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이방인>에 관한 글을 올려놓고 나니 생각나는 시가 있다. 대학 1학년때 쓴 '단두대'란 시. 그건 <이방인>이 이런 문장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덜 외롭게 느껴지기 위해서,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써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봐주었으면 하고 기대하니까 '공개처형'인데, 고등학교 2학년 때쯤인가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는 뫼르소가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게 되는 줄 몰랐다. 교수형 정도로 짐작했거나 어쩌면 그 미래의 죽음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다시 읽으니 '단두대 처형'이다(아버지에 대한 뫼르소의 회상도 이 단두대 처형과 연관돼 있다). <이방인>과 뫼르소에 대한 '느낌'이 좀 달라지지 않는지? 나 혼자 뒷북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여하튼 그래서 '단두대'란 시를 옮겨놓는다.
단두대
나의 목을 단 일 초의 간격도 두지 않고 내려칠 수 있는
튼튼한 단두대의 칼날을 얻기 위해
여기까지 오다
생명은 진실한 고백
하여 나의 머리카락 한 올에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당신을 향한 나의 순수
절대를 지키는 스핑크스의 비애로
하여 나는 튼튼한 단두대의 칼날을 얻기 위해
여기까지 오다
09. 08. 16.
P.S. '단두대'와 관련하여 읽어볼 만한 책은 카뮈의 <단두대에 대한 성찰>(책세상, 2004)과 박원순 변호사의 세계사 재판 이야기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한겨레출판, 1999). 표제는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가 반역죄로 몰려 헨리 8세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