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발표한다고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한 명의 작가'가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는 특별한 제의(ritual)이기도 하다. 이번엔 한국 시인/작가의 수상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데(이런 분위기라면 올해가 아니더라도 예상보다 빨리 우리는 노벨상 수상작가를 갖게 될 듯하다) 그럴 경우 특정한 작가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는 '한국문학'에 주어지는 상이라는 성격이 더 강할 것이다. 그때 '한국문학'이란 (1)'한국어로 씌어진 문학'이면서 (2)'외국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을 가리킨다. 문학상의 심사위원 누구라도 한국어로 우리 작품들을 읽(었)을 리는 만무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문학이란 '존재'는 즉자적이면서도 (번역에 의해 매개되는) 대자적인 존재이다. 즉, 즉자-대자적 존재이며, 이때 번역은 한국문학의 본질적인 규정항이다. 그거 없이 (한국)문학은 존재하지 않는다(사실, 사카이 나오키를 따라서 보다 일반화하자면, 번역 없이는 주체도 없다). 

 

 

 

 

한글날도 들어 있고 해서 해마다 이맘땐 한글이나 한국어 관련서들이 여러 권 출간되는 듯하다. 그런 사정도 고려하여 첫번째 꼽은 건 최경봉 교수의 <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이다. '최초의 국어사전 만들기 50년의 역사'란 부제가 내용을 어림짐작하게 해주는데, 소개에 따르면 "우리말 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 50년 동안의 길고 험난했던 전 과정을 최초로 집중 조명한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직후에 이르기까지 민족사의 격동기에 오로지 우리말 사전 편찬 하나에 온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의 좌절과 고통, 그리고 완성의 기쁨이 담담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거기에 내가 더 보탤 말은 없다(굳이 보태자면, 저자는 '우리말의 죽음'에 관한 책도 공저로 썼다는 것. <한국어가 사라진다면>(한겨레신문사, 2003)이 그것이다).

한국어와 관련한 또다른 현대사, 혹은 야사로서 고길섶의 <스물 한 통의 역사진정서>(앨피)도 꼽아둘 만한 책이겠다. 책의 형식에 대해서 말해주는 제목은 내용에 관해서는 별반 말해주는 바가 없는데, 소개에 따르면 "이 책에는 갖가지 형태로 된 언어가 주제어로 등장한다. 우리가 쓰는 일상어와 유행어.영어.특정 표현.한자.한글 등 '협소한 의미의 말'뿐만 아니라, 삐라.국가보안법.근로기준법.저항시.국어사전.한글맞춤법.문법 등 언어를 매개로 구성된 각종 역사적 사건과 지표 등 '광의의 말'이 망라돼 있다." 거기서 저자가 끄집어내려고 한 것은 이 말(언어)를 매개로 한 한국 현대사의 '권력투쟁'이다. 요컨대, "사실 우리 현대사에서 말(언어)과 역사의 관계는, 말하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의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직후 '삐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력,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뿌려주었지만, 그 이후 전개된 상황은 이 상상력과 권리를 뺏고 빼앗기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는 것.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보다 확장시키고자 하는 독자라면, 언어학자 장영준 교수의 <언어 속으로>(태학사)를 참조해볼 만하다. 책은 한국어를 매개로 한 알기 쉬운 언어학 입문서인데, "발음, 어원, 어형, 통사, 의미 등 다양한 분야의 언어학적 이론들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더불어 "우리말의 유래에 관한 학문적 발견들을 제시하고, 어휘의 음운변화 및 의미분화의 과정을 밝힌다. 북한어에서의 모음변화, 모음조화, 표기법 등도 함께 소개했다." 서점에서 들춰본 결과 편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혹 그 책을 읽다가 보다 '학문적인' 관심을 갖게 된 독자라면 김진우의 <언어>(탑출판사, 2004)를 펼쳐보시길. (교수신문에 따르면) 이미 '우리시대의 고전' 반열에 올라와 있는 언어학 입문서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어려운 건 아니어서, 학부에서 '일반언어학 입문' 강의를 들을 때 제일 처음 교재로 사용했던 책이다(너무 쉬운 책이어서 나는 '언어학'이란 게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지 의아했었다. 물론 이후에 일반언어학을 하려면 10개 국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말에 기가 죽긴 했지만). 작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언어에 대해서 알고 사랑하기 위해서 반드시 '언어학'을 공부해야 하는 건 아니다. 좀더 느긋하고 감칠맛 나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언어학과 출신의 작가/언론인 고종석의 책들을 애독해보시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감염된 언어>(개마고원, 1999)이지만,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문학과지성사, 1996), <국어의 풍경들>(문학과지성사, 1999), <언문세설>(열림원, 1999) 모두 지적인 산문으로 씌어져 있으면서 우리말에 대한 시적인 사랑이 넘쳐나는 책들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고종석은 몇 달 전부터 한국일보 지면에 매주 수요일 '시인공화국'을 전면으로 연재하고 있다(해서 나는 매주 화요일, 수요일에는 한국일보를 본다. 화요일자엔 '나는 왜 공부하는가'와 시인 강정의 '나쁜 취향'이 연재된다).

