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독 때문인지 오전내 잠을 자고서도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 마치 며칠 밤을 샌 것처럼. 혹은 어젯밤에 과음을 한 것처럼. 동네 카페를 찾아 익숙한 아이스라떼를 마시며 정신을 차리는 중이다(커피를 마시려 했으나 한국은 아직 더운 날씨다).

그러는 중에도 올겨울 일본문학기행 일정에 관해 담당자와 의견을 나누다가(러시아나 유럽 문학기행은 장시간 비행의 피로감 때문에 한 계절 쉬려고 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새번역본이 나온 걸 발견하고 바로 주문을 넣었다. <고양이와 쇼조와 두 여자>. 다니자키도 ‘묻지마 작가‘군에 속하기 때문에 내용을 살펴볼 것도 없다. 쇼조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도 나오고 두 여자도 나오면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상의 주인공인 다니자키도 다작의 작가여서 새 번역본은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 <미친 사랑>과 <세설>만 일본문학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몇몇 작품을 더하면 4-5강 정도 독립적인 강의를 꾸릴 수 있는 작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도 그렇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엔도 슈사쿠도 그렇고. 논란이 많은 미시마 유키오도 마지막 대작 <풍요의 바다>(4부작이다)가 번역되기를 나는 기다리는 중이다.

이 많은 작가들의 이 많은 작품을 언제 다 읽고 강의하고 또 문학기행에서 찾아볼까. 인생의 남은 시간을 잠시 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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