호의 시를 한편씩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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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행 기내에서의 잠이 불편했는지 귀가해서 한숨 더 자고서야 정신이 좀 든다. 저녁은 오랜만에 라면을 끓여 먹는 걸로 대신하고 밀린 페이퍼 거리를 처리하려 하니 그동안 북플에 익숙해진 탓인지 책상 앞에 앉아서도 한 손가락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결정적으로 사진이나 이미지를 넣는 게 훨씬 간편해서다.

내가 찍은 사진을 PC를 이용해서 페이퍼에 넣으려고 하면, 일단 폰카로 찍은 사진을 메일로 보내고, 그걸 다시 PC에 저장한 다음에 페이퍼에서 이미지 넣기를 해야 했다(내가 쓰는 방법이다). 그에 비하면 북플의 이미지 넣기는 얼마나 간단한가! 게다가 책(상품) 넣기와는 달리 변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다만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릴 때 배열 작업은 불편하다).

오다가다 들르게 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랭캥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이 역시 페이퍼에 넣으려고 하니 북플을 이용하게 된다. 아래 사진에서 윗쪽은 독어책, 아랫쪽은 영어책 랭킹인데 각 10권씩 순위를 부여하고 있고 그 아랫쪽에는 해당 책들이 쌓여 있다.

나로선 영어책 랭킹에 더 주목하는 수밖에 없는데 존 허스트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유럽사>(한국어판은 이달에 나온다고 예고돼 있다)가 1위인 것으로 보아 이 랭킹은 공항서점 집계가 아닌가 싶다. 유발 하라리의 책 두 권도 들어 있지만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지리의 힘>이나 <컬처맵>은 뭔가 공항 이용자들에게 어필하는 책으로 보이지 않는가.

나는 (공항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알라딘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지리의 힘>과 <컬처맵> 원서는 알라딘으로 바로 주문을 넣고 사정이 그와 다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유럽사>는 기내에서도 읽어볼 겸 구입했다. 덧붙이자면, 우리도 번역본이 최근에 나온 J.D.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가 매대에 잔뜩 쌓여 있길래 글로벌 베스트셀러구나 싶어서 <지리의 힘><컬처맵> 번역본과 같이 주문했다. 그래서 페이퍼의 제목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주문한 책‘이 되어버렸디는, 쓰고 나니 좀 싱거운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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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안착해서 수하물을 기다리는 중이다. 노느니 이 잡는다는 정신으로 여행사진 두장을 올려놓는다. 인증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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