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는 모호한데 ‘전세계 선사시대 통사‘로 분류되는 책이다. 독일의 고고학자 헤르만 파르칭거의 <인류는 어떻게 역사 되었는가>(글항아리). ‘사냥, 도살, 도축 이후 문자 발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가 부제다. 소개는 이렇다.

˝세계적 권위의 고고학자 헤르만 파르칭거가 쓴 전 세계 선사시대 통사다. 국내엔 낯선 이름이지만 고고학자로는 최초로 독일 라이프니츠 상을 수상한 헤르만 파르칭거는 고고학의 초국가적 협력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학술적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해온 것을 인정받아 로이힐린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평생의 공력을 한 권에 집약한 것이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원제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들>)다.˝

제목이 원제와 다르다고 하니 추정해보게 되는데, ‘인류는 어떻게 역사시대로 넘어오게 되었나‘ 정도의 뜻이지 싶다. 문자에 의한 기록을 분기점으로 선사(역사 이전)와 역사를 나누지만 ‘선사시대 통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역사란 말을 확장적 의미로 쓰기도 한다. 넓은 의미의 역사=선사+좁은 의미의 역사. 아무려나 선사시대에 관한 표준적인 견해가 어떤 것인지 확인해볼 수 있겠다.

이 좁은 의미의 역사를 다르게는 문명사라고도 부르는데 중국의 역사학자 쑹룽지의 <신세계사>(흐름출판)이 새롭게 다루고자 하는 역사의 범위다. 전3권가운데 1권이 얼마전에 나왔다. 새롭고 과감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고 해서 구입해놓고 초빈부밖에 읽지 못했는데,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합쳐 놓은 것과 같다.˝ 과연 그런지는 읽어봐야 알겠다.

역사시대로 넘어오지 않고 선사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이 경우는 고고학과 함께 요즘은 유전학에서 다룬다. 하버드대학교 유전학과의 데이비드 라이크가 쓴 <믹스처>(동녘사이어스)가 그 사례다(이 주제의 책이 몇권 더 있다). ˝인류의 기원과 차별의 역사를 유전학으로 밝혀내는 놀라운 여정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자로서 저자가 인류에게 던지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은 보기 드문 역작˝이라는 소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추천사가 핵심을 짚어준다. ˝인간의 기원만큼 마음을 사로잡는 주제도 없다. 우리의 기원을 알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은 가장 최신의 정보를 알려줄 것이다.˝

따져보니 고고학 분야의 책들을 읽어본 게 몇년 전이다. 업데이트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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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이자 여성주의 철학자 강남순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한길사). ‘21세기 페미니즘에 대한 7가지 질문‘이 부제다. 제목과 부제에서 책의 관심사와 겨냥하는 독자층을 어림할 수 있다.

앞서 펴낸 책들 가운데서는 종교와 페미니즘을 다룬 책들이 눈길을 끈다. 소장하고 있는 책은 댓권이 넘지만 책장에서는 <젠더와 종교>(동녘)를 빼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다른 주제의 책들도 썼지만 내게 저자는 ‘페미니즘과 종교‘라는 주제로 특화돼 있다. 이 분야, 혹은 주제와 관련해서 가장 심도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저자라는 뜻이다.

<젠더와 종교>만 하더라도 부제가 ‘페미니즘을 통한 종교의 재구성‘이다. 저자의 관심과 문제의식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페미니즘을 통한 삶의 재구성‘을 기도하려는 것이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의 취지로 보인다.

궁금한 것은 저자의 문제의식에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포함되어 있는지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이제 페미니즘이 맞닿아 있지 않은 영역은 없다. 페미니즘은 인간사의 모든 결을 다루는 운동이며 이론이기 때문이다˝라는 단언대로라면, 인간사의 모든 문제, 아니 핵심문제에 대한 진단과 인식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를 확인해보려고 한다.

일정이 연기된 상태지만 내달부터는 버지니아 울프를 필두로 한 여성문학 강의도 앞두고 있어서 일련의 페미니즘 책들을 독서목록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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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3-1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시장 이데올로기 국가기구로 변모한 페미니즘을 보면서 계급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됩니다(실천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로쟈 2020-03-11 21:19   좋아요 1 | URL
계급에 대한 고려가 빠진다면 오히려 은폐한다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지요..
 