매주 한 시인, 혹은 한 권의 시집 읽기를 선보이는데, "요즘도 시를 읽나?"라고 생각하는 '교양 없는' 독자라면 이제라도 그의 시 읽기에 동행하면서 우리말과 시에 대한 사랑을 배워보시길 바란다. 사유는 언어라는 옷을 입고 있는바, 입는 옷만 패션을 따지지 말고 자신이 입은 사유의 옷이 혹 누더기는 아닌지 우리는 가끔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군말 하면 잔소리지만, 시란 게 바로 언어의 '명품' 아닌가. 비록 엽기시 같은 '전위적인' 명품도 있지만). 잘만 하면, 우리도 하이데거나 데리다 같은 사유의 거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로 사유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최근에 나온 시비평집도 한권 소개하기로 하자. 얼마전 시집 <마징가 계보학>(창비)을 냈던 시인 겸 평론가 권혁웅의 <미래파>(문학과지성사)가 그것이다. 제목만으로는 책이 비평집이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듯한데, 영어로는 'Futurism'이라고 하는 '미래파' 혹은 '미래주의'는 지난 세기초 이탈리아와 러시아에서 각각 발흥했었던 전위적(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을 가리킨다. 마리네티 등이 주도했던 이탈리아 미래파에 대해서는 <미래주의>(열화당, 2003)란 책이 요긴한 안내서로 보인다. 저자는 이 미술운동이 "전통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거의 것이나 낡은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 속도, 기계, 전쟁 등을 찬양하고 무정부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자국과 유럽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평가한다." 러시아의 경우에, 미래파의 주동자는 마야코프스키 같은 시인들이었다(물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합류했지만). 그들의 선언문을 포함하고 있는 책이 <대중의 취향에 따귀를 때려라>(책세상, 2005)이며, 책제목은 그대로 '미래파 선언문'의 제목이기도 하다(한번 맞아볼텨?).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새비평집의 제목을 감당할 만한 전위적인 시운동(이건 정치운동과 분리되지 않는다)이 과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해서, 우리의 '미래파'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말 그대로의 미래파이다. 저자의 말을 잠시 옮기면, "나는 여전히 시의 역사가 감각의 역사라고 믿고 있으며, 그래서 시사의 기술은 전대 시인과 후대 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감각의 주고받음, 곧 시적 영향의 수수관계에 대한 해명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감각적 현실이 이후의 감각을 보증하고 예견하는 것, 시는 그런 형식으로 발전해 왔다." 해서, 새로운 시는 새로운 감각(들뢰즈의 용어론 'sensation'), 새로운 센세이션을 보증하고 예견하는 시이기도 할 테다. 겨우 그런 게 너희가 느끼는 세계인가?, 라고 우리를 다그치며 따귀를 때려줄 시인들을 우리는 기다린다.  


