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슬로베니아 라캉학파'로 소개되고 있는 지젝과 그의 친구들, 곧 류블랴나의 '이론정신분석학회' 멤버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이미지를 옮겨둔다. '모스크바통신'에 있던 내용에 약간의 첨삭을 가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소개내용을 갖고 있지만 당장은 옮길 만한 여력이 없다. 이 필자 소개는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의 러시아어본을 참조한 것이다(이 책의 러시아어판은 2004년 로고스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분량은 336쪽이고, 1,000부 발행. 개인적으론 모스크바의 기숙사방에서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던 책이다). 

전체 7명이 번역자로 참여하고 있고, 이 중 세 사람이 편집을 맡았는데, 기본적으로는 지젝의 영어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류블랴나 학파 사람들의 글로만 묶어놓은 것이 영어본과의 차이점이다. 그래서, 영어본과 우리말 번역본에 들어가 있는 시옹, 보니체르, 제임슨의 글들이 빠지고(이들의 글에 대해서는 부록에서 요약해놓고 있다), 대신에 보조비치의 글 하나와 지젝의 글 세 편을 더 싣고 있다. 원래 지젝이 편집한 영어본도 슬로베니아어본을 근간으로 한 것인데, 슬로베니아어본은 2권짜리이다. 따라서, 더 들어간 보조비치나 지젝의 글 중 일부는 이 슬로베니아어본에만 들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영어본/한글본과 다르게 더 들어간 보조비치의 글은 '벤담과 히치콕'이고, 지젝의 글은 <삐딱하게 보기>에 들어가 있는, 히치콕에 대한 두 편의 글과 “Is There a Proper Way to Remake a Hichcock Film?”이다. 그러니까 히치콕에 대해서 지젝을 위시한 류블랴나 학파의 대표적인 글들이 모두 모아져 있는 것이 이 러시아어본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의 맨마지막 쪽에는 지젝과 그 일당들에 대한 역자(A. 스미르노프)의 간략한 소개가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을 잠시 옮겨보겠다.

먼저, 작년에 나온 지젝의 대담집(왼쪽 사진, 오른쪽은 러시아어본 <상호수동성>)에서도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 ‘학파’의 공식명칭은 '이론 정신분석학회'(영어로는 ‘Society of Theoretical Psychoanaysis’쯤이 될까?)이고, 이걸 러시아에서는 그 근거지 명칭을 따서 ‘류블랴나 학파’라고 부른다(지젝에 따르면, 처음에 이건 학회/학파라기보다는 그냥 자신과 돌라르가 가끔 만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자신이 회장이고, 돌라르가 부회장!). 이하의 내용은 번역이다.

'이론 정신분석학회' 혹은 '류블랴나 학파'는 1980년대 초에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과 믈라덴 돌라르의 활동의 결과로 형성되었다. 하지만, 그 초석은 1970년대 후반, 지젝과 돌라르가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의 텍스트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번역할 때 놓여졌다. 논문모음집인 '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Lacan (But were afraid to ask to Hichcock)'(London;New York: Verso, 1992)는 이 그룹(여기에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밀란 보조비치, 알렌카 주판치치, 즈드랍코 코베, 레나타 살레츨 등이 또한 가담한다)이 영미 비평계에서 광범위한 명성을 얻게 되는 첫번째 책이 되었다. 이 책에는 영화감독 히치콕에게 바쳐진, 슬로베니아어로 출간된 두 권의 모음집에 실린 논문들이 들어가 있었다. 이 라캉 철학 그룹의 공동작업의 계속적인 결과들은 테마별 모음집으로 출간됐다: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응시과 목소리>(1996), <코기토와 무의식>(1998), <섹슈에이션>(2000)(*이 책들은 모두 듀크대학출판부에서 나오고 있으며 지젝과 살레츨이 편집을 맡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대표적인 학파 구성원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고 있는데, 별다른 첨삭없이 정리해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미란 보조비치(1957년 8월 12일생)는 류블랴나에서 태어나서 류블랴나대학 철학부에서 공부했다. 1996년부터 류블랴나대학 조교수(혹은 강사)로 있으며, 전공은 17-8세기 유럽철학사이다. 그의 책으론 <암흑지점(An Utterly dark spot)>(영어본, 2000/ 국역본, 2004)이 있다.

*믈라덴 돌라르(1951년 1월 29일생)는 마리보르(?)에서 태어나서 류블랴나대학의 철학부와 파리 8대학(1979-80), 그리고 웨스트민스터대학(1989-90)에서 공부했다. 1996년부터 류블랴나대학 철학부 조교수(혹은 강사)이며, 전공은 독일고전철학, 구조주의, 정신분석이다. <이론 정신분석학회>의 부회장. 저서로는 <헤겔의 정신현상학1, 2>(1990, 1992)가 있다(*돌라르의 이 주저들은 슬로베니아어로 씌어진 것인데, 예고만 되고 아직 영역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1949년 3월 21일)은 류블랴냐에서 태어나 류블랴냐대학의 철학부에서 공부했다. 1979년부터 1998년까지 ‘사회학과 철학 연구소’(1992년부터는 ‘사회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했다. 1998년부터는 류블랴나대학의 철학부 연구원이다. <이론 정신분석학회>의 창립자이자 회장. 러시아어로 번역된 그의 저작은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1999),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2002), <무너지기 쉬운 절대성>(2003), <레닌에 대한 13가지 경험>(2003)이 있다.

*알렌카 주판치치(1966년 4월 1일생)는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 철학부에서 공부했다. 철학연구소의 연구원이며, ‘현대철학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녀의 책으론 'The Shortest Shadow: Nietzsche’s philosophy of the two' (2003)이 있다(국역본은 <정오의 그림자>).

여기까지가 소개인데, 주요 멤버인 레나타 살레츨에 대한 소개가 없는 것이 특이하다(지젝의 두번째 부인이기도 했다). <사랑과 증오의 도착들> 러시아어본 뒷표지에 간략하게 실린 소개로 대신해보면, “레나타 살레클은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서 류블랴나의 <이론 정신분석학회> 대표자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류블랴나대학의 범죄학연구소와 미국의 미시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지젝과 이 류블랴나 학파의 주요 소개 창구는 ‘후도줴스트벤느이 주르날’(‘예술저널’)이며, 살레츨의 <도착들>과 지젝의 <부서지기 쉬운 절대성>을 러시아어로 옮기고 서문을 쓴 빅토르 마진(V. Mazin)이 이쪽의 전문가라 할 만하다...

06.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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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슬로베니아 라캉학파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8-15 17:19 
    지젝과 그의 친구들을 흔히 'Slovenian Lacanians'라고 부른다. '슬로베니아 라캉주의자들' 혹은 '슬로베니아 라캉학파'라고 옮길 수 있겠다(이들에 관해서는 언젠가 '지젝과 그의 친구들'이란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얼마전에 나온 사라 케이의 <슬라보예 지젝>(경성대출판부, 2006)의 서론에서 이들에 대한 한 문단을 읽다가 '이해되지 않는' 오역들이 눈에 띄어서 교정해둔다.   "지젝은 뛰어난 사상가이다
 
 
비로그인 2006-02-2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학자들이 상당히 한 미모(!)하는 군요. 특히 늑대같이 생긴 지젝에 비해서....(미녀와 야수?)

로쟈 2006-02-2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데, 미모 이상의 특출한 지성의 소유자들입니다. 좀 불공평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