미국의 논픽션 작가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이 완간되었다. 재작년 6월에, <1945>(모던아카이브)가 출간된 데 이어서 작년 6월에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1962>가 출간되었고 이번에(예상보다 일찍)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 과정을 기록한 <1991>이 나온 것. 전후 세계사의 주요 연도를 자세히 복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2021년 내년이면 30주기가 되는 1991년 12월 25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해체 선언으로 한때 미국과 함께 세계의 운명을 좌우한 소련 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 주제를 장기간 취재한 독보적 언론인 출신 작가 마이클 돕스는 근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만한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가 진행된 12년을 672쪽 분량의 <1991>에 담았다.

<1945>, <1962>에 이은 ‘냉전 3부작‘ 완간작이기도 한 이 책에서 저자는 소련의 베트남전이 된 1979년 아프간 침공을 시작으로 보수파의 1991년 8월 쿠데타에 이은 고르바초프의 소련 해체 선언까지 제국에 균열을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을 인물의 특징과 맥락, 짧지만 의미심장한 대화와 역사적 평가를 적시 적소에 배치해서 깊이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한 또 하나의 역작을 냈다.˝

분류하자면 ‘역사 다큐‘에 해당되지 않을까. 나로선 <1991>만 구입하면 되는데(확인해보니 <1991>의 원서는 일찌감치 구입했다) 재정상태를 고려하면 여름 독서거리로 삼아야겠다. 하기야 분량을 고려해도 이 3부작을 읽으려면 한 계절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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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시 나온 책들‘을 고르면서 빠뜨린 책이 있다(물론 더 있을 터이다).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의 <에코 페미니즘>(창비). 2000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20년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그 사이에 1993년에 나왔던 원저도 2014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편제를 보니 개정판 서문이 추가되었고 한국어 개정판에도 이 서문이 추가로 번역되었다. 
















˝사회학자인 마리아 미스와 핵물리학자인 반다나 시바의 공저로 1993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생태주의와 여성주의의 결합을 통해 발전중심주의와 남성중심사회를 전복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 저자는 독일인과 인도인, 사회과학자와 자연과학자, 페미니즘 이론가와 환경운동가라는 서로의 차이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않고 다양성과 상호연관성을 이해하는 관점의 기반으로 삼았다. 풍부한 사례를 동원해 이론과 실천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역동적인 글쓰기는 인간과 비인간, 여성과 남성, 서구와 비서구의 이분법을 타개하고 다양성의 연계를 추구하는 ‘에코페미니즘’ 개념의 보편화에 기여했다.˝















제목도 그렇지만 ‘에코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책.페미니즘의 여러 조류를 설명하는(10개의 장 가운데 한 장이 ‘에코페미니즘‘에 할애돼 있다) 로즈마리 퍼트넘 통의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학이시습)에는 에코페미니즘 관련서로 아이린 다이아몬드의 <다시 꾸며보는 세상>(이대출판부)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코리브르)이 소개된다. 참고로 원제가 ‘페미니즘 사상‘인 로즈마리 통의 책도 여러 번 출간되었다(3종이 나왔다). 페미니즘의 조류(유형) 사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0.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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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환란 중에(‘신천지가 겪고 있는 환란‘인지 ‘신천지가 몰고온 환란‘인지 해석은 신앙에 따라 다르겠다) 도올의 예수전이 출간되었다. <나는 예수입니다>(통나무).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에 이어지는 책인데 짐작에는 그 대중적 보급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강해‘ 같은 묵직한 책의 독자는 한정될 것이기에. 성경을 읽는 독자라면 ‘도올의 예수전‘ 정도는 필독하면 좋겠다.

˝도올이 걸어온 50년 신학탐색여정에서 가장 빛나는 금자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가복음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예수라는 인물의 실제적 정황을 찾아내고자 한다. AD 70년 예루살렘 멸망 이후의 폐허에서 예수를 인류의 보편적 메시아로 어필시키려는 마가의 차원 높은 의도와 사상적 고뇌를 포착하여 저자는 2천년 전의 예수를 피가 돌고 맥박이 뛰는 생동하는 오늘날의 인물로 살려낸다.˝

책이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을까(계몽주의의 오래된 기획이다)란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시대에 척도가 되는 저자가 몇사람 있다면 도올은 대표급이다. 지난해에 나온 한국현대사책으로 <우린 너무 몰랐다>가 갖는 의의이기도 했다. 지식(인식)의 가치를 재는 중요한 척도는 공유의 범위다.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알 그대로 있고(참된 앎을 혼자 간직하면 혼자만의 앎에 그치게 되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널리 알려서 나눠가지면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 지식 코뮤니즘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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