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아나키스트 혁명가 크로포트킨의 자서전이 <한 혁명가의 회상>(우물이있는집, 2009)로 재출간됐다. <크로포트킨 자서전>(우물이있는집, 2003)으로 출간됐던 책이다. 마침 <상호부조론>과 함께 그의 주저인 <아나키즘>(개신, 2009)도 번역되었기에 리딩 리스트를 만들어둔다('아나키즘'에 관한 책들은 제법 많아서 그냥 '크로포트킨 읽기'만 다루기로 한다). 이 참에 또다른 걸출한 아나키스트 바쿠닌의 저작들도 나왔으면 좋겠다. 아래는 <크로포트킨 자서전> 초판에 대한 한겨레의 소개기사이다.    

19세기 후반 유럽의 사회주의 혁명운동을 양분한 것은 ‘적과 흑’이었다. 붉은 깃발을 앞세운 진영은 카를 마르크스를 수장으로 한 ‘공산주의’ 세력이었고, 검은 깃발을 내건 진영은 미하일 바쿠닌을 위시한 아나키즘 세력이었다. 마르크스주의와 그 상속자인 레닌주의가 사회주의 운동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아나키즘은 볼품없는 서자 취급을 받았지만, 1864년 제1인터내셔널(국제노동자협회) 결성 전후만 해도 두 혁명 이념은 대등한 경쟁자였다.

19세기 말 바쿠닌에 이어 아니키즘 운동의 지도자로 떠오른 사람이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1842~1921)이다. 아나키즘을 주창했지만 정교한 이론체계를 짜지 못한 바쿠닌과 달리, 크로포트킨은 광범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살려 아나키즘 사상의 건축물을 세운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젊었을 적부터 지리학과 동물학 분야에서 학자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는 ‘아나키즘 운동의 일급 이론가’로 자신의 후반생을 살았다. 러시아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출세를 보장받았던 그는 29살 때 귀족세습권을 포기하고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사회혁명의 길로 들어섰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헌신은 혁명가로서 그의 삶에 특별한 색조를 입혔다.

귀족세습권 포기 '일급 이론가'무정부·비혁명 '자유 코뮌' 역설 <크로포트킨 자서전>은 1899년 그가 망명지 런던에서 펴낸 57년 삶의 회고록이다. 1980년대 중반에 <한 혁명가의 회상>이란 이름으로 국내에 출간된 바 있지만,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신성한 지위’가 무너진 지금 상황에선 그의 자서전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크로포트킨 자서전>이 개인의 회고록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지은이의 성품은 이 책을 자서전의 일반적 성격과 다른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책에서 지은이의 사생활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언제 연애를 했는지 따위는 일절 쓰지 않았으며, 결혼에 대해서조차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에 관해 가능한 대로 유려한 문체로 기술한다. 그에 따라, 이 삶의 기록은 19세기 유럽 노동운동사는 물론이고 그가 살았던 시대의 러시아 역사까지를 모두 담은 일종의 체험적 역사서가 됐다.

이 회고록은 지은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회주의 사상과의 비교를 통해 보여주는 마당이기도 하다. 그에게 국가는 ‘모든 악의 근원’이었고, 혁명은 민중을 억압할 수밖에 없는 국가나 정부를 철폐하는 것이어야 한다. 더구나 마르크스 진영이 주장한 ‘혁명적 독재’는 ‘민중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낡은 권력장치’일 뿐이다. “혁명은 단순히 지배자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 인민에 의한 모든 사회적 재부의 수용이다. 인간성 발전을 오랫동안 저해한 모든 폭력의 폐지다.” 그는 인민의 자발적 연대와 협동에 기초한 ‘국가 없는 자유 코뮌’의 건설을 혁명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의 사상은 ‘아나코-코뮌주의’로 요약된다.

이 책의 본문 내용은 1899년에서 끝나고 있기 때문에, 그 뒤의 삶은 보여주지 않는다. 크로포트킨은 1917년 러시아 2월혁명 후 조국으로 돌아가 10월혁명에 동참했다. 하지만 백군이 패퇴한 뒤 볼셰비키는 아나키스트파를 공격해 궤멸시켰다. 크로포트킨은 볼셰비키의 폭력적 권력 구축을 보며 “이것은 혁명의 매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1921년 모스크바 근처에서 쓸쓸히 죽었다. 크로포트킨의 절친한 벗이었던 덴마크 작가 게오르그 브란데스는 이 자서전에 붙인 서문에서 “이 사람보다 청렴하고 인류를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고 썼다.(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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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혁명가의 회상- 크로포트킨 자서전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김유곤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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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포트킨 자서전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김유곤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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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백용식 옮김 / 개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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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서로 돕는다-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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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부조 진화론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구자옥 옮김 / 한국학술정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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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 아나키즘의 토대를 마련한 고전!
하승우 지음 / 그린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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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09-09-17 21:40   좋아요 0 | URL
"법 없어도 살 사람'에게는 플라톤의 '국가론'은 무의미할까요?
무정부주의자는 자유주의와 자연주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무정부주의자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노이에자이트 2009-09-17 23:34   좋아요 0 | URL
크로포토킨은 1차대전 때 민족주의자들과 똑같이 참전을 주장해서 위신이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아는데...10월 혁명에도 참여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