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안나 카레니나' 내한 공연을 앞둔 러시아의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인터뷰기사가 올라왔기에 옮겨놓는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자주 강의도 하게 되는 작품이어서 어떻게 발레로 공연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조만간 알게 될 듯싶다... 

 

한겨레(09. 03. 03) 그의 발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나의 무대는 열려있는 감정의 경험이다. 내가 지배하는 캐릭터가 사는 곳에서 미스터리를 창조하여 그것의 대단원을 가지고서 나만의 세상을 만든다.”

러시아 ‘드라마틱 발레’의 거장 보리스 에이프만(63)과 그의 발레단이 이달 말 한국을 찾는다. 에이프만은 뛰어난 심리묘사와 애크러배틱에 가까운 극적인 안무, 장엄한 스케일의 연출로 세계 무용계의 눈 귀를 끌어온 안무가. 우리에게는 2001년부터 <차이코프스키-미스터리 한 삶과 죽음>, <레드 지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돈키호테> 등의 내한 무대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3월27~29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02-2005-0114)에서 신작 <안나 카레니나> 국내 초연을 앞둔 그를 전자우편으로 미리 만났다.

에이프만은 “한국 관객들은 매우 감성적이고 지적이다”며 “나의 작품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모이는 곳을 방문한다는 것이 가장 기분 좋다”고 기대감을 에둘러 표시했다. 그는 러시아 고전발레의 빼어난 테크닉을 바탕으로 현대무용을 접목시켜 철학적 이야기를 그려낸다. 고전문학이나 역사상의 극적 이야기와 철학적 주제가 그의 크고 화려한 현대발레로 무대화된다.  

그의 발레단이 한국 무대에 처음 선보이는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 명작에 현대 발레의 옷을 입힌 작품. 19세기 러시아 왕정 관료인 남편과 유복한 삶을 누리던 안나 카레니나가 청년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의 도피를 하지만, 혹독한 현실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비극을 담았다. 그레타 가르보, 비비안 리, 소피 마르소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으며 꾸준히 영화화된 작품이다.

에이프만은 카레니나의 타오르는 열정과 내면적 고통을 숨막히도록 격정적인 안무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등의 극적인 음악으로 형상화했다. 19세기 러시아 왕정의 시대상을 그린 소설과 달리 에이프만은 안나의 심리적 억압과 욕망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06년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일컫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상을 수상했다. 

“사랑에 관한 발레를 만들고 싶었다. ‘3각 관계’라는 영원하고도 신화적인 주제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젊고 현대적인 배우들로 이뤄진 우리 무용수들은 사랑의 현대적인 개념과 증오를 표현한다.”

에이프만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었다”며 “주인공 안나가 받아들인 감정적이고 에로틱한 세계는 우리 공연의 세계였다”고 작품 동기를 밝혔다. 그는 안나의 심리를 극적인 독무뿐만 아니라, 남편 카레닌 또는, 애인 브론스키와의 화려한 듀엣 춤으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그는 “안무가는 수많은 여성과 남성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나의 발레에서 여성의 주제는 언어가 아닌 몸을 통해서 표현된다”며 “나 자신을 춤추는 안나의 열정으로 드러내야 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에이프만은 안나의 심리 상태에 따라 흰색, 검은색,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게 해 순수, 어둠, 열정에 대한 상징성을 덧입혔다. “예술과 마찬가지로 생활에서도 색깔은 특별한 드라마적인 의식과 연관이 있다. 예를 들면, 검은색은 죽음의 비극과 관련 있고, 흰색은 결혼, 붉은색은 열정을 연상시킨다. 그것의 전형성을 바꾸고, 새로운 드라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13살 때부터 안무를 시작한 에이프만은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와 옛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컨서바토리에서 수학했고, 1975년 키로프 발레의 <불새>를 안무하면서 처음 세계 무용계의 눈길을 받았다. 1977년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을 창단한 뒤로 연극성이 강화된 ‘현대발레’ 장르를 선보여왔다. 그는 옛 소비에트 연방 시대에 공연 예술인 최고의 찬사인 ‘러시아의 국민 예술가’ 칭호를 받았고, 러시아 최고 권위의 ‘골든 마스크상’을 두 번, ‘황금 소피트상’을 다섯 번 받았다.

