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모차르트와 쇼스타코비치는 친숙한 이름이다. 이 두 '천재 음악가'에 대한 칼럼을 아침 신문에서 읽었다. 한국일보에 연재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특히 초점이 맞춰진 것은 두 사람이 남긴 현악사중주 수작들. 내가 곡의 번호까지 기억할 리는 없지만, 필시 우리 귀에 익은 연주곡들일 터이다. 이들의 선배 음악가인 하이든은 83개의 현악사중주를 남겼다고 하는데, 양적으론 거기에 미치지 못해도, 이 두 후배 또한 상당 수의, 그리고 상당한 수준의 현악사중주를 작곡했다 한다.

 

  

 

 

우리의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경우 전체 23개의 현악사중주를 남기고 있는며, 그 중 '불협화음 사중주' 를 포함하여 그가 하이든에게 헌정한 여섯 곡, 즉 '하이든 현악사중주'가 유명한 듯(<사냥>이란 곡이 특히 유명하다고). 이후의 작품 가운데는 연주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음표들이 가득차 있다고 하는데, 특히 마지막 21번과 23번이 압권이라고. 필자가 소개하는 영화 <아마데우스>(1984)의 일화: (황제 왈) "음... 뭐랄까, 다 좋은데 음표가 너무 많아." (모차르트)"전 필요한 만큼만 썼는데요. 그렇다면 정확히 어디가 많았나요?" 이에 황제는 더듬거려지만, 실제로 연주해보면 황제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영화 <아마데우스>의 사운드트랙이 내가 산 몇 안되는 모차르트 음반 같다. 그 영향이겠지만,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모차르트의 음악은 레퀴엠이다.

 

 

 

 

참고로,  모차르트의 천재에 대한 살리에리의 질투라는 테마를 극화한 작품으로 푸슈킨의 소비극 중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있다(<아마데우스>의 시나리오 작가는 참조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말로는 푸슈킨 전집 중 희곡 파트에 들어 있는데, 가령 <보리스 고두노프>(열린책들, 1999/2001) 같은 책을 참조할 수 있다. 이 짤막한 작품은 러시아에서 TV용 영화로도 만들어져 있으며 나는 그 비디오CD를 소장하고 있다. <아마데우스>와 마찬가지로, 살리에리의 아주 긴 독백으로 시작한다.  

 

 

 

 

모차르트의 또 다른 영화음악으로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에서의 클라리넷 연주가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데우스>는 고등학교 때 단체관람을 했던 듯하고, 아이작(이자크) 디네센 원작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요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학력고사를 보고 난 고3 시절에 종로에 있던 명보아트홀에서 본 기억이 생생하다(디네센의 책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바베트의 만찬>에 국내에 소개돼 있다. *거기에 <일곱 개의 고딕이야기>가 더 보태졌다). 강수연 주연의 <씨받이>가 예고편이었다.   

모차르트와의 기억할 만한 또 다른 만남은 1990년 여름에 TV에서 본 프랑스 뒤세네 남매(Isabelle & Paul Duchesnay)의 아이스댄싱이었다. 그들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한 대목에 맞추어 춤을 추었는데, 비록 러시아 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이들의 춤은 내가 이제껏 기억하는 최고의 아이스댄싱이었다(춤추는 걸 보며 눈물을 흘린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단편적 이미지가 운동으로서의 춤을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아쉬운 대로 옮겨본다. 여하튼 그런 게 내가 기억하는 모차르트이다. 아니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게 더 있긴 하다. 딸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태교에 좋다고 해서 구입한 건지 어떤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하여간에 <모차르트 이펙트>(황금가지, 1999)도 나의 장서 중의 한권이다. 그렇다고 물론 모차르트가 집안에 넘쳐흘렀던 건 전혀 아니고 책은 어디 박스에나 들어가 있는 듯하다.

 

 

 

 

모차르트 관련서로 내가 한번 읽고 싶은 책은 최근에 나온 <모차르트와 함께 한 내 인생>(문학세계사, 2005)이다. 작곡가 모차르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에세이인데, 저자인 프랑스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가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 모차르트의 음악 중 16곡을 직접 선곡하고 각각의 곡에 대한 추억을 들려준다"고. 본문에 소개된 16곡을 한 장의 CD에 담아 부록으로 실었다고 하니까 초심자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듯하다. 그리고 역시나 프랑스의 작가이나 비평가 필립 솔레르스의 <모차르트 평전>(효형출판, 2002). 책은 필립 솔레르스의 '진정한 모차르트를 찾아 떠난 여행'의 기록이라는데,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아 곳곳을 순례하고 그가 남긴 편지들의 어구를 되새기며 끝없이 그의 음악들을 철학적, 시적으로 해석한다." 전방위 지식인인 저자는 그 유명한 쥴리아 크리스테바의 남편이기도 하다.

