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하여 '후흑학(厚黑學)'이란 말을 최근에 알았다.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의 처세술을 가리킨다고 하니 일찍 알아서 좋을 일도 없지만, 모르고 사는 것도 능사는 아니겠다. 본래 중국의 처세술이라 하나 우리 주변에도 '후흑학의 대가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말이다. 정위안 푸의 <법가, 절대권력의 기술>(돌베개, 2011)을 읽다가, 다시금 한비자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비자를 검색하다가 찾은 책이 <후흑학 - 노자와 한비자의 제왕학>(인간사랑, 2010)이다. 역자인 신동준 씨의 <후흑학>(위즈덤하우스, 2011)도 이번에 나왔는데, '뻔뻔함과 음융함의 미학'을 앞세우며 '난세의 처세술'이자 '승자의 전략'으로 후흑학을 권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반어이고 어디까지가 진담인지 헷갈린다. 여하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는 마음으로 <후흑학>도 읽어봄직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생존할 수 있으니... 후흑학의 용례를 보여주는 칼럼을 첨부한다.
사마천은 '史記'에서 항우(項羽)를 최고 영웅으로 그렸다. "진나라가 민심을 잃자, 각지의 영웅호걸들이 일어나 서로 다투었다. 항우는 한뼘의 땅도 없으면서 농촌에서 궐기, 3년만에 5제후를 이끌고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나누어 왕후를 봉하고 모든 정령(政令)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는 패왕(覇王)이 되었다. 비록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는 못했지만 일찍 없었던 인물이다"라 썼다. 항우는 24세에 강동에서 일어나 26세에 진나라를 멸망시켰지만, 골목대장 출신 건달이었던 유방(劉邦)의 간교에 걸려 패전하자 치욕을 못참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
항우는 자신의 패배를 '하늘 탓'으로 돌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했을뿐 용병술에 진 것은 아니다"라 했다. 그러나 청나라 말엽의 중국 학자 이종오(李種吾)는 '후흑학(厚黑學)'이란 책에서 "유방은 낯 두껍고 속 검은 사람이어서 천하를 차지했고, 항우는 그렇지 못해 유방에 졌다"라 썼다. '후흑학'은 이종오가 중국 5천년 역사를 훑어 '역사의 주인공'이 된 인물들의 성정(性情)을 연구한 기록인데, 대부분의 영웅호걸들이 낯 두껍고 속 검은 자들이었다는 것. '유비'는 낯두꺼운 대표적 인물인데, 덕망 높은 자신의 이미지 만들기에 갖은 술수를 다 썼다. '조조'는 속 검은 대표적 인물. 사람을 최대한 이용하다가 상황이 바뀌면 가차 없이 버렸고, '난세의 간웅'이라는 세평에 동의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하나를 외교부에 취직시키기 위해 직원들이 욕봤다. 딸의 편의를 생각해서 시험일정을 조절하고, 응시자격 기준을 완화하고, 외교부 간부들을 면접관으로 들여보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었다. 관리의 위세가 추상같았던 조선시대에도 없던 일이다. 과거시험에서 자신의 조카를 급제시킨 채점관이 파직된 적도 있다. 요즘 전국적으로 '낯 두껍고 속 검은 고위직'들이 엄청 많다는 소식이다. 역사는 그런 자들이 만들어가는 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망국의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인간'을 만드는 약은 역시 '공자왈 맹자왈'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악을 미워하지 않는 자는 인간이 아니다. 부끄러워하고 미워함은 정의의 근원이다(無羞惡之心 非人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이 한 마디라도 가슴에 품고 사는 관리가 없는가.(경북일보, 10. 0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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