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출간된 미술책들 가운데 생각만 해두고 있다가 흘려보낸 책은 브리타 벵케의 <조지아 오키프>(마로니에북스, 2006)이다. 간단한 소개에 따르면 "화려한 색채 속에 관능을 숨겨놓은 꽃그림으로 유명한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대표작들을 모아 정리해 보여"주는 책. '스포츠칸'의 연재기사 '미술 속의 에로티시즘'이란 제하의 연재기사 중 오키프를 다룬 기사를 몇몇 이미지들과 함께 옮겨놓는다. 산타페 이야기를 곁들여서.

 

  

 

스포츠칸(06. 04. 09) 꽃에서 풍기는 '은밀한 추상'   

 

-금세기 미국이 낳은 위대한 여류화가, 에로틱의 상징 조지아 오키프(1887∼1986). 사람들은 그녀를 디에고 리베라의 프리다 카를로와 비교한다. 그녀의 삶과 예술이 워낙 특별하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인근의 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시카고와 뉴욕에서 공부하고 그래피스트와 강의로 활동했다. 평범했던 그녀의 30대는 사진작가이자 화상인 52살의 스티클리츠(*아래 사진)를 만나면서 역전됐다. 친구가 그녀의 작품을 뉴욕의 화랑 291에 소개한 것이다.



-이때 스티클리츠는 “사진은 예술을 모방할 게 아니라 당당히 예술을 파먹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카소, 마티스, 몬드리안 등을 소개하는 전위적인 화상이었다. 그는 오키프를 보자마자 한눈에 대단한 여자가 등장했다며 그녀의 광기를 알아보았고, 그의 덕택으로 세계적 거장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유명화가가 되었다.(*아래는 스티클리츠가 찍은 조지아 오키프의 누드, 1919)



-오키프는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즐겨 그렸는데 특이하게 여성의 음부를 닮은 산과 바위, 짐승의 두개골과 뼈, 조개껍데기, 도시에 거대하게 솟아오른 빌딩들은 그녀가 특히 사랑한 풍경이었다. 이것들은 거대한 남근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그녀의 본격적인 작품은 거대한 꽃에서 화려하게 꽃피었다.

-“나는 마음에 드는 꽃이 있으면 꽃을 꺾었고 조개껍데기, 돌멩이…, 이런 것들을 가지고 광활한 이 세계의 경탄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여기 ‘검은 붓꽃’처럼 그녀는 “꽃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가 본 것을 그리겠다. 사람들이 놀라서 그것을 쳐다볼 시간을 갖도록 꽃을 아주 크게 그린다”라며 화폭 전체에 꽃을 그렸다. “사람들은 왜 풍경화에서 사물들을 실제보다 작게 그리느냐고 묻지는 않으면서, 나에게는 꽃을 실제보다 크게 그리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하는가?”라고 그녀는 되물을 정도였다.



-스스로 “꽃 자체를 그렸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꽃에서는 어렵지 않게 ‘신비하며 아름다움과 함께 이상하고 음침하며,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여자의 이미지와 생식기의 에로틱한 모습이 연상된다. 빨간 칸나와 함께 이 검은 붓꽃도 꽃의 이미지에 충실하며 여성의 한 부분이 강렬하게 떠올려지는 작품이다.



-그녀는 종종 텍사스의 사막으로 갔지만 남편은 한번도 그곳을 가지 않았다. 그들이 나눈 사랑의 편지는 무려 1만1천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그들의 사랑은 끈끈했다. 스티클리츠가 죽고 오키프가 85세일 때 그녀는 50년 연하의 남자 해밀턴을 만나 13년을 함께 살았다.



-오키프는 젊은 애인에게 재산의 3분의 2를 주었고, 그 둘이 어떤 관계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녀는 2,000여점의 작품과 65억달러의 유산을 남겼고, 그리하여 그녀는 산타페에 미술관을 가진 미국의 유일한 여류화가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산타페에 대해서 조금 더 보충하자면, "허름한 폐광촌이었던 이곳이 예술인 도시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 덕분. 20세기 미국 미술계의 독보적 존재로 추앙받는 오키프는 1917년 기차여행 때 이곳을 만난 뒤 매년 여름을 이곳에서 보내다 62세 때인 1949년부터는 아예 정착해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지난주 기자가 찾은 오키프 미술관(www.okeeffemuseum.org)은 평일인데도 관람객들로 붐볐다. 1997년 한 독지가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이 미술관은 불과 7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매년 여러 나라에서 온 17만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동아일보, 05. 09. 27)

 

 

내가 아는 산타페는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사진집 <산타페>(1991)의 산타페와 복잡성과학 연구의 산실 '산타페연구소'의 산타페이다. 조지아 오키프는 그 대모(代母)격인 셈. 가장 관능적인 도시에서 복잡성을 연구한다? 제법 그럴 듯하군...

 

06.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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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7-1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키프의 그림은 혼자 보면서도 왠지 삐쭉 삐쭉 거리게 된다니까요.ㅎ

로쟈 2006-07-12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좋다는 말씀이신가요?..

드팀전 2006-07-1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민망하다는 거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