다시 칼럼으로 돌아가서 이어지는 대목을 읽어본다:  "현악사중주 역사에 뚜렷한 획을 그은 모차르트는 다음 세대를 이어갈 무뚝뚝한 꼬마에게 확실한 바톤을 넘겨주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베토벤이 그 위대한 곡들을 남길 수 있었으랴. 그 후에도 많은 작곡가들이 돈벌이도 별로 안 되는 사중주를 쓰며 자신의 숭고한 작품집을 완성시켜나갔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천재는 20세기에 들어서야 그 빛을 드러내었다. 바로 쇼스타코비치다."

 



 

쇼스타코비치(1906-1975)란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올려주는 이는 몇 해 전 세상을 버린 한 친구이다. 클래식 애호가였던 그가 가장 좋아했던 러시아 작곡가가 쇼스타코비치였고, 덕분에 나는 그의 교향곡이나 협주곡 등에 대해서 귀동냥을 할 수 있었다. 기억에 그는 LP음반으로도 쇼스타코비치 컬렌션을 가지고 있었고, 몇 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혁명'이란 제목이 붙은 교향곡을 그의 방에서 틀어주기도 했었다.

그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을 15개나 쓴 작곡가이지만, 현악사중주도 딱 15개를 남기고 있다(한 연구자에 따르면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며 이 두 양식에 대한 쇼스타코비치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그는 "모차르트를 의식한 듯한 간결한 1번을 쓰자마자 2, 3번부터 교향곡에 버금갈 정도의 웅장한 현악사중주들을 써내려갔다. 그의 초기 현악사중주들은 초기작인지 후기작인지 헷갈릴 정도로 기가 막힌 스타일들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11번부터 14번까지는 그의 작품들을 초연했던 ‘베토벤 사중주단’ 멤버에게 하나하나 헌정했다. 11번은 제2바이올린에게, 12번은 제1바이올린, 13번과 14번은 각각 비올라와 첼로 주자에게. 이토록 현악사중주에 애착을 가진 이가 또 있을까. 다 듣기엔 너무 많으니 한 곡만 추천해 달라고? 역시 제목 없는 2번의 마지막 악장을 들어보라.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이 저리 가랄 정도로 멋지다." 그 멋진 음악을 나도 한번 구해서 들어봐야겠다.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두번째 기억은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의 주제가와 관련된다. 오래전 영풍문고 종로점에 들렀을 때 주제가로 쓰인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2번 중 왈츠가 반복해서 들려왔는데, 아마도 음악 담당자가 당시에 좋아했던 곡인 모양이었다(서점에 머물던 시간 내내 반복해서 들려왔다). 당시엔 누구의 음악인지도 몰랐지만, 왠지 러시아 음악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게 쇼스타코비치였다. 나는 영화의 비디오CD와 사운드트랙을 모두 갖고 있기에 수시로 들을 수 있는데,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곡이 아닌가 싶다. 

 

 

 

 

쇼스타코비치 관련서로 나온 건 두 권인데, 그 중 솔로몬 볼코프의 <증언>(이론과실천사, 2001)은 이 작곡가에 대한 많은 자료와 증언을 제시해준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니 대부분은 신빙성이 없다고 한다. 볼코프는 러시아의 망명 음악가이지만 프리랜서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시인 브로드스키와의 대담집도 갖고 있다), 그의 '증언'에는 각색된 픽션도 가미돼 있어서 러시아  음악학자들이 아주 싫어한다고(볼코프는 페테르부르크 문화사에 대한 책,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책 등도 갖고 있으며 러시아어로 다 소개돼 있다).

그럼에도 <증언>은 우리말로 접해볼 수 있는 가장 상세한 문헌이므로 그런 점을 얼마간 감안하고 읽으면 되겠다. 쇼스타코비치는 1928년 약관 22세에 당대 최고시인 마야코프스키의 풍자 드라마 <빈대>의 음악을 맡기도 했었는데, 두 걸출한 예술가가 조우하는 장면도 <증언>에는 기록돼 있기 때문에 전공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이긴 하다. 내년에 좀더 정평있는 전기가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그런 기대를 가질 만한 것이 "내년 2006년은 이 두 천재 작곡가의 해다. 모차르트는 탄생 250주년이며, 쇼스타코비치는 탄생100주년이다." 이것이 사실 내가 굳이 이런 내용의 페이퍼를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 2006년이 이제 한달 남았다!..

05.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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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1-3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차트르 레퀴엠 제가 강추하는 음반이 있습죠.

1996 Digital
HARMONIA MUNDI



Requiem in D minor KV 626
MOZART
Philippe Herreweghe (conductor)
Orchestre des Champs Elysees



 

 

 

 

 

 

함 들어보시면 좋을 듯.


비로그인 2005-11-3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club.nate.com/classicalmusic 네이트 고전음악 동호회
이 사이트에 가면 저작인접권이 말소된 음반 (녹음된지 50년이 넘었거나 연주자가 사망한지 30년이 넘은 음반 등.) 200여 장을 공짜로 다운 받을 수 있더군요. 참 좋습니다.

로쟈 2005-12-0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제가 음악보단 역시 책을 더 좋아하지만, 둘이 안 친할 이유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