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인 삼국지 얘기인가 하겠지만 삼국지 주인공들의 평전이 나왔기에 붙여본 제목이다. <조조 평전>(민음사, 2010)으로 처음 소개되었던 저자 장쭤야오의 <유비 평전>(민음사, 2015)이 이번에 나왔다. <손권전>도 쓴 걸 보면 저자의 관심이 삼국지의 영웅들에 많이 가 있는 모양이다.

 

 

굳이 <유비 평전>까지 읽어야 할까 싶지만, 한편으론 아주 친숙한 이야기라 삼국지의 기억과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더불어 소설보다는 좀더 미덥다는 인상도 주는데, 유비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유비의 인생 역정과 사람됨을 역사 기록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담아낸 이 책은 정통론과 대의명분론으로 굳어진 그간의 논평을 재조명하고, 유비가 삼고초려로 얻은 탁월한 정치가 제갈량의 공적을 함께 짚어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통속적으로 묘사된 유비의 상을 철저히 사실에 입각해서 고증하는 가운데 영웅다운 기상과 인간적인 약점까지 아우르는 유비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찾아보니 제갈량 평전으로는 여명협의 <제갈량 평전>(지훈, 2007)이 나와 있다. 장쭤야오의 <손권전>까지 번역되면 평전에서도 '천하삼분지계'가 완성되는 것인가. 그렇게 되도 흥미로울 것 같다...

 

15.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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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학에서 인류학과 정치학을 강의하는 제임스 C. 스콧 교수의 책이 한 권 더 번역되어 나왔다.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삼천리, 2015)이고, '동남아시아 산악지대 아나키즘의 역사'의 부제다. <국가처럼 보기>(에코리브르, 2010) 때문에 알게 된 저자인데, 작년에 나온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여름언덕, 2014)에 이어서 이번에 나온 책 덕분에 저자가 아나키즘 연구의 권위자라는 것도 알겠다.

 

정치인류학의 대가 제임스 스콧이 동남아시아 산악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과 공동체를 연구한 끝에 내놓은 문제작. 국가 만들기로 대표되는 '문명' 담론을 전면적으로 비판하며 오늘날 21세기에도 국가를 이루지 않고 살아가는 이른바 '조미아'의 실체를 보여 준다. 지은이는 조미아를 사상이나 이념이 아니라 실재하는 아나키즘의 원형으로 바라본다.

 

생소한 지역과 주제를 다룬 책이라 필요하다면 원서도 구입해볼 참이다. 아나키즘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다>도 같이 읽어봐야 할 텐데, 소개는 이렇다.

아나키즘은 흔히 ‘무정부주의’라는 오역으로 세상의 오해를 받아 왔다. 그러나 아나키즘은 근대에 등장한 일부 몽상가들의 주장이 아니라 자연에 내재한 근본 법칙으로 인류사 저변에 도도히 흐르는 거대한 힘이다. 예일대 석학 제임스 스콧 교수의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는 이러한 아나키즘의 힘이 교차로의 신호등에서 교육 현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아나키스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인간사는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는지 말해준다.

 

말이 나온 김에 아나키즘 입문서를 다시 확인해보면, 하승우의 개념 정리 <아나키즘>(책세상, 2008)과 최근에 나온 다니엘 게랭의 <아나키즘>(여름언덕, 2015)을 참고할 수 있고, 제임스 스콧과 마찬가지로 인류학자의 저작으로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세 깃발 아래에서>(길, 2009)를 챙겨놓음직하다. '아나키즘과 반식민주의적 상상력'이 부제인 책으로 필리핀 민족주의 운동을 사례로 "19세기 후반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아나키즘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파헤치는 책"이다...

 

15.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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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다니엘 튜더의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문학동네, 2015)을 꼽는다. 저자는 구면이다. 이미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문학동네, 2013)를 통해서 외부인이 본 한국사회를 예리하게 짚어낸 바 있어서다.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를 부제로 단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은 그 속편으로 읽힌다. 하지만 전자가 영미권 독자에게 한국을 소개하기 위한 의도로 쓰였다면 후자는 한국인 독자를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이 책에서 다니엘 튜더는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제시하고, 정당과 시민은 민주주의를 정상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쇠락이 우려되는 제조업을 위해 한국형 미텔슈탄트를 키우자는 제안, 이탈리아의 ‘5성운동’ 같은 풀뿌리 운동을 시작해보자는 제안 등에서는 그만의 시각이 돋보인다. 한국에 머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한 그는 이 책에서 2012년 대통령선거 캠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을 풀어내고, 정치인 및 고위 관료를 접하며 느낀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와 엘리트의 사고방식 문제도 짚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메르스 사태' 때문에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란 제목을 한번 더 상기하게 되었는데, 저자 또한 마찬가지일 듯싶다. '한국은 왜 저럴까?'라는 심정이지 않을까. 언제까지 '반면교사' 노릇만 하게 될지 심히 염려스럽다. 하긴 그 대답도 알고 있다는 게 문제다. "아몰랑."

