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점에 들렀을 때 눈에 띈 재간본은 바타이유의 <에로티즘>(민음사)이다. 중간에 여러 쇄가 나오긴 했지만 1989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20년 전이다. 말하자면 '20년전 화제작'이다. 표지가 달라졌는데, 일부 논란이 되기도 했던 번역은 그대로인지 궁금했다('개정판'이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는데, 외관상으론 달라진 게 없는 듯했다). 그간에 저자의 이름이 '바타이유'에서 '바타유'로 바뀐 것도 변화라면 변화이겠다(개인적으로 별로 달갑지 않은 변화다. 나는 고유명사의 표기는 어느 정도 '고정적'이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베이유'가 '베유'가 되고, '바타이유'가 '바타유'가 되는 사정이야 어림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과연 '필수적'일까? 결과적으로 우리는 두 개의 고유명사로 한 사람을 지칭하게 됐을 뿐이다). 

 

<에로티즘>과 함께 또 눈에 띈 책은 “우리가 알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가?”란 질문을 화두로 던지는 로저 샤툭의 <금지된 지식>(텍스트, 2009)이다. 예전에 같은 역자에 의해 두 권짜리로 출간됐던 책. <금지된 지식>(금호문화, 1997)이니까 12년 전이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긴 했으나 당시엔 좀 '고루한' 제목 때문에 나는 손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학기에 <실낙원>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참고문헌으로 읽었다. 전체를 통독한 건 아니고 <실낙원>과 <파우스트>, <프랑켄슈타인>, <이방인> 등에  대한 '작품론'으로 읽은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도 아주 유익했다. 이미 절판된 이 책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된 건 당연한 일. 예기찮게도 이렇듯 일찍 나와서 반갑다. 한권으로 묶인 것도 더 마음에 든다.   

 

'옮긴이의 글'을 보니 저자 샤툭 교수는 지난 2005년에 전립선암으로 사망했고, 그 사이에 두 권의 책을 더 남겼다. 한권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나도 지난 학기에 저자에 대한 '뒷조사'를 하면서 궁금했던 책이다. 프루스트 단편전집의 서문을 쓰고 있기도 하므로 프루스트 전문가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엔 <마르셀 프루스트>란 책으로 미국도서상을 수상했다고 돼 있는데, 1982년에 나온 책에 <마르셀 프루스트>가 있지만 180쪽 분량이어서 수상도서가 맞는지는 모르겠다(다시 찾아보니 1974년에 쓴 프루스트 평전이 수상작이다).    

새로 출간된 <금지된 지식>의 의의? 출판사에서는 이런 기대를 적어놓았다. "12년 전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 소개된 이 책은 당시 복제양 탄생과 함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후 2005년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로저 샤툭은 자신의 최종적인 세계관과 인간관을 종합적으로 체계화한 역작인 이 책의 논지를 반복하며 강연을 하러 다녔다. 생전에 핵무기 확산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평생에 걸쳐 대체로 보수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논지를 펼친 샤툭이 첨단 과학과 학문 및 예술의 기수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지는 의심스럽다. 하지만 ‘순수한 앎’의 추구와 ‘알고자 하는 탐욕’의 제한 사이에서 긴장과 조화를 고민하고 문명의 향방을 가늠하려는 노력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는 데 동의한다면 샤툭은 분명 현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나는 그냥 한권의 인문서로도 일독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09. 0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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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9-1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티시즘과 금지되 지식 두권 모두 오래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가물가물 하네요.로쟈님 글을보고 창고에 먼지쓴 책좀 찾아서 다시 읽어 봐야 되겠군요^^

로쟈 2009-09-15 22:16   좋아요 0 | URL
그러실 것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