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도시'를 화제로 삼다 보니 '시크한 신자유주의 도시 뉴욕에 관한 편파적 보고서'란 부제의 책에도 눈길이 간다. 탁선호의 <너 자신의 뉴욕을 소유하라>(인물과사상사, 2010). 저자의 이름이 익숙하다 싶은데, 책은 첫 책이다. '미국 문화 읽기'로는 강인규의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인물과사상사, 2008)과 짝지을 만하다. 한 가지 놀라운 건 책에 실린 사진들이 저자의 솜씨라는 것. 이런 종류의 도시 이야기를 나도 제안받은 적이 있긴 한데, 가장 걸렸던 건 '사진'이었다. 거의 '찍사' 수준은 돼야 요즘은 이런 책을 낼 수 있나 보다...   

한국일보(10. 05. 08) 빈곤·이민·대립의 역사… '어둠의 뉴욕'을 고발하다 

힙합과 그래피티 문화의 요람인 뉴욕 브롱크스는 제국의 두 얼굴을 빼닮은 곳이다. 세계 최대 갑부 구단 '뉴욕 양키스'가 웅장한 새 스타디움을 만들어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은 화려한 양키 스타디움(덕아웃 바로 뒤 좌석 가격이 무려 2,500달러!)에 앉기 힘들다. 빈곤인구 비율이 30%에 육박,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카운티 1, 2위를 다투는 지역인 까닭이다. 뉴욕시는 그러니까 어떤 이에겐 '멋진 신세계'일지 모르나, 다른 이에겐 냉혹한 '고담 시'다. 



<너 자신의 뉴욕을 소유하라>는 바로 세계 신자유주의의 심장부 뉴욕의 야누스적 면모에 대한 고발장이다. 저자 탁선호(40)씨는 뉴욕시립대 브루클린컬리지 TV라디오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번역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책에 '시크(chic)한 신자유주의 도시 뉴욕에 관한 편파적 보고서'라는 시니컬해 보이는 부제를 붙이고, 동경과 모방의 대상인 '뉴요커 문화'의 냉혹한 이면을 들춰낸다.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식으로 말하자면 "웰컴 투 더 리얼 뉴욕(Welcome to the real New York)"이다.

예컨대 우아하고 유유자적한 뉴요커의 삶의 상징처럼 돼있는 '브런치 문화'에 대해 책은 그 뒷면에 도사린 레스토랑 근로자들의 저임금 노동 실태를 보여준다. 뉴욕 레스토랑 노동자의 3분의 2가 이민자들인데, 그 절반 이상은 빈곤선 이하 임금에 초과근무에 시달리며 13%가량은 아예 최저임금(2009년 뉴욕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도 받지 못한다. 이들 워킹 푸어는 '시크한 뉴요커'와 뗄 수 없는 관계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낳은 쌍생아라는 것이다. 또 뉴욕 문화를 대변하는 소호 거리, 힙합, 그래피티, 타임스광장, 센트럴파크 등에 얽힌 어두운 역사와 자본의 상업화 전략 등을 두루 진단한다.

저자는 결국 미국 드라마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 등에서 그려진 뉴욕 판타지에 빠져 "아이 러브 뉴욕"을 외치는 한국인들에게 "꿈 깨시오"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누가 그런 뉴욕의 이면을 모른대?"라고 항변한다면, 이 책은 어쩌면 속수무책이다. 알고도 속는 게 판타지니까.(송용창기자) 

10. 05. 08.  

P.S.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책이 나와 있다. 뉴욕에 대한 책이다. 국내서가 올해만 해도 네댓 권 이상이 뜬다. 많이들 살기는 하나 보다... 

 

덧붙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에서 펴내는 '도시인문학' 시리즈도 2차분 3권이 출간됐다.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선 나중에 챙겨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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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5-08 20:40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본 액션영화에서 뉴욕은 살벌한 범죄도시였어요.아니면 브롱크스 지역 뒤 빈민가의 구질구질한 모습이 떠올랐지요.요즘 뉴욕커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풍기는 멋지고 세련된 이미지는 사실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만...너무 어두운 곳을 보는 것도 너무 화려한 모습만 보는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평범한 결론이지만 이런 평범한 진리를 잊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로쟈 2010-05-09 09:21   좋아요 0 | URL
중간치의 경험이 하기가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05-09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9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rolla 2010-05-09 15:55   좋아요 0 | URL
명색이 도시사회학 전공자인데도, 도시인문학 시리즈 1차분도 못챙겨봤네요. 좀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쟈 2010-05-09 18:14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