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책이사의 뒷정리도 해야 하고 이틀 앞둔 이탈리아여행의 가방도 챙겨야 하는데 컨디션이 저조하여 미루고 있다. 여행가방에는 옷가지도 챙겨넣어야 하지만 책도 스무 권 가량 선별해서 넣어야 한다. 여행준비로 구입한 책만 수십 권이라 가려내는 것도 일이다. 이탈리아 음식을 다룬 책들은 어찌할까.

다른 국가 여행과 다르게 이탈리아는 여행의 기대 아이템으로 음식도 꼽힌다. 그 방증이 물론 세계화된 이탈리아 음식들이기도 하다(피자와 파스타). 자연스레 이탈리아 음식을 다룬 책도 몇 권 나와있는데, 책이사를 하느라 책장을 뒤집는 바람에 찾은 책도 있다.

파비오 파라세콜리의 <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니케북스)는 총론격에 해당한다. 이 책은 구입하지 않은 듯한데 여행 이후에나 찾아볼지 모르겠다.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책세상)는 저널리스트가 쓴 책으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성공 비결˝을 들려준다.

그리고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의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이야기를 좋아할까?>(랜덤하우스코리아). 저자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이탈리아통이다) 추천사를 쓴 인연이 있다. 벌써 9년 전이고 책은 품절된 상태군. 책장에서 이 책도 발견했는데, 오래 전에 쓴 추천사를 다시 읽어본다.

˝내게 이탈리아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나라다. 물론 축구의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테의 <신곡>을 읽고 세리에A의 경기를 즐기는 것으로 이탈리아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는 그 무엇보다 ‘파스타와 피자의 나라‘ 아니던가? 이탈리아를 깊이 사랑하는 러시아 저자의 이 음식기행은 음식 코드가 이탈리아인의 삶의 핵심이자 영혼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탈리아 지도를 펼쳐들고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성찬을 맛보고 나면, 아마 이탈리아 요리가 그저 단순한 음식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 음식지도를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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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1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1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학기행 공지다. 이탈리아문학기행을 두 주 앞두고 있는데, 벌써 이번 가을(9월26일-10월5일)에 진행할 영국문학기행 공지를 내게 되었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모집을 시작했는데 신청이 쇄도하여 다음주 안으로 마감될 듯싶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서두르시는 게 좋겠다. 자세한 일정은 여행사 홈피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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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9-02-1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멋지네요

coolcat329 2019-02-1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좋네요.
 

한해의 강의 일정이 마무리되어 간다. 다음 한주가 남았지만 연말 분위기에 약간이라도 휩싸이다 보면 가볍게 지나갈 것이다. 게다가 부담스러운 분량의 작품도 없다(<분노의 포도> 강의가 있지만 이미 다뤄본 작품이다).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며 감회의 시간을 가져도 될 만한 것.

지난 1월에 일본근대문학기행으로 한해를 시작하면서 도쿄와 <설국>의 무대인 에치코 유자와까지 방문했었지만 달력을 다시 봐야 할 정도로 오래전처럼 여겨진다.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내 경우에는 너무 많은 강의와 너무 많은 책이 있었던 것.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가려면 적게 잡아도 400회 이상의 강의와 2000권 이상의 책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매달 최소 200권의 책을 나는 만져본다. 읽는 건 별개더라도).

일본에서 일본맥주를 마셔보았고(그것도 신주쿠에서) 독일에서 독일맥주를 마셔보았으니(뮌헨과 헤세의 고향 칼브에서) 그만하면 한해의 사치로는 충분했다. 4월 23일, 기억에는 세계 책의 날부터, 20년만에 다시 쓰기 시작한 시도 180편 넘게 썼으니 이쪽으로도 나는 한껏 욕심을 부렸다. 출간해야 할 책이 서평집 <책에 빠져 죽지 않기>를 제외하고 다시 또 미뤄졌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시말서를 써야 할까) 강의 일정을 고려하면 정상참작이 안되는 바도 아니다. 다만 내년에는 분발하거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저서뿐 아니라 번역서도 몇 권 밀려 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이탈리아(3월)와 영국(9월) 문학기행을 다녀와야 하고 최소 서너 권(목표는 대여섯 권)의 책과 세 권의 번역서를 내야 한다. 아마도 올해만큼 바쁜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새로운 강의, 새 책과 만나는 일은 여전히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일이 더이상 의욕을 부추기지 못할 때 나는 노년에 들어서게 되리라.

