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자 한국일보에 게재된 과학기사를 옮겨온다. 스크랩해놓은 것인데, 이 정도 기사는 많은 분들이 함께 읽어도 좋을 듯하다. 필자는 발군의 과학기사들을 쓰면서 현재 매주 화요일 '과학을 읽다'를 연재하고 있는(그래서 화요일엔 한국일보를 본다) 김희원 기자이다. 며칠전 복잡계 과학에 관한 책들을 '최근에 나온 책들'에서 소개한 바 있는데, 거기에 '링크'에 관한 책 몇 권을 보태기로 한다. '링크' 혹은 '넥서스'의 교훈?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한국일보(06. 09. 05) 내가 쓴 1달러 3년후엔 어디에...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 중에는 '고무도장'이 표시된 달러 지폐를 입수했을 때 달러의 일련번호와 입수 위치를 등록하는 사이트가 있다. 1달러 지폐에 그려진 대통령(조지 워싱턴)의 이름을 딴 '조지는 어디에?(Where's George?)'(www.wheresgeorge.com)라는 이 사이트는 고무도장이 찍힌 지폐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순전히 재미를 위한 게임 사이트다. 누구든 지폐에 고무도장을 찍어 돌릴 수 있고, 등록한 지폐가 돌고 돌아 많은 사람들이 기록할수록 점수를 많이 받아 순위에 이름을 올린다.

-이 단순한 게임사이트가 사람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s) 연구의 데이터 생산지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복잡계 연구는 복잡다기한 변수들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정치 사회 경제현상 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이동은 분자와 같다?
-복잡계 물리를 연구하는 일군의 물리학자들은 1998년 이후 '조지는 어디에?'에 축적된 100만여건의 지폐이동 데이터를 분석, 수학적 모델을 수립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연구소의 D 브록만, T 지젤 박사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후프나겔 교수는 이를 지난해 1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최근 이들은 이 모델을 전염병 사스(SARS)의 확산에 적용, 해석했다.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김승환(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전지구적 차원에서 인간(지폐)의 이동을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 수학적으로 모델화한 최초의 연구사례"라고 말했다.

-물리학자가 왜, 어떻게 인간의 여행법칙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사람의 움직임을 분자의 운동과 같이 여기는 것은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사람의 움직임을 분자들이 무작위적으로 서로 부딪히면서 균일하게 확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아서, 대형 운동장을 설계할 때 군중의 입·퇴장을 유체의 흐름으로 계산하곤 했다. 교통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복잡계 연구가 발달하면서 인간의 여행은 비로소 본격적으로 방정식을 찾아냈다. 복잡계란 변수가 너무 많아 언뜻 무질서하게 보이는 현상이다. 날씨예보, 주가의 등락,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생태계 분석, 유전자의 조합 등이 복잡계의 문제들이다. 이 문제들을 솜씨 있게 다루는 이들이 바로 통계물리학에 뿌리를 둔 연구자들이다. 고체가 액체가 되고 액체가 기체가 될 때 무수한 분자들이 무작위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연구하고 계산해내던 통계물리학자들은 최근 경제물리학자, 구조단백체학자 등으로 놀라운 변신을 하고 있다.

●게임에서 시작된 복잡계 연구성과
-브록만 박사 등의 연구는 분자 확산을 설명하는 아인슈타인 확산법칙과 비교해 사뭇 다른 점들을 시사한다. 아인슈타인 확산은 분자들이 두 배 멀리 퍼질수록 시간이 제곱만큼 소요된다고 요약된다(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통계청에서 일하던 1905년 분자의 확산 이론은 발표했다). 즉 분자들이 1m 퍼지는데 10초가 걸렸다면 10m 퍼지는데는 16분, 100m 퍼지는데는 2시간 46분이 걸린다.



-브록만 박사 등은 '조지는 어디에?' 사이트에 수록된 100만여건의 지폐 이동 데이터를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얼마나 멀리 움직였는가 라는 시간, 거리 척도에 따라 입력해 분포곡선을 그려 방정식을 구했다. 그 결과 공간적으로 지폐의 이동은 짧은 거리를 자주 움직이지만 간혹 먼 거리를 도약하는 멱급수(冪級數)함수로 설명되며, 속도에 대해선 초확산(super-diffusive spread)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아냈다(*무슨 말인가?). 아인슈타인 확산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도 가까운 동네에서의 움직임이 아닌 전세계적 범위에서 그렇다. 이는 당연히 현대인이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세계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의 초확산 분포는 전염병 확산을 예측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2004년 전세계가 사스의 공포에 휩싸였던 것은 질병 자체가 치명적이어서가 아니라(사스의 사망률은 독감이나 폐렴보다 낮다) 전염 범위와 속도가 유례없이 넓고 빨랐기 때문이었다. 김승환 교수는 "게임 사이트가 방대한 로 데이터(기초 자료)를 제공했고, 현대인이 초확산법칙을 따라 여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점에서 현대에서나 가능한 흥미로운 과학"이라고 말했다.(김희원 기자)

06.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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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9-08 15:56   좋아요 0 | URL
김희원 기자의 기사는 저도 잘 보고 있습니다. 집에서 한국일보를 보거든요. 여기서 만나니까 반갑군요. :)

로쟈 2006-09-08 20:05   좋아요 0 | URL
저는 황우석 사태 때 논리적인 분석기사로 처음 이름을 기억해두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