 

 

 

세번째 책은 거꾸로 과거에 관한 책이다. 중세학의 대가로 인정받는 자크 르 고프의 <중세를 찾아서>(해나무)가 그것인데, 소개에 따르면 "중세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프랑스 역사학계의 거장 자크 르 고프의 학문적 여정을 집약해놓은 대담집이다. 이 책은 열정적이면서도 읽기 쉬운 문체로 감춰져 있던 혁신적인 모습의 중세, 종말론 때문에 두려움에 떨면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던 중세의 정신을 오롯이 그려내고 있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장-모리스 드 몽트르미가 대담을 정리했다." 중세는 사실 나의 직접적인 관심사가 아닌데, 특별히 이 책을 고른 건 '대담집'이기 때문이다(나는 '거장들'의 대담집을 좋아한다).

르 고프의 책은 이미 여러 권이 소개돼 있는데, 내가 갖고 있는 건 <서양중세문명>(문학과지성사, 2001)과 <연옥의 탄생>(문학과지성사, 2000) 등이다(물론 아직 완독하지 못했다). <서양중세문명>은 작년에 러시아어본이 나왔는데, 국역본보다 더 크고 더 두꺼운 판본이다(이 러시아어본에 대한 한 현지 서평은 러시아의 중세사에 대해선 이 만한 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었다). <연옥의 탄생>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연옥', "즉 '제3의 처소'에 대한 신앙이 고대 유대, 기독교 이래 수세기에 걸쳐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추적하고, 중세유럽 문명의 개화기인 12세기에 탄생한 이후 급속히 발전한 과정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책이다. 개인적으로 르 고프보다 좋아하는 중세사가는 네덜란드의 문화사가 호이징하이며, 그의 <중세의 가을>(문학과지성사, 1997)은 '삶의 쓰라림'이란 장으로 문을 연다(이제나 저제나 삶은 쓰라렸던 것이다). 호이징하의 책들도 작년에 러시아어본이 나오고 한바, 내가 기꺼이 사들고 왔노라고 덧붙이는 건 사족이리라.   

 

 

 

 

네번째 책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아예 '시간이 사라진 세상(A World without Time)'에 관한 책이다. <괴델과 아인슈타인>(지호)이 국역본의 제목인데, 책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쿠르트 괴델'이라는 두 천재의 교우기를 겸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괴델의 연구와 그 의미에 대해서 드라마틱하게 서술하고 있다고. 어떤 연구인가? "1949년 괴델은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더 나아가 만약 그런 이론적인 우주들에서 시간이 부재하다면, 시간은 우리 세계에서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상대성이론의 아버지' 아인슈타인은 이에 충격을 먹고...

이 책을 꼽은 건 모처럼 눈에 띈 과학서이면서 동시에 괴델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이미지로 나열한 책들은 내가 모두 갖고 있는 책들이다). 그의 '불완정성 정리'라는 걸 제대로 이해할 만한 능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아인슈타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의 '사생활'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해볼 용의를 나는 갖고 있다(이런 게 '대중심리'이다). <괴델의 삶>(사이언스북스, 1997)을 예전에 읽었었는데, 좀 실망스러웠다(그의 아내가 6년 연상의 연예인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난다). 제대로 된 평전을 읽고 싶었는데(왜, '뷰티불 마인드'를 가진 수학자들의 전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가?) 이번 신간은 그런 갈증을 얼마간 해소시켜줄 걸로 기대된다. 올해 나온 따끈한 원서의 한 추천사는 이렇다: "괴델과 아인슈타인의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동시에 물리학과 수학에서 그들이 이룬 업적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괴델이 이룬 업적을 매우 알기 쉽고 통찰력 있게 설명할 뿐 아니라 20세기를 괴롭혔던 철학적 전통을 예리하게 개괄하고 있다. 훌륭하고 인상적인 책이다."

