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월드컵 기간이라 출판계와 서점계가 불황이라고 하는데, 그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론 주변에 쌓아놓고 있는 책들의 높이가 가속도가 붙은 듯이 올라가고 있다. 어제오늘만 하더라도 수중에 넣은 책이 열댓 권이 넘으니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거기에 포핟돼 있는 책이 토니 클리프의 <레닌 평전>(책갈피, 2010)이다. 전체 4부작 가운데, 3권이 이번에 나왔다. 로버트 서비스의 <레닌>(시학사, 2001)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자세한 평전이어서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토니 클리프는 트로츠키 전기 4부작도 갖고 있다). 일단은 어떤 책인지 소개기사를 참고하도록 한다.   

 

세계일보(10. 06. 26) 평등국가 꿈꾼 이상주의자 

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이 최초로 국가 체제에 적용됐던 소련은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혁명 전후의 러시아나 칼 마르크스, 블라디미르 레닌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말아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가급적 레닌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고 애썼다. “스탈린주의가 레닌을 계승한 것처럼 전해지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레닌은 스탈린의 폭압적 정권 쟁취를 비판했고, 스탈린 같은 폭압적 지배계급이 러시아를 지배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노동자 계급이 평등하게 국가를 건설해 이상 사회를 펼치는 것을 꿈꾼 이상주의자였다.”

레닌은 죽기 전 스탈린과 끊임없는 노선 투쟁을 벌였다. 레닌은 노농감찰부를 당 기구에 구성해 당의 관료화와 당의 지배 계급화를 저지하려 애썼다. 레닌의 머리에는 ‘옛 소련식 팽창주의’는 없었다. 동유럽에 폭압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이식하고 확산하려는 정책은 아니었다. 레닌은 불가피한 경우 폭력적 수단을 동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스탈린처럼 탱크를 보내 동유럽을 공산화한다는 야심은 없었다.

저자는 “레닌은 진정한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에 소련이 무너진 것을 보고 기뻐했을 것이다. 자신의 동상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진심으로 기뻐했을 것이다. 소련은 사회주의 탈을 쓴 국가자본주의일 뿐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레닌 역시 노동자들이 단결해 평등하고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이상론과, 필요하다면 폭력을 수반해야한다는 국가혁명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레닌은 스탈린과는 분명히 다른 평등하고 이상적인 국가를 꿈꿨지만 건설 방법에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동안 출간된 많은 레닌 평전들은 레닌을 당대 현실을 초월한 성인처럼 묘사하고 그의 말과 글을 종교 경전이나 교리처럼 떠받들고 있지만 실은 대부분 아전인수격 해석에 가깝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이 책이 레닌의 장점과 정치적 위대성을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와 유럽의 다양한 사료와 문헌을 바탕으로 그의 오류와 한계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은 저자의 이 같은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정승욱 기자)  

10. 06. 25. 

P.S. '레닌 읽기'에 대해선 리스트를 만들어놓은 적이 있기에 따로 적지 않는다. 기회가 닿으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읽고 싶지만 당장은 계획일 뿐이다. 그럼에도 토니 클리프판 레닌 평전의 마지막 권 <볼셰비키와 세계혁명>이 조만간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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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6-26 14:54   좋아요 0 | URL
토니 클리프를 그냥 저널리스트라고만 소개하다니 좀 이상하네요.유명한 트로츠키 주의자라고 소개해야 하는데...아마 기자가 저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나봐요.

로쟈 2010-06-26 15:27   좋아요 0 | URL
저자 소개에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돼 있어요. 저도 '트로츠키주의자'로 알고 있었는데, 국가자본주의론을 주장하면서 '정설 트로츠키주의'와는 결별한 걸로 돼 있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06-26 21:42   좋아요 0 | URL
클리프의 저서 중 <소련국가자본주의>라는 책이 있는데 트로츠키의 소련체제 해석론과 공통점이 있느냐 여부로 이런 저런 논쟁이 있었습니다.우리나라에서는 정성진 씨가 이 분야의 전문가인데 정 씨 자신이 클리프가 주도한 사회주의노동당 계열이라서...우리나라 트로츠키 주의자들도 이쪽 계열이 강하지요.

루체오페르 2010-06-27 12:36   좋아요 0 | URL
공산주의자들이 이 땅에 와서 지금을 보면 참 만감이 교차할듯 싶습니다.
완전한 평등이라...그들은 인간의 본성을 너무 몰랐던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류 역사 이래 단 한번이라도 성공한적 있었던지,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할듯...

로쟈 2010-06-27 15:11   좋아요 0 | URL
지금 이대로 지속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중요한 것이죠. 실패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구요. '본성'을 고려한 다윈주의 좌파적 기획도 있을 테고, 본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기획도 가능하겠지요...

루체오페르 2010-06-27 19:30   좋아요 0 | URL
로쟈님 댓글은 항상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또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