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북리뷰를 둘러보았다. '이거다!' 싶은 0순위 책은 보이지 않지만 관심을 끌 만한 책은 여러 권 된다.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의 하나는 20대 젊은 세대 인터뷰집 <요새 젊은 것들>(자리, 2010). 과문한 탓에 '88만원 세대'를 '20대 개새끼'라고도 부른다는 건 소개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 말하자면 책은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20대 개새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년 가을에 나온 우석훈의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레디앙, 2009)와 겹쳐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부제대로 하면 '88만원세대 자력갱생 프로젝트 VS 88만원세대 새판짜기'이다). '반란'과 '혁명'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부수적으로 확인해보고. '요새 젊은 것들'을 다룬 책답게 블로거 사회에서는 화제작으로 거명되고 있지만 오프라인쪽에선 별로 주목받는 눈치가 아니다('요새 젊은 독자들'에게 얼마나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가장 크게 다룬 기사를 옮겨놓는다.
한국일보(10. 01. 23) 20대의 유쾌한 반란… 우리는 당당한 '開청춘'이다!
요새 젊은 것들이란…. 끌끌 혀 차는 소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유사 이래 쭉 그랬으니까. 그런데 요즘 한국의 20대는 더 한심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대학 나와봤자 비정규직 신세라고 안쓰러워하는 '88만원 세대론'에 이어 '20대 개새끼론'까지 뒤집어썼다. 2008년 촛불시위 때 20대가 별로 안 보였다고, 그래, "니들은 평생 호구로 살아라. 한국 사회의 희망은 촛불 10대에 걸겠다"며 나온 게 '20대 개새끼론'이다. 패기도 꿈도 없는 무관심 무기력 세대라는 비난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훈계하려고 하지 마. <요새 젊은 것들>의 항의다. 20대 대학생 3명이 당찬 20대 9명(팀)을 인터뷰한 이 책은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앞가림 좀 한다는 젊은 것들'의 이야기다. 여기서 앞가림은 착실히 스펙 쌓아서 취직 잘하고 제때 결혼하는 게 아니라, 시키는 대로 살기를 거부하면서 올바른 삶과 제대로 된 사회를 고민하고 길을 열어가는 당당함을 가리킨다.
등장인물 면면이 흥미롭다. '키보드 전사'를 자처하는 진보적 인터넷 논객 한윤형, '지속가능한 딴따라질'과 '빡센 취미생활'을 추구하는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곰사장(본명 고견혁), 2008년 국무총리와의 대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부끄럽다.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고 일침을 놓아 유명해진 '고대녀' 김지윤, 한국 사회에 대해 전방위 비평을 시도하는 '철학 오타쿠' 박가분,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소설가 김사과, 기존 패션 잡지에 반기를 든 길거리 패션 독립잡지 '크래커'의 편집장 장석종, 국내 하나뿐인 청소년 인문학 전문서점 인디고서원의 유스북페어 팀장 박용준, 최근 영화로도 소개된 4인조 길거리음악단 '좋아서하는밴드', 요즘 20대의 현실과 육성을 담은 다큐멘터리 '개청춘'을 만든 여성영상집단 '반이다' 를 인터뷰했다.
이들의 발언에는 각자의 삶과 일부터 평소 생각과 우리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눈까지 두루 들어있는데, 한결같이 솔직하고 진지하고 유쾌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뻑'이 우리의 힘"이라는 곰사장, "큰 무대, 대형 밴드? 그런 데 꿀릴 것 없다"는 좋아서하는밴드, "내가 싫으면 그만이지 기계적 중립은 싫다"는 김사과의 말은 당당하다. "스펙? 투쟁? 기존 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순수한 투사들로 이뤄진 지적 공동체를 20대나 젊은 사람들이 시도해야 한다"는 박가분의 주장은 한국의 제도권에 '치명적 백태클'을 날리려고 벼르는 주모자답다.
반이다의 발언, "학벌 만능과 무자비한 경쟁 등 괴상하게 돌아가는 사회에 짱돌을 드는 심정으로 '개청춘'을 만들었다. 개 같은 청춘이 아니라 열릴 개(開), 그러니까 '열려라', 청춘이다"는 곧 이 책의 목적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오미환기자)
10. 01. 23.
P.S. 책소개에는 이런 대목도 포함돼 있다. "데모할 것 다 하고도 대기업에 취직하고, 중산층에 편입할 기회가 손만 뻗으면 닿을 듯 존재했던 386에게는 그만큼 변절의 자기합리화도 익숙했다. 하지만 태생부터 비정규직 88만원 세대에서 벗어나기 힘든 오늘의 20대에게는 오르지 못할 나무를 향한 곁눈질보다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배짱이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건 '태생론'. 태생론으로 환원하자면, '386세대'나 '88만원세대'나 등가다. 뻐길 것도 없고 부러워할 것도 없는. 더불어, 더 나을 것도, 더 나아간 것도 없는. 경험상 '요새 젊은 것들'도 기성세대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