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지난주는 외부 일정이 가장 많은 주였는데(목요일 하루만 일정이 없었다), 국내외적으로도 사건/사고가 많았다. 화요일에 있었던 '연평도 포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관련 칼럼을 뒤늦게 읽고서 오래만에 '사회적 독서'로 분류해놓는다. '기록'으로서의 의미도 가질 수 있을 듯해서다.  

  

경향신문(10. 11. 27) [이택광의 왜?]“잃어버린 10년” 주장 우파들의 위기관리 

이례적인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동북아지역의 긴장이 고조되었다.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남북관계’에 집착해서 비인도적인 북한의 만행에 초점을 맞춰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상황은 이보다도 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런 주장들을 경청해보면, 결론은 뻔하다. 모든 잘못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정당한 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알 수 있는 이런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과연 지금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북한에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보수언론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북한은 ‘원래’ 이런 집단이고 ‘본성’이 호전적인 전쟁광들이 아닌가. 그런데 연평도 포격을 놓고 새삼스럽게 북한 응징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건이 발발했을 때, 외신들이 차분하게 남북 상황에 비추어 둘 다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혹시 모를 우발적인 실수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대표 보수신문이라는 한 일간지는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는 선정적인 제호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사회구성원과 주변국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이런 행동은 역시나 주변국의 이해관계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 북한의 맹동주의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이처럼 남북의 권력집단은 서로 만나면 으르렁거리지만 사실은 너무도 닮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 북한 탓”이라는 도덕적 결론만을 되풀이 선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 논리는 정확하게 북한의 것과 같은 것이다. 민간인을 살상한 뒤에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오직 모든 것이 “남한 탓”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억지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역이다. 평소 자유를 수호하고 인권을 중시한다는 한국의 보수언론들에서 똑 같은 논리를 되풀이해서 듣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 문제를 ‘국익’ 차원에서 풀어가는 것이지 선전선동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한국 사회의 기획에서 ‘상수’이지 ‘변수’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북한은 항시적 ‘위기’인 것이고, 따라서 국가위기관리의 차원에서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합리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실제로 이번 연평도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것은 이른바 우파들의 대북정책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햇볕정책을 “퍼주기”라고 비판하며 대북 강경책을 주도했던 우파들의 노선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사건이 터진 이후에 우파들이 보여준 태도나 행동은 실망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북한을 비난하는 선동적 발언이나 쏟아냈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연평도 주민들이 인천항으로 대피했지만, 수용시설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이처럼 허술한 대처 상황을 보고 있으면 우파들이 목청을 높이는 “안보의식 해이”의 원인이 국민들 탓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연평도 사건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진단이 나올 수 있지만, 실제로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런 위기상황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며 과거 정권의 정책을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면서 집권했으면 그 주장에 합당한 실력을 우파들은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에 대처하는 행동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이들도 똑같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 빼고 무슨 다른 일을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뿐이다.(이택광_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경향신문(10. 11.27) [2030 콘서트]비둘기와 매의 시간

군인 두 명 전사와 민간인 두 명 사망이라는 참혹한 비극 앞에서 비둘기파와 매파가 싸운다. 매는 말한다. 햇볕정책이 김정일 정권에 핵을 쥐어주고 정권 붕괴를 지연시키면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둘기는 말한다. 최근의 강경책이 북한 군부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하게 하여 이런 일이 생겨났다고

양쪽 논리는 평행선이다. 매는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면 줄수록 북한의 도발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비둘기는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굴복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대적하면 대적할수록 북한의 도발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매는 문제점을 지적당하면 ‘그러므로 더 강경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비둘기도 문제점을 지적당하면 ‘그러므로 더욱 퍼줘야 한다’고 한다. 이 일관된 두 세계관은 주어진 모든 정보를 저 좋은 대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양립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나 반목한다.

여기서 지워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다. 양쪽 모두 우리의 행동이 북한을 무리 없이 바꾸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말해야 하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북한을 잊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압록강까지 도달하는 것이나, 굶주린 북한 주민들에게 쌀을 건네주는 인륜적 행위에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들은 다만 한국 사회가 일구어낸 알량한 부가 어떤 무력에 의해 위협당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뿐이다. 그래서 비둘기와 매는 똑같이 유권자들에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한다. 그들은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 왜냐하면 관리해야만 하니까. 그러므로 사건이 터지면, 그건 우리 사회가 상대편의 주장에 조금이라도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서로 믿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갑론을박의 형식이 이렇다.