그는 고전 발레뿐만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체호프 등이 지은 고전문학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현대발레로 창작했다. 또한 차이코프스키, 몰리에르, 발레리나 올가 스페시프체바 등 천재 예술가들의 고뇌를 극적인 무용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다. 에이프만은 “처음에는 발레의 새로운 잠재력을 발견하려고 노력했고, 그리고 나서 심오한 문학세계와 진실한 음악을 발레로 결합시킬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2007년 10월 내한했을 때 “발레는 인간의 감정과 욕망, 내면세계를 관객들과 나눌 수 있는 예술”이라고 말했던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에게 춤은 무엇일까? “나는 춤에 의해 살아가고, 춤을 위해 산다. 춤은 구경꾼들을 인간의 열정을 끌어올리는 사람들에게 포함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나는 그 지점이 가장 흥미롭다.”

<안나 카레니나>는 서울공연에 앞서 3월20일 거제문화예술회관, 22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24일 김해문화의전당에 이어 3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4월2일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지방 관객과도 만난다.(정상영 기자)   

 

■ 보리스 에이프만 인터뷰 전문  

-발레 <안나 카레니나>의 매력을 소개한다면?  

=저는 사랑에 관한 발레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의 ‘3각 관계’에 대한 영원하고도 신화적인 주제였습니다. 이 주제는 항상 의미가 있습니다. 당신이 이러한 신화적인 스토리를 읽는 동안 영감이 생겨납니다. 우리 무용수들은 젊고 현대적인 무용수들로서 사랑과 증오의 현대적 개념을 표현합니다. 만일 우리가 타이틀 <안나 카레니나>를 지운다고 해도, 이 공연은 여전히 (톨스토이의) 그 소설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발레는) 톨스토이 작품의 영향 아래서 쓰인 독립적이고 새로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작품에서 음악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당신이 음악에 대해 특별한 노력과 관심이 있는 것은 컨서바토리에서 공부했기 때문인가요?

=아마 당신이 알 텐데요, 나는 컨서버토리에서 안무를 공부하였습니다.(참고로 에이프만은 옛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컨서바토리에서 수학했다) 그런 연유로 음악의 세계와 특별한 연관을 갖고 있습니다. 음악과의 연관성은 사실 매우 미묘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음악을 볼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음악의 ‘조형성’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감정들이 표현되는지, 그리고 드라마투르그에 무엇을 답하는지 말입니다. 음악은 더 이상 내 작업에 ‘보조제’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창조하는 세계를 구성하는 한 요소입니다.

음악을 고르는 것은 발레를 만드는 작업의 첫번째이자 중요한 것입니다. 그것은 이후의 모든 작업의 과정을 규정합니다. 음악을 고르는 과정은 고통스럽습니다. 이것은 단지 많은 시간 음악을 듣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며, 무언가 음악 안에 있는 새롭고 현대적인 것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 음악이 잘 알려진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 관객들에게 팁을 준다면?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저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을 때 당신은 그의 주인공들의 심리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작가의 이해력을 느낄 것이며, 또한 러시아 삶을 반영함에 있어서 놀라운 열정과 정확성을 느끼게 됩니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는 여주인공의 내면세계에 대한 몰입뿐 아니라 그녀의 성격에 대해 완벽한 사이코-에로틱한 이해가 있습니다. 현대 문학에서 우리는 그러한 열정과 은유와 환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내 안무에 필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나는 마침내는 소설을 넘어섰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받아들인 감정적이고 에로틱한 세계는 우리 공연의 세계와 같습니다. 저는 오늘날에도 남자와의 에로틱한 관계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버릴 수 있는 그러한 여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의 희고, 검고, 붉은 드레스는 그녀의 감정변화와 처해있는 상황을 표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공연을 위해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술과 삶 속에서 색깔은 특별한 드라마적 의식과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검은색은 죽음의 비극과, 흰색은 결혼과, 붉은 색은 열정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런 전형적인 것을 바꾸고, 새로운 연극적인 효과를 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안나가 브론스키를 만난 후 심리변화를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이해시키고 주제를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같습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안무를 창작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안무가는 수많은 여성과 남성 캐릭터를 만들어 냅니다. 제 발레에 있어서 여성의 주제는 언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몸을 통해서 나타납니다. 저는 제 자신을 열정을 춤추는 그녀에게 구체화해야 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 표현의 한계를 위해 여성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안나 카레니나가 제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무용수들과 함께 우리가 이러한 사이키델릭 타입의 여성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몇몇의 사람들은 우리의 비전에 대해 논쟁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사이코드라마로 불려지는 동시에 관객들을 감정적이고 지적으로 영향을 주는 황홀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엘리트적이거나 실험적인 예술이 아닙니다. 이것은 단지 현대 발레일 뿐입니다.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의 스타일을 발전시켜왔고, 이것은 최근에 많은 추종자를 양산했습니다. 최근에 저는 우리의 스타일과 유사한 작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았습니다. 발레의 다른 경향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우리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발레로 만든 첫 번째 안무가로 유명합니다. 그런 작업의 동기는 무엇입니까? 그런 작업을 하면서 오리지널 작품의 명성과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책임감이나 우려를 느낀 적이 있습니까?

