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지만 등교일에 늦잠을 잔 딸아이가 잔뜩 투정을 부리다 학교에 갔다. 자칭10대가 되면서 말대꾸도 많아져 아침마다 쥐어박고 싶지만 오후에 하교할 땐 또 '상태'가 달라지기에 참아주고 있다. 공연히 훈계라도 했다가 "아빠는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란 소리를 들으면 본전도 못 건질 테니까. "사춘기라서 그래"라고 얼버무리는 게 미봉책이자 상책이다. 내가 겪은 10대의 기억이 나름 생생함에도 불구하고, 딸아이나 지금 중학생인 조카를 이해하기 어렵고 말을 붙이는 것도 어렵다(나는 부모님께 말대꾸한 적은 없다). 그들에겐 다른 애로 사항이 있는 것일까? 10대들의 육성을 모아놓은 책이 있어서 눈길이 간다.  

 

문화일보(09. 09. 04) 10代의 좌절,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안쓰럽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 땅에서 자라는 10대들입니다. 특히 술이라도 마시고 밤 늦게 귀가하다 학원가에서 이들을 마주칠 때의 느낌이란…. 무거운 가방에 짓눌린 채 그 시간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간 이들의 눈빛은 희망을 담기에는 너무 지쳐 보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쉽잖은 10대를 보냈고 이 땅에서 살아온 이치고 어렵지 않은 10대를 보낸 세대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들에게 슬픔을 느끼는 것은 기자가 감상적인 탓인가요.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김순천 글, 김정하 사진/동녘)는 저자가 2007년 겨울부터 최근까지 만난 10대 14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놓은 아이들은 각양각색입니다. 타워팰리스에 살며 이미 조기유학을 다녀온 아이도 있고, 지방고에서 1등을 한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보면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공간이 생기면서 그림이 그려지고 답이 딱 나왔다는, 보기 드문 영재도 있습니다. 공부 대신 식은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한다는 아이도 있고, 음악을 공부하며 보컬 트레이너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한 뒤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초인적인 힘을 느낀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는 하나같이 우울함뿐입니다. 집과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만 하는 것에 지치고 봉사마저 점수로 계산되는 전쟁같은 입시에 지친 강남 아이의 소원이 “불 다 끄고 닷새 동안 실컷 잠만 잤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1등 하면 행복한 줄 알았더니 외려 우울해져 “새벽까지 깨어 있고, 라디오에서 무슨 사고 소식만 들어도 슬프고, 거리를 걷다가도 내가 왜 이러지” 했다는 아이도 슬프긴 마찬가지입니다. 수학 영재이면서도 대안을 찾지 못해 일반 중학교에 갔던 아이는 하루의 반을 매를 맞다시피하며 보내다 못해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고 하는군요. 1학년 땐 담임이 반에서 말을 가장 안 들을 것 같은 애랑, 친구들이랑 가장 못 지낼 것 같은 애를 투표하게 한 뒤, 다섯 표 이상 나온 아이들은 왜 맞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울면서 맞았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격심한 분노마저 느껴집니다.

운동을 한다는 아이는 교사들이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대안학교에서 깊은 내면을 갖췄다는 아이는 이른바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조차 쉽지 않은 현실을 어떻게 맞닥뜨리며 견디어낼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줄은 짐작했지만, 이들의 아픔과 좌절이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우리가 그랬듯이 이들도 힘들어도 한때이겠거니, 그 와중에도 참고 견디며 꿈을 키워가겠거니 하고 생각했지요. 그저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며 내 아이 좋은 성적 받기에만 급급해하다 보니 대다수 아이들이 꿈다운 꿈 한번 제대로 꿀 수 없는 괴물같은 세상을 만들어 버린 겁니다.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좌절한 10대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고 진실로 꿈을 가질 수 있게 교육 패러다임을 개혁하는 것, 10대와의 대화를 담은 책은 이것이 구호로 그치기에는 너무 화급한 문제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줍니다.(김종락기자)    

세계일보(09. 09. 05) 꿈…사랑…우정…10代로 살아 간다는 것

10대들은 늘 꿈을 꾼다. 오늘은 대통령이 되고 싶고, 내일은 우주비행사나 월드컵 무대를 꿈꾸는 축구선수를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결코 녹록지 않다. 꿈은 공부를 잘해야 이룰 수 있고, 그러려면 일류 대학에 진학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외고나 특목고에 가야 하고, 각종 경시대회에 입선해야 하고…. 과외에 내몰리고, 내신등급을 관리하며 10대는 흘러간다. 인생에서 가장 발랄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어야 할 10대에 아이들은 벌써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좌절과 상실감과 맞닥뜨려야 한다.