 

     

 

 


마지막 책은 이런 책들을 만드는 출판인들 중 한 명에 관한 평전이다. 프랑스 출판계의 대명사이기도 한 '갈리마르'(시공 디스커버리 총서가 갈리마르에서 나온 것이다), 그 갈리마르의 창립자 '가스통 갈리마르'의 일생을 다룬 <가스통 갈리마르, 프랑스 출판의 반세기>(열린책들)가 그것. 처음 제목을 보고, 나는 '가스통 바슐라르'에 관한 책이 새로 나왔나 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갈리마르'였다. 이 갈리마르는 "앙드레 지드와 함께 NRF(갈리마르의 전신)를 창립하고 탁월한 작가 발굴 능력과 기획력으로 20세기 프랑스 문학과 사상의 산파 역할을 해낸 프랑스의 대표적 출판인이다." "저자는 갈리마르의 일생을 통해 출판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정신적 가치를 상업적 성공과 연계시켜야 하는 출판이라는 산업의 복잡한 실체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고. "숨겨진 작가의 발굴과 작가 쟁탈전, 문학상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베스트셀러 탄생의 뒷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출판계 안팎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니까 읽어볼 만하겠다(왜, '뒷얘기들'이 재미있지 않은가?).

내주엔가 프랑크푸르트에서 국제도서전이 개최되며 알다시피 올해엔 우리가 주빈국으로 참여한다(작년엔 러시아가 주빈국이었다). '괴테와 박물관의 도시' <프랑크푸르트>(살림, 2005)에 대해서 한권쯤 읽어두는 것도 좋을 듯. '한국의 책 100권'까지 1년 만에 '성공적으로' 번역/출간해서 도서전에 출품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이 유일할 것이므로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출산률은 세계 최저이면서 평규수명은 선진국을 따라잡았다고 하니까 곧 우리는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다(제일 '어른'이 된다!). '작지만 강한 나라'가 우리의 모토이지만, 적어도 '작지만 늙은 나라'는 곧 확실하게 될 거라는 얘기. 늙어서 무엇하겠는가? 미리미리 책과 사귀어두길 권유하는 바이다...

05. 10. 13.

 


 

 

P.S. '앵콜'에 부응하여 한권 더 언급하자면, 라플랑슈/퐁탈리스의 <정신분석사전>(열린책들, 600쪽)을 넘어서는 가장 방대한 규모의 정신분석사전이 이번에 번역돼 나왔다.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편?)의 <정신분석대사전>(백의, 1551쪽)이 그것이다. 가격 또한 기록을 갱신하여 웬만한 전집 가격인 150,000원. 도서관에서나 구경해볼 책인데, 저자나 역자들이나 모두 놀랍다. 비록 번역어들이 통용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루디네스코 여사는 자크 라캉에 대한 가장 방대한 평전으로도 유명하며 프랑스에서의 정신분석사에 관한 한 권위자이다(더러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나저나 라캉의 <에크리>는 언제 나오는 것일까?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나온다던 책 나오지 않고...


댓글(5)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5-10-13 11:33   좋아요 0 | URL
사유의 옷이 누더기는 아닌지라는 말에 맞다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저는 추천하고 퍼가겠습니다..^^
당장 읽지는 못하겠지만 한국어에대해 관심가는 책들이 많네요

2005-10-13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10-13 21:39   좋아요 0 | URL
고종석씨는 법학과 출신이지 않나요? 음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공연히 말을 섞어봤습니다

페일레스 2005-10-13 22:01   좋아요 0 | URL
고종석씨 책들은 재미있게 읽었고, <시인공화국 풍경들>과 강정의 <나쁜 취향>,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로쟈님 글은 추천을 안 하고 지나갈 수가 없네요. ^_^

로쟈 2005-10-14 11:45   좋아요 0 | URL
산책님/ 다시 확인해보니 학부는 그렇군요. 그런데, 워낙에 언어학 얘기만을 늘어놓은지라.^^ 아마 법학과에 들어갔던 건 적성과 무관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