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뜻밖의 DHL 택배가 와서 놀랐는데, 지난 11일 러시아 온라인 서점에 주문한 책이 4일만에 도착한 때문이다. 일반 우편으로는 2-3주 걸리던 것이 DHL로는 4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 처음 이용한 것이라 예전에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러시아 책을 일주일 안에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은 꽤 고무적이다. 게다가 과거보다 루블화가 많이 떨어져서 지금은 절반 수준이라(현재 1루블은 20원 가량이다. 2004년에는 40원이었다) 예전 환률로 생각하면 배송비 정도는 그냥 빠진다. 루블 책값에 40원을 곱한다고 생각하면 대략 맞는 것이다.
주문했던 책은 라캉과 바디우의 러시아어 신간과 함께 아감벤의 책 세 권, 그리고 한병철의 책이다. 아감벤은 예전에 몇 권 러시아어본을 구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보태자면 대략 5-6권을 갖고 있는 셈이 됐다. 이번에 받은 건 2013년과 2014년에 나온 것들로 한국어판으로 하면 <빌라도와 예수>(꾸리에, 2015)와 <장치란 무엇인가>(난장, 2010), 그리고 <세속화 예찬>(난장, 2010)이다. 사실 이 책들을 영어판으로 주문하려다가 영어판은 인터넷에서도 읽어볼 수 있기에 러시아어판을 구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눈에 띄어서 구한 것이 한병철의 <투명사회>(문학과지성사, 2014) 러시아어판이다. 독어판은 2012년에 나왔으며 러시아어판은 한국어판과 마찬가지로 작년에 출간됐다. 괴테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나왔는데, 모스크바의 로고스 출판사 간. 60쪽 분량이고 1,000부를 찍었다. 한병철의 책으로 현재까지는 유일한 러시아어본이다. 저자 소개는 러시아어와 영어 두 종류인데, 이렇게 돼 있다(한병철의 러시아어 표기는 '뷴-출 한'이다).
한병철 - 현재 독일의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의 한 사람으로 베를린예술대학 교수이며 20여 권의 저작을 펴녔다.(러시아어)
한국 출신의 가장 급진적인 독일 사상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책들은 짧지만 발본적이며 매우 풍부한 견해를 담고 있다. 그는 열정적인 사상가로서 과장법이 자신의 문체적 기법이라고 말한다.(영어)
<투명사회>는 <심리정치>(문학과지성사, 2015)와 함께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나머지 세 권을 읽은 셈이군). 러시아어본도 구한 김에 이번 여름에 읽어봐야겠다. <시간의 향기>(문학과지성사, 2013)는 작년에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투명사회>나 <심리정치>도 2학기에는 강의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15. 0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