르포작가 김순천의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는 인문계고·실업계고·대안학교·자퇴생·복학생 등 각각 다른 유형의 학교와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0대 14명의 이야기를 생생히 옮긴 인터뷰집이다. 이들은 같은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10대를 보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빼고는 하나같이 생각과 꿈이 달랐다. 그러나 모두 똑같은 것도 있었다. 10대를 굉장히 우울하게 보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늘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이 사회에 순응하고 있다는 점도 같았다. 그들은 ‘꿈이 무엇이냐’보다 ‘공부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한 듯 보였다. 꿈보다는 성적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자퇴생 한결이는 학교 안에서는 성장할 수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중학교 때 가출했다 지금은 공고에 다니는 미진이는 학교에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총희는 학교가 공부 를 잘하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불평하고, 자퇴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예지는 학교가 답답했기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전교 1등만 했지만 대학에 떨어진 혜원이는 지방에서 학교에 다닌 자신이 너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학파인 덕훈이는 뉴질랜드와는 너무 다른 한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빈부 차, 지역 격차, 세대 갈등, 가정·폭력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10대들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사춘기, 마음을 말하다-10대들이 직접 쓰고 번역한 리얼 심리 보고서’는 어른이 되기 위한 치열한 성장통을 겪는 사춘기 청소년 심리를 다룬 책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쓴 청소년 문제 전문 작가들의 책을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영어를 공부한 고교 1∼2학년 8명이 공동으로 번역했다. 

책에는 ‘사춘기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 ‘나에게 힘을 주는 것’, ‘아주 특별한 인연’, ‘사랑과 우정 사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마음이 아플 때’, ‘곤경에 빠지는 순간’ 등 사춘기 아이들의 일상과 속마음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사소해보이지만 10대들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문제들이라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그 절절한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조정진기자) 

09. 0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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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09-09-06 08:01 
    (책)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 — via 로쟈
  2. 초딩의 근심
    from 아흐퉁! 미잔트롭 2009-09-09 23:35 
    http://www.diodeo.com/id=minsegki&movie=001187817&pt_code=02 
  3. 뿌리부터 말라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
    from Fly, Hendrix, Fly 2009-10-03 01:40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 - 김순천 지음/동녘 2008/03/31 - [Reviews / Previews/Social Science] - 위기의 학교 - 배틀로얄의 시대가 온다! 김순천, 공감하는 인터뷰어 김순천이 인터뷰했던 를 읽은 적이 있다. 김순천은 반찬 값을 벌려고, 아이들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까르푸 시절부터 일했던 이랜드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한편의 완결된 글로 만들어냈다. 지승호의 인터뷰가 인터뷰이의..
 
 
마냐 2009-09-05 09:55   좋아요 0 | URL
이제 막 10대 부모 자격을 얻은 초보로서 마음이 넘 다급해지는군요. ㅠ.ㅜ

로쟈 2009-09-05 12:38   좋아요 0 | URL
저는 별로 해주는 게 없어서 입 다물고 있는 편입니다.^^;

펠릭스 2009-09-06 10:16   좋아요 0 | URL
곧 10대가 20대로 가겠지요.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잉 앵글을 넘어"도 읽어 볼만 합니다.

노화가 20대 초반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어쩜 10대는 '첫'자가 많이 붙을 나이대죠. 첫사람, 처음 봤던, 처음 들었던
등 10대 중,후반에 여행과 대화 그리고 독서와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 등을 많이 해보면서 자신의 이상을 찾아가는 생활이어야 하는데
(개별로 잘들하지만), 아쉬운게 많습니다.

경제적인 차와 무관하게 공교육이 담당해 줘야 되는데, 물론 예전보다는
좋아진 것들이 꽤 있습니다. 과밀학급 해소나 과학기자제 등,,,,

하지만 일본 등 선진 교육보다 더 투자할 것 같습니다.
우리 대학에서 사용하는 분석기기 등이 일본 중.고교의 과학실험실에
비치되어 앞선 학습을 하지만, 특히 우리의 20대는 국방의무에 대한
시간을 빼야하는 특수성 있습니다.

만약에 제가 공약을 낸다면 '수업공간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겠습니다.
현재 중.고생 교실의 책상을 거두고, 한 두개의 중소형 원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어딜가나 한 곳을 바라보는 수업형태도 좋지만 개인의 다양한
자세나 음성 등을 존중하는 관계도를 생각해서요.

로쟈 2009-09-06 14:00   좋아요 0 | URL
'인적자원' 양성이 교육의 목표로 간주되는 한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