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들 입장총서 4
쟈끄 데리다 지음, 박성창 옮김 / 솔출판사 / 1992년 1월
평점 :
절판


<입장들>은 비교적 초기에 해당하는 대담들을 모은 책이다. 데리다의 경우 1974년에 나온 헤겔/주네에 '관한' 책 <조종Glas>을 전후로 하여 보다 미학적이고, 윤리학적인 방향으로 관심의 영역을 넓혀 간다. 1930년생으로 현재까지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철학자의 총체적 면모를 드러내 줄 만한 입문서를 기대해 보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말로 된 데리다 입문서로서 <입장들>이 가장 적합한 듯하다. 무엇보다도 데리다 자신이 말하고 있으니까.

푸코와 들뢰즈에 이어 라캉'마저' 읽히는 분위기에 유독 데리다만이 안개에 싸여 있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그의 해체론이 무슨 역사도 아니고 방법론도 아니고 새로운 철학도 아니기 때문이지만, 아주 정밀하면서도 유희적인 그의 문체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문체를 어떻게 우리말로 옮기고 이해해 볼 것인가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제껏 나와 있는 데리다 번역서들은 모두 절반의 성공에 머무르고 있다. 데리다의 철학 자체가 일종의 '번역 철학'(번역에 관한 철학이면서 번역을 위한 철학)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번역하기가 힘들다는 것은 아이러니일까?

이번에 다시 읽게 된 <입장들>의 경우도 조금 더 간결하게 다듬으면 우리말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적지 않은 번역과 입문서들이 나와 있지만, 한국어 데리다는 아직은 불운하다는 생각이 든다. 데리다를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여러 쇄를 찍으면서도 <입장들>에는 고쳐지지 않은 오역들이 남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54쪽의 맨마지막 행. 역자는 '기의의 층위'를 '기표의 층위'로 옮겼고, '후설'을 '헤겔'로 바꿔치기했다. 전면적인 개정판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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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7-12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장 총서 시리즈 중 한 권인데, 이 총서시리즈가 절판되서 무척이나 아쉽다는...이 책은 2년 전인가..헌책방에서 아도르노의 <이 한줌의 도덕>과 함께 데려온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