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의 노곤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마음이 바빠지는 저녁이다. 미뤄놓은 일들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해서다. 평일엔 주말만 되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지만, 주말 저녁은 그게 '기분'일 뿐이었다는 걸 매번 확인시켜준다. 마치 정치 공약과도 같은 게 주말일까. '이주의 책'을 고르고 나서 공약 점검에 나서봐야겠다.

 

 

꼽을 만한 책은 이미 오전에 봐두었는데, 순서만 정해본다. 타이틀북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친애하는 빅브라더>(오월의봄, 2014). '지그문트 바우만, 감시사회를 말하다'가 부제인데, 원제는 '리퀴드 시리즈'의 하나로 <유동하는 감시>다. 우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주제다. 어떤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가.

우리 시대의 가장 명석한 사회 사상가 중 한 명인 지그문트 바우만이 ‘감시사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감시사회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언 캐나다 퀸즈 대학 교수와 대담한 책이다. 바우만은 이 책에서 위의 예시에서처럼 현대의 감시사회가 ‘빅브라더’로 상징되는 감시권력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는 하나 현대인들의 ‘자발적 복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어판 제목을 <친애하는 빅브라더>라고 붙이게 되었다. 현대인들이 빅브라더로 대표되는 감시사회를 의식하고 비판하고 있긴 하지만, 빅브라더를 용인하고 오히려 이에 충성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국이 각국 정상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대상으로 삼고 있는 시대에 감시의 바깥이란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감시체제에 대한 묵인과 동조, 복종이다. 바우만과 함께 우리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두번째 책은 비 윌슨의 <공포의 식탁>(일조각, 2014)이다. 비 윌슨은 작년말에 나온 <포크를 생각한다>(까치글방, 2013)의 저자. '식탁의 역사'를 다룬 전작에 이어서 이번엔 '식품 사기의 역사'를 들춘다. "온갖 부정불량식품과 인공첨가물이 출현하는 근현대의 식품 사기들을 요리와 과학, 사회와 정치의 측면을 넘나들며 풍부한 자료로 조명하고 있다." '불량식품'이 4대 사회악으로 지목하고 있는 정부인 만큼, 필독서로 널리 권장해 마땅하다. 하긴 4대악 근절도 '공약'일 뿐이라면 기대할 건 없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위험한 식탁>(르네상스, 2004)이나 <식탁의 배신>(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등과 같이 읽어볼 만하다.

 

 

세번째 책은 이주자 문제를 연구해온 문화인류학자 김현미 교수의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돌베개, 2014). "이주의 현실과 문제를 점검하고, 이주자가 한국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10년간의 인터뷰를 통해 기록함으로써 우리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인 이주자에 대한 적확한 이해에 도달하고자 한다. 저자는 다문화주의를 처음으로 소개한 시민사회가 아닌, 중앙 정부가 이를 차용함으로써 다문화주의가 다문화 정책으로 입안되는 양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주 여성과 다문화 사회의 문제들을 다룬 공저 <국경을 넘는 아시아 여성들>(이대출판부, 2009)의 연장선상에 놓인 책이다.

 

 

네번째 책은 카트린 드 실기의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따비, 2014)다. '인간이 버리고, 줍고, 묻어온 것들의 역사'가 부제. 쓰레기 문제를 다룬 책을 여럿 읽어봤지만, 이번엔 프랑스에서 나온 책이라 관심을 갖게 된다. '쓰레기의 사회사'를 주제로 다룬 수전 스트레서의 <낭비와 욕망>(이후, 2010)과 짝지어 읽어봐도 좋겠다.

 

 

끝으로 다섯번째는 분량은 얇지만 꽤나 둔중한 문제를 다룬 조르조 아감벤의 <사물의 표시>(난장, 2014)다. "‘호모 사케르’ 연작을 통해 친숙해진 조르조 아감벤의 신간. 패러다임, 표시, 고고학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통해 40여 년에 걸친 자신의 사유 방법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인식론적 문턱에 도달할 수 있는 사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화제작이다." '방법에 관하여'란 부제, 그리고 고고학에 대한 관심은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을 연상시켜준다. 아감벤 버전의 <지식의 고고학>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영어판도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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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빅 브라더- 지그문트 바우만, 감시사회를 말하다
지그문트 바우만 & 데이비드 라이언 지음, 한길석 옮김 / 오월의봄 / 2014년 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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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포의 식탁- 식품 사기의 역사
비 윌슨 지음, 김수진 옮김 / 일조각 / 2014년 2월
25,000원 → 25,000원(0%할인) / 마일리지 25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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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한국에서 이주자로 살아가기
김현미 지음 / 돌베개 / 2014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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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인간이 버리고, 줍고, 묻어온 것들의 역사
카트린 드 실기 지음, 이은진 외 옮김 / 따비 / 2014년 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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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표시- 방법에 관하여
조르조 아감벤 지음, 양창렬 옮김 / 난장 / 2014년 2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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