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론 자정이 다 돼 가지만 모스크바는 아직 저녁을 먹기에도 이른 시간이다. 오늘도 낮에 3시간 동안 서점 순례를 했는데, 2004년에 가장 자주 들르던 서점 '모스크바'에 다시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책은 모스크바예술극장 골목에 있는 교재서점(주로 교재들을 판매하는 서점이다)에서 주로 구입했다. 들고 간 돈이 모자라서 모스크바서점엔 한번 더 가볼 참이다. 아래가 모스크바서점이다.

Названы лучшие книжные магазины Москвы  

내가 주로 구하는 책은 러시아문학 작품, 러시아문학 연구서 등 전공관련서와 이론서/철학서의 러시아어 번역서들이다. 연구서와 번역서는 사실 대형서점에 가도 '재미'를 못 보는 수가 많다. 제대로 다 갖춰놓는 서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재서점에서 뜻밖에도 들뢰즈/가타의 <천개의 고원> 러시아어판을 발견했다. 작년에 출간된 책이다. 들뢰즈의 책은 대부분이 이미 출간돼 있고, 가타리와의 공저도 <천개의 고원>만 빼고는 대부분 러시아어판이 있는 걸로 안다. 왜 출간이 안 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던 차였는데, 예기치않은 장소에 꽂혀 있었다. 가격은 25000원 가량. 아래가 실물이다.   

 

참고로 <안티오이디푸스>의 러시아어판은 2008년에 나왔다. 그리고 <의미의 논리>의 새 번역판도 올해 출간됐다. 우리말로도 <안티오이디푸스>(<앙띠오이디푸스>)의 새 번역판이 올해 나온다고 하므로 '자본주의와 분열증'은 아주 오랜만에 완독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 <의미의 논리>까지 보태서.   

 

들뢰즈 외에 후설과 하이데거의 책들이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나왔고, 롤랑 바르트와 레비-스트로스의 책도 '아카데미 프로젝트' 시리즈로 다시 나왔다(바르트의 <S/Z>은 오늘 구입했다). 라캉의 세미나도 두어 권 (재)출간됐고(<에크리>는 아직도 러시아어판이 없다). 이채로운 건 테리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 러시아어판. 하드카버의 무거운 장정으로 출간돼 있었다('입문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Козел отпущенияНасилие и священное. Издание 2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왼쪽)도 러시아어판이 눈에 띄었다. 작년에 나온 것인데, 너무 비싸서 일단은 다시 꽂아두었다. 좀더 저렴한 곳에서 구입하려고 한다.지라르의 책은 <폭력과 성스러움>(오른쪽)도 작년에 다시 나왔다. 다시 확인해보니 대개의 책은 품절되지만 않았다면 러시아 인터넷서점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 등은 아직 러시아어로 번역되지 않은 듯 보인다(그의 도스토예프스키론은 <르네 지라르 혹은 폭력의 구조>(나남)에 번역돼 있다). 음, 이런 데 관심을 가진 특이한 한국인이 모스크바의 서점들을 배회하고 있다...  

11. 02. 12.  

P.S. 러시아에 왔으니 러시아 철학서 얘기도 예의상 한마디 해야겠다. 2004년과 비교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로스펜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20세기 후반 러시아 철학' 시리즈이다(리스트는 http://www.ozon.ru/context/detail/id/4184947/ 참조). 저작선이 아니라 저자론 모음집이다. 오늘은(쓰다보니 어제가 됐다) 모스크바서점에서 <바흐친>만 구입했는데, 나로선 생소한 철학자도 많이 포함돼 있다. 일단 이름이라도 아는 철학자들의 책은 구해놓으려고 하지만, 당장 <로트만>도 몇 군데 대형서점에선 눈에 띄지 않는다(내주엔 전문서점을 둘러봐야겠다). 한편, 러시아 학자들이 쓴 '20세기 사상가' 시리즈도 예전엔 못 보던 것이다(리스트는 http://www.interpres.ru/catalog/prod_list.php?kod_zhanr=5&kod_seriya=521&page=1 참조). 아래가 <질 들뢰즈>의 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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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택광 씨의 <세계를 뒤흔든 미래주의 선언> 후반부 내용에
펠릭스 가타리와 질 들뢰즈에 대한 언급이 잠깐 있어서
이들 두 사람의 사상에 대해서 급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안티 오이디푸스>의 새 번역판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이 책이 출간되면 <천 개의 고원>이랑 함께 질러야겠습니다.

로쟈 2011-02-13 14:13   좋아요 0 | URL
들뢰즈/가타리의 두툼한 평전도 올해 나올 거 같습니다. <안티오이디푸스>가 다시 나오면 '다시 읽기' 붐이 좀 생길거 같기도 합니다...

2011-02-13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3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귀족온달 2011-02-1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뢰즈를 러시아어로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해봅니다....수유/너머 에서 번역했던 자료로도 몽롱했거든요...

로쟈 2011-02-14 03:22   좋아요 0 | URL
한국어 번역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영어본도 구하고 러시아어본도 구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