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노 라투르의 정치생태학
이번주 관심도서의 하나는 브뤼노 라투르의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갈무리, 2009)인데, 서평을 쓰게 될 수도 있어서 리뷰기사를 찾아보았다. 참고삼아 스크랩해놓는다.
세계일보(09. 07. 11) "근대성의 큰 문제는 비대칭성 '우리는 근대인' 관념을 버려야"
근대인은 전근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끝없는 단절을 시도했다. 그 일정한 성과를 바탕으로 태동한 용어가 ‘근대성’이다. 근대성은 사실과 가치, 주체와 대상, 자연과 사회, 야만과 문명을 분리하며 전 시대와 차별을 이뤄냈다.
학계를 중심으로 반성의 계기가 작동된 때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일련의 국제환경회의 등이 열리면서 근대성에 대한 재고의 시각이 싹텄다. 사회의 단절적 진보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정복 등으로 근대성이 결정적인 위기를 맞이하면서 나타난 흐름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근대성의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반근대주의적 입장과 근대성의 위기를 냉소적 관점에서 관조하는 탈근대주의적 시각이 분출했다.
하버드 대학 교수를 지낸 브뤼노 라투르(62)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인류의 근대성’에 대한 자부심에 의문을 품은 대표적인 학자다. 반근대주의와 탈근대주의 모두를 극복해 근대 세계와 비근대 세계의 입장 절충을 시도해 왔다. 그의 이론은 일명 ‘근대성 없는 계몽주의’나 ‘사물로 확장된 민주주의’라고 할 만하다.
이런 시각이 담긴 그의 역서 ‘근대성에 관한 성찰과 비판’(갈무리)이 최근 국내에서 출간됐다. 1990년대 출간 이후 24개 나라에서 번역된 책이다. 근대성 관련 저서로는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것에 비하면 국내 번역은 꽤 늦었다.
라투르 교수는 근대인의 성공을 이끌었던 ‘비대칭성’이 위기도 불렀다고 주장한다. 비대칭성은 ‘이것’과 ‘저것’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말한다. 라투르 교수가 지적하는 ‘근대성의 비대칭성’의 문제점은 더 있다.
“이분법적인 사고도 물론 문제가 됩니다. 더 나아가 이분법이 분할한 세계의 두 부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시도도 비대칭성으로 볼 수 있어요. 그 절정은 마르크스주의에서 경험했지요. 마르크스주의에서 과학과 이념의 구분은 근대성 내부의 자연과 사회, 사실과 가치, 대상과 주체를 분할하면서 비대칭성을 드러냈지요.”
근대성의 문제는 자본주의나 자유주의 사회에서도 잘 드러난다. 근대성의 문제는 전근대인(과거)과 근대인(현재)을 나누고, 근대 문명 외부의 ‘그들’과 ‘우리 현대인’을 나누는 데서도 확인된다. 인류학은 이런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학문분과이다.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 연구할 때, 인류학자의 태도는 일관적이지 못하다.
“인류학자들이 전통사회를 연구할 때는 관습과 문화 등을 고려해 통합적으로 접근합니다. 근대사회를 연구할 때는 문화의 지엽적이고 주변적인 것에 중점을 두는 연구방법과는 차이가 있지요. 인류학자가 원시부족의 주술사를 연구하듯이, 똑같은 방식으로 현대사회 실험실의 공학자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근대와 비근대의 절충인 하이브리드 방식. 하이브리드 방식은 주체와 객체의 완전한 단절도 배격한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비대칭성 극복도 가능하게 한다. 하이브리드를 자유롭게 증식시킬 수 있는 근대인의 실천과 하이브리드의 연결망을 이용하는 비근대인의 실천이 결합할 때 가능하다. 그래서 라투르 교수는 선언한다.
“근대성의 가장 큰 문제인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근대인이었다는 관념을 폐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고.”(박종현 기자)
09. 0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