물론 찬찬히 따져보면 쌍방의 주장은 모두 오류다. 비둘기는 햇볕정책이 북한을 항시적인 군사도발을 요하는 체제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햇볕정책 10년 동안 그런 변화는 조금 진행되는 듯하다가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미국이 보조를 맞췄다면 훨씬 나았을 거란 가정도 있지만,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다. 오히려 햇볕정책이 지속됐더라도 북한에 3대 승계를 위한 어떤 도발이 필요했을 거란 예측이 더 의미있다.

매는 강경책이 북한 정권의 전투성을 거세하거나 그것이 거세된 다른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선 국지전, 전면전, 체제의 전면붕괴로 인한 혼란 등이 리스크로 발생한다. 매의 전략은 성공할 길이 있다 하더라도 아찔한 줄타기의 길이다. 그렇다고 비둘기가 의기양양해야 할 이유도 없다. 비둘기의 노력과정에서도 도발과 국지전에 대한 리스크는 존재하고, 그런 북한에 실망한 우리가 매파로 이동할 경우 문제는 고스란히 반복될 테니까. ‘적화통일’의 가능성은 매의 소심증으로 취급하더라도 그렇다.

오늘의 비둘기는 매를 공격하기 위해 매파 정권의 안보무능력을 열심히 질타한다. 비둘기나 매나 북한만 욕해선 답이 없으니 정부를 욕한다. 그런데 매와 비둘기가 이렇게 합창하면 정권이 다음 도발상황에서 ‘확전’의 가능성을 무릅쓴 보복전의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비둘기의 정부 비판은 자기파괴적이다. 비둘기도 매도 옳지 않지만, 우리에겐 둘 이외에 다른 방도도 없다. 쌍방 모두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북한을 직시하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리라. 하나의 시대가 어스름하게 저무는 시간, 비둘기와 매의 구별이 안 가는 시간, 비둘기와 매의 시간이 왔다.(한윤형_자유기고가) 

1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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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0-11-29 18:08   좋아요 0 | URL
한윤형씨의 양비론은 참으로 무책임하게 보이는 군요. 비둘기의 노력과정에서 일어나는 도발/국지전과 매파의 결과 일어날 수 있는 전면전을 동일시하는 그 사고구조가 참 기이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택광 교수의 컬럼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인질범이 인질극을 벌이는 경우 그 인질범이 나쁜 놈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인질범에게서 인질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수우파의 경우 아무 대책없이 인질범이 나쁜놈이고 잡아죽여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 같습니다...

자꾸때리다 2010-11-29 18:52   좋아요 0 | URL
그냥 답이 없는 것 같아요. 햇볕정책이 북한을 바꿀 거라고 믿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똘아이는 마구 때려도 똘아이 짓하고 사탕발림을 해도 똘아이 짓하잖아요.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위치를 휘청이게 할 수 있는 변화 자체를 싫어하니까요.

lo초우ve 2010-11-29 22:26   좋아요 0 | URL
철사는 적당히 휘어졌을때 바로 잡으면 반듯하게 잡히지만,
완전히 접혀졌다가 다시 피려면 모진 망치질과 담금질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완전히 휘어졌다가 펴논 철사는 그 흔적이 남습니다.
과연 우리가 남북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정책하에 살아왔던 국민들은
정말 빠른시간내에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럼 지금 우리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같은 민족끼리 어우러지지 못하는 그런 단점을 안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같은 민족이 서로 선을 긋고 아옹다옹 하던 그 국가들이
이제는 서로 통일이 되어 한민족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독과 동독이 그러하듯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통일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베르린 장벽이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휴전선은 이제 없어져야 된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나는 전후 세대이지만
우리 선조의 역사를 보면 남북이 합쳐져 고구려라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원래는 하나였는데, 지금은 휴전선이라는 선을 그어놓고 그렇게 살아가는 민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넘에 이데오르기 때문에 지금은 북한은 권좌에 있는 최고 통치권자와 남한은 현재 무능력한 정치인들의 자리지킴 때문에 통일을 못하고 있다고 생가합니다.
연평도 폭격을 가지고 우리가 이 일을 논하는 것은 아주 작은 이견일뿐입니다.
그리고 정치권의 이기심과 자리지킴을 배제하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 국민들은
늘 이러한 토론에 을박양논을 할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자꾸때리다 2010-11-30 08:10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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