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는 월요일이 죽음이다. 두 군데 대학에서 다섯 시간의 강의가 있고, 덕분에 네 시간 반을 버스와 전철을 타며 보낸다. 아마도 외판원들의 일상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늦은 저녁시간에 집에 돌아오면 또 골골대는 식구들 탓에 마음 한 구석이 무겁고,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머리마저 무거워진다. 커피 한잔 마시고, <맥베스>에 관한 글을 마저 정리할까 하다가 잠시 20대에 쓴 시들을 읽어본다. 늦게 저녁을 먹었기에 허기진 상태는 아닌건만 '만두를 생각하며'란 시가 눈에 들어온다(하긴 '닭곰탕을 먹으며'도 옆에 있긴 하다). 냉동실에 유통기한이 지난 물만두도 있긴 하지만, 내가 떠올리는 만두는 설연휴에 온가족이 달려들어 빚어먹는 김치만두국이다(그러고 보니 좀 뜬금없군).
다진 고기에 두부와 김치를 잘게 썰어넣고 당면도 넣고
그걸 자루에 넣어 잘 쥐어짜면 만두 속이다, 만두의 속마음
물기 빠진 속마음은 그렇게 잘 다져진 칼로리들의 집적이고
맛의 배합이며 뻗친 정성의 맛깔스런 빛깔이다
만두의 속마음
그걸 끊는 물에 넣어 만두국을 만들고
그걸 튀겨 튀김만두를 만들고
그걸 삶아 물만두를 만든다
피가 너무 얇은 만두는 때로 터지기도 한다
이미 속마음의 핏줄이 보이던 만두
저 혼자 온몸이 부서져라 통곡하기도 한다
터진 만두도 맛은 괜찮다
옮겨놓고 보니까 좀 싱겁다는 생각도 드는군(간장도 갖다 놓아야 할까?). '만두'하니까 러시아식 '고기만두'인 피로그(복수형은 '피로기')가 생각난다. 하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어떤 모양의 어떤 맛이라고 꼬집이 말하기 어렵지만. 게다가 '고기만두'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파이'에 더 가깝다. 그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헐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파이>가 러시아판으로는 <아메리칸 피로그>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래는 '치즈를 넣은 피로그'인데 이쯤되면 그냥 피자 아닌가? 그러니까 피로그는 만두이자 파이이고 피자이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아주 비싸게 먹은 아르메니아식 만두가 생각나는군. 그건 그래도 우리식 '고기만두'에 가장 가까웠다. 터무니없이 비쌌다는 걸 제외하면...
겉모양으로는 다 제각각이지만 속터지는 마음들만큼은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06. 0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