 

15.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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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아내 예니 마르크스와 그 가족을 다룬 책이 연이어 나왔다. 이번주에 나온 건 예니 마르크스의 평전 <레드 예니>(오월의봄, 2015)이고, 얼마전에는 마르크스 가족의 이야기를 방대한 분량에 담은 메리 게이브리얼의 <사랑과 자본>(모요사, 2015)가 나왔었다. 마르크스 평전이 다루지 않은 더 깊은 속 이야기가 있는 듯싶다.

 

 

 

먼저, <레드 예니>는 어떤 책인가.

카를 마르크스라는 이름이, 그가 내놓은 사상이 20세기를 지나 지금까지 세계를 뒤흔들 동안 예니 마르크스(1814~1881)라는 이름은 희미한 메아리로만 남아 있었다. 그동안 객관적으로 서술한 예니 마르크스의 전기가 드물어서 우리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귀족 출신이어서 부르주아 생활을 즐기는 여자라는 오해도 있었고, 마르크스를 괴롭히는 이미지로 그려지기도 했다. <레드 예니>는 예니 마르크스의 불꽃같은 삶을 되살린 본격 평전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마르크스 평전>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겠다. 이어서 '카를과 예니 마르크스, 그리고 혁명의 탄생'을 부제로 한 <사랑과 자본>이다.

2011년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지금껏 출간된 마르크스의 여느 전기와는 판연히 다르다. 죽었지만 죽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지상을 떠돌던 마르크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살이 있고 피가 도는 살아 있는 마르크스를 비로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 전기 작가인 메리 게이브리얼이 그리는 마르크스는 배경과 완벽하게 융화되어 살아 숨 쉰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특별함을 칭송하는 대신, 시대 속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을 말한다. 독자는 저자의 안내에 따라 시끌벅적한 런던의 빈민굴에, 피비린내 풍기는 파리 코뮌의 현장 한가운데 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마르크스 평전오르는 프랜시스 윈과 이사야 벌린, 그리고 자크 아탈리의 책이 나와 있다. 이번에 나온 책들과 비교해서 읽어봄직하다...

 

15.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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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도 관심도서가 꽤 많은데, 그 가운데 철학쪽으로는 비트겐슈타인 관련서 두 권을 우선 꼽고 싶다. 알랭 바디우의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사월의책, 2015)이 번역돼 나왔고, 브라이언 클락의 <비트겐슈타인의 종교철학>(서광사, 2015)도 눈길을 끈다.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은 바디우의 '철학과 반철학'이란 대결구도부터 흥미를 끄는데, '비트겐슈타인 입문'이자 '바디우 입문'으로도 효용이 닿겠다.

이 책에서 프랑스의 세계적인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비트겐슈타인의 “반反철학”과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를 세밀하게 분석하며 반철학의 구조와 그 한계를 낱낱이 보여준다. 이 책은 ‘철학’과 ‘반철학’이라는 대립쌍을 통해 삶과 존재, 진리와 의미라는 가장 철학적인 문제에 깊이 천착하며 우리 시대를 위한 새로운 철학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분량이 얇다는 점도 이런 경우엔 장점이다. 얇은 건 원제가 <비트겐슈타인의 종교철학 입문>인 후자도 마찬가지다.

어렵기로 악명 높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그의 사상 중에서도 종교에 관한 그의 사상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개괄한 입문서이다. 그의 위대한 두 저서 <논리철학논고>와 <철학적 탐구>를 중심으로 종교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아본 후, ‘주술’, ‘최후 심판’, ‘신’ 과 같은 문제에 대해 비트겐슈타인이 쓴 글을 소개한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의 후예들이 제시한 종교 철학을 살펴보며 그것을 평가하기도 하고, 주류 종교철학과 근래 진보 신학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비트겐슈타인의 책이나 그 관련서를 한두 권 읽어본 독자라면 흥미롭게 손에 들 만하다.

 

 

비트겐슈타인 초심자이고 사실 난해하다는 그의 책을 정독해볼 엄두가 안 나는 독자라면 조금 가벼운 발췌본을 대출해서 읽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초역(발췌역)판으로 <비트겐슈타인의 말>(인벤션, 2015)이 나와 있고, <비트겐슈타인의 인생노트>(필로소픽, 2015)도 비슷한 성격의 책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종교철학에 대해서는 이전에 나온 책이 없는 듯싶었는데, 찾아보니 박사학위논문이 하나 단행본으로 나와 있다. 하영미의 <비트겐슈타인의 종교관과 철학>(서광사, 2014)이다.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일독해보아도 좋겠다...

 

15.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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