해를 넘기기 전에 유발 하라리의 책들과 히틀러 평전에 대한 소개글을 써야 한다. 하라리의 책들을 다시 훑어야 하고 두꺼운 히틀러 평전들과도 씨름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새해가 쉬이 올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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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8-12-2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께서 많은 강의와 책을 다루신 덕분에 제 인문학 생활이 풍성해졌습니다. 읽는 것과는 별개로..ㅎㅎㅎ 올 한해 제겐 과분했던 좋은 강의 매우 감사드립니다.

로쟈 2018-12-29 09:49   좋아요 0 | URL
네 새해에도 달려보아요.~
 

지난 일요일 오전에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을 방문했다.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1989년 완간)을 기념한 문학관으로 박경리의 <토지>를 기념한 하동의 박경리문학관에 견줄 만한 곳이다. 조정래문학관이라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것은 소설 <아리랑>의 무대가 되는 전북 김제에 조정래아리랑문학관이 따로 있어서다(고흥에는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이 건립돼 있다. 한국에서는 이례적일 듯싶다. 박경리 선생도 하동 외에 통영과 원주에 각각 문학관이 세워져 있기는 하다).

적고 보니 내년이 완간 30주년이다(아마도 기념행사가 준비되고 있지 않을까). 작가가 1943년생이므로 <태백산맥>은 40대에 쓰인 노작이다(40대에 이만한 작품을 써낸 작가가 그 이후에는 없는 듯싶다. 요즘 40대는 ‘젊은 작가‘로 분류된다). 사실 대하소설들은 구입도 그렇지만 보관도 여의치 않아서 완독하지 않은 <태백산맥>이 서고에 있다. 내년에는 먼지를 털어내고 완독도 하고 겸사겸사 강의도 진행하면 좋겠다(대략 4-5주 일정이겠다). 짝이 될 만한 것은 <아리랑> 외에 이병주의 <지리산>, 박경리의 <토지> 등이다(최명희 <혼불>까지 더하면 한국문학이 자랑하는 대하소설군이 된다).

태백산맥문학관은 기대한 만큼이었다(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고). 다른 문학관을 많이 보아온 때문. 작가의 육필원고뿐 아니라 아들과 며느리의 필사원고도 전시하고 있는 것 정도가 특이하다고 할까. 해방 이후 최고작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과문한 탓인지 <태백산맥>에 대한 비평과 연구는 (<토지>에 견주어도) 풍족해 보이지 않는다. 따로 이유가 있는지는 작품을 읽고서 더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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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진영역을 뒤로 하고 귀갓길에 올랐다. 엊저녁 김해도서관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인근 한옥체험관에서 하룻밤을 묵었고(전주의 한옥마을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내부는 비슷했다) 오늘 오전에는 숙소 바로 옆 수로왕릉(가락국 혹은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릉)과 진영역에서 가까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노대통령의 사저는 예약자에게 개방하는데(현장과 인터넷 예약자를 포함해서 시간당 25명) 이미 매진이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다 날씨도 쌀쌀한 편이었지만(첫눈이 내린 서울에 비하면 포근한 편?) 방문객의 발길은 여전했다. 생가와 묘소, 생태학습체험장 등을 둘러보고 공식기념품가게에서 어록집과 회고록을 구입했다. 노무현재단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사람사는세상‘ 송년호에는 이번에 취임한 유시민 이사장의 인사말이 실려 있었다. 어느덧 내년이면 서거 10주기가 된다.

노무현은 재임시절보다 퇴임 이후, 그리고 서거 이후에 더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치적이 아니라 정신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의 좌절과 실패가 역사의 밀알이 되었기 때문이다.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제사이기도 한 요한복음의 구절은 이렇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노무현의 죽음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진보의 열매로 맺어지기까지의 10년, 그리고 20년...의 시간이 흘러갈 것이다.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인간이 소망하는 희망의 등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상이란 것은 더디지만, 그것이 역사에서 실현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진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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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5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