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자 2010-02-18
안녕하세요.
지난 5주간 한겨레문화센터 수업을 들었던 학생입니다. 직장 일 때문에 4교시 수업을 놓쳐서 자료라도 받아볼 수 있겠냐고 여쭸더니 서재에 글 남기라고 하셨지요.
진작부터 이 곳을 즐겨찾기 해뒀고, 특히 번역에 관해 쓰신 글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릴케의 시를 번역한 이야기는 지하철 안에서 읽었는데, 시선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참을 수 없을만큼 유쾌하고 통쾌한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때 용돈도 벌고, 지식 전파에 참여하고픈 허영심도 충족시킬 겸 출판업계에 잠시 발을 들인 적이 있었는데요, 각종 노예번역, 대리번역에 시달리며 평생 제 돈 주고 사서 볼 것 같지 않은 책들만 실컷 번역한 끝에 마음을 접었습니다. 결국 여러가지 계기로 지금은 동시통역사/번역사로 일하고 있지만, 대학시절에 꿈꾸었던 번역가의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이 되었지요. 전공 공부를 계속해서 그 분야의 번역가가 된다는 선택지가 조금만 더 그럴싸했다면 전공 공부를 계속했을텐데, 지적하신대로 번역가를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아쉬웠습니다. 심지어 직업훈련소인 통번역대학원에서도 성적 좋은 사람은 통역을 하고, 덜 좋은 사람이 번역을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요. 해서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번역업계의 문제점에 깊이 공감하고, 언젠가 이 문제를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꿈이 여전합니다.
밥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도 오늘같은 생활을 하다가, 선생님 수업 들으면서 귀만 열어놔도 배우는게 있었던 학생 시절이 떠올라 즐거웠습니다. 기본 교재도 제대로 못 읽고 들어간 날이 많았지만 배운 것도 많구요. 바쁘지 않으실 때 ck9313@gmail.com으로 4교시 자료 보내주시면 감사히 읽겠습니다.
3월에 개강하는 수업도 신청했으니 그 때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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