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뚜루의 <카페에서 책읽기>(나무발전소, 2013)다. '뚜루'는 국내 최초 '북 카투니스트'의 필명이고 책은 국내 최초 '카툰 서평집'이다. 어디서 보았는지 그림은 눈에 익은 편이지만 '카툰 서평'이란 건 처음 접했다. 그래도 같은 '서평'인지라 내게 추천사 청탁이 와서 아래처럼 적었다.

 

 

하는 일이 서평이고 ‘카페에서 책 읽기’는 나도 자주 하는 일이지만, ‘카툰 서평’은 처음 읽었다. ‘이런 서평도 가능하구나!’란 생각에 잠시 긴장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지구를 떠날 그날까지도 책과 함께하고 싶다는 뚜루의 소망은 나의 소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은 카툰이 좋은 서평과 만날 때 얼마나 정겨운 그림이 그려질 수 있는지 <카페에서 책 읽기>는 보여준다. 멋진 동료가 생겨서 기쁘다.

한밤에 좀 무거운 책들을 보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펴든 책에서 장 사이에 들어간 보너스 팁을 발견했다. '용서받지 못할 책'. 뚜루가 용서할 수 없는 책은 일곱 가지 유형이다. 각자 취향은 다르겠지만 한두 가지는 겹칠지 모르겠다. 간추리면 이런 내용이다.

1. 개념 없는 분권

-> 600페이지 될까 말까 한 책을 부득불 갈라서 분권하는 것에 분노합니다.

 

2. 넌 어느 쪽 그림 설명이니?

-> 이미지와 설명이 따로 놀아 연결이 안될 때가 있어요.

 

3. 넌 미주일 수밖에 없었던 거니?

-> 31페이지 주석을 보기 위해 916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4. 표지, 너 습자지로 만들었지?

-> 읽을 때마다 표지가 줄줄 흘러내리는 걸 매번 끌어올려야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5. 넌 왜 무려 양장이니?

-> 페이지 수 2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을 굳이 양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6. 넌 왜 두꺼운 양장이면서 책갈피 끈도 없니?

-> 두꺼운 만화책에 페이지 수도 없고, 세상에 책갈피 끈도 없는 거에요.

 

7. 광활한 여백의 미

-> 지나친 여백으로 페이지 수만 잡아먹는 책은 용서할 수 없어요.

내 경우엔 1, 5, 7번에 공감한다. 나대로 덧붙이자면,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책은 기껏 필요해서 찾았더니 절판된 책이다(턱없는 가격이 붙은 중고책으로만 남아 있으면 더더욱 용서하기 곤란하다. 약 올리는 격이니까). 독서가에게 최악의 책은 부재하는 책이다. 아예 없는 책이 아니라 있다가 없는 책! 아, 그 변형도 있다. 분명 방안에 있는데, 안 보이는 책들! 오늘도 책 한권을 찾다가 안 보이길래 본때를 보여주느라 다시 주문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본때인지는 모르겠지만...

 

13. 0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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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123q34 2019-05-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본때를 보여주느라 다시 주문하셨다니 오전에 빵터졌어요~~ 오늘은 서평집으로 검색해서 놀고있는데 저는 2, 3, 6번과 추가하신 8번에 공감이 가요. 끊어읽을 때가 많고, 주석까지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듯ㅋㅋ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