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러시아문화의 이해' 시리즈이다. 예전에 한국인이 러시아에 대해 갖고 있는 갖고 있는 상투형, 상투적인 이미 지 혹은 고정관념 세 가지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걸 좀 보완하겠다. 일단 모스크바 통신의 한 대목을 옮겨놓겠다.





한국인이 러시아에 대해 갖고 있는 상투적인 이미지 혹은 관념 세 가지는 크레믈린, 보드카, 그리고 러시아 미인들이다. 그래서 보통 한국인들의 모스크바 관광코스는 크레믈린의 붉은 광장에 가서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앞 볼쇼이극장에서 발레공연을 보고, 한국 가라오케에서 러시아 여성들의 접대를 받으며 보드카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한편으로 관광객들이 선물로 가장 많이 사 가는 것도 보드카와 러시아 민속인형인 마트루슈카이다. 이미지들을 나열해 보면, 먼저 크레믈린.

그리고, 볼쇼이극장에서의 공연 관람. 레퍼토리는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이면 금상첨화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보드카. 한국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보드카인 '스탄다르트', 그리고 한국인이 상상할 법한 러시아 여성(만지지는 마시길).

지난 학기(2004년 1학기) 수업시간에 그런 얘기를 했더니, 세 번째에 대해서는 담당 교수나 동료 학생들(독일 학생들이었는데) 아무도 동의를 하지 않았다(그걸로 봐서, 러시아 여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념은 일종의 판타지이다. 이스라엘에도 그런 판타지가 있는 모양인데, 며칠 전에는 러시아여성들은 이스라엘 접객업소에 팔아넘긴 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그들이 ‘미인들’의 나라로 꼽은 건 프랑스나 스페인 등이었다(한편으로 러시아 남자들은 동양에서 온 ‘평범한’ 여학생들을 예쁘다며 추근거리기도 한다). 물론 최근에는 늘씬한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가 한국인이 상상하는 러시아 여성의 '표준치'일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러시아 여자들이 평균적으로 (같은 서양이라도) 미국 여자들보다는 아름다운 편이다. 그건 키가 크고, 눈이 크고(속눈썹이 유난히 길다), 콧대가 높으니까(거기에다 더 최악인 건 지성미마저 풍길 때이다), 그런 걸 미의 기준으로 갖고 있는 한국인의 안목에서는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 여성들 대부분이 미인축에 드는 것은 아니며(어느 나라, 어느 인종이건 상위 5% 정도는 다 아름답다), 그나마 요즘은 미인들의 대부분이 (1)해외에 나가 있거나 (2)벤츠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두 가지 유력한 설이다) 길거리에서 ‘아찔한’ 미인들과 마주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전혀 없지만 않을 따름이다.
그렇다고 그런 미인들과 마주치면 또 어쩔 텐가? 당신은 ‘아름다움’을 견뎌낼 수 있는가?!(추(醜)만이 우리를 고문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더 견딜 만한 건 ‘넓게 보아’ 아름다운 쪽 정도이다(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그 정도에 만족할 일이며, 혹 당신이 러시아에 온다면 엉뚱한 기대는 하지 말 일이다. 뭐라, 결혼을 하겠다고? 영화 <버스데이 걸>(2001)을 따라서 인터넷으로 주문해 보시길. 당신을 수갑 채워줄 러시아 여인이 배달될지도 모른다. 당신의 판타지 속에서...

06. 03. 07.
P.S. 본문에서 제시한 상투형은 아무래도 '남성 버전'인 듯하다. 여성 버전을 잠시 상상해보면, 시베리아의 자작나무숲은 어떤가(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참조할 수 있겠다). 혹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실제로 타본 사람은 절대로 아무도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름날의 백야. 사진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거기에 페테르부르크의 여름 정원.

끝으로 '삶에 혹독함에 굳어버린 얼굴들'. 일리야 레핀의 '볼가강의 배끄는 사람들'(1873). 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