=발레를 비롯한 많은 무대예술의 바탕이 되는 문학 작품은 발전되어야 합니다. 최초에 저는 발레 작품을 위한 새로운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진지한 문학과 진실한 음악을 결합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저는 항상 새롭고 독립적인 작품을 만듭니다. 문학적 주제는 단지 발레의 바탕이 될 뿐이며, 제 공연들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판타지아입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도스토예프스키, 셰익스피어, 체홉, 톨스토이 같은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현대발레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차이코프스키, 몰리에르, 발란신 같은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의 삶과 이야기를 발레화하였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혹시 당신의 마음 속에 발레화하고 싶은 위대한 아티스트나 작품이 있습니까?

=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삶에 대한 발레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그 작품은 특별히 프로이트의 심리와 연관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입니다.

-안나 카레니나라는 어떤 인물입니까?

=안나 카레니나는 비극을 위해 창조된 매우 특별한 타입의 여성입니다. 그녀의 관능적인 세계는 매우 모호합니다. 만일 그녀가 브론스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누군가 다른 사람을 만났을 겁니다. 조금만 밀어 부쳤어도 그녀가 그렇게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안나는 한 남자에 대한 성적 집착에 의해 파멸하게 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녀는 약물 중독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지속적으로 아편을 먹으면서, 신경과민으로 인한 신경쇠약증에 빠진 그녀, 바깥 세상을 향한 적개심… 흉악한 존재로 변한 그녀는 그녀 자신을 파멸로 몰아갑니다. 자살을 택함으로써 그녀는 자신과 그녀를 그 지경으로 몰아넣은 친척들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저는 톨스토이의 소설이 훌륭한 작품이지만 톨스토이의 잠재의식의 세계를 작품전체에 다 이식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은 프로이드보다 더 깊은 프로이드의 세계입니다. 그녀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그녀 자신을 희생토록 했습니다. 이것은 희생당한 여성의 타입입니다. 그녀는 죽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그녀를 비난하거나 죄를 면제하여 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그녀는 동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삶은 그녀에게 점차 참을 수 없는 것으로 변하였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모성애를 잃었습니다. 그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그녀는 그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녀는 그 두 가지의 사랑이 명백하게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브론스키를 선택했습니다.

우리의 시간과 19세기가 일치하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여성과 어머니로서 궁극적인 문제입니다. 이러한 카테고리는 가정이란 개념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넘어, 신의 도덕성을 포함한 모든 것을 뛰어 넘어 - 이것은 당신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녀는 남자를 잃은 상실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악마 같은 세상의 창조물로 다시 태어난 한 여성의 비극입니다.

제 견해로 남편 카레닌은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왜 그렇게 나쁜 방식으로 취급되어야 합니까?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결국 가족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이러한 열정이 바로 그의 재앙이었습니다. 그리고 종교로부터 이것을 숨기고 귀족들과 함께 즐기는 것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는 혼자였고, 발가벗겨졌고, 내면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당신에게 춤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춤에 의해 살아가고, 춤을 위해 삽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춤의 철학을 소개한다면?

=안무는 선의 아름다움입니다. 그 안에는 미학적인 아름다움, 감정과 에너지가 있습니다. 안무가가 문학을 어필한다고 해도, 특별한 형식의 세계는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상대적인 예술이며, 발레는 발레 고유의 법칙에 의해서 존재합니다. 반대로 춤은 구경꾼들을 인간의 열정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하며, 저에게는 무엇보다 그 지점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의 움직임은 애크러배틱에 가깝고 무용수들에게는 어렵고 위험하게까지 보입니다. 이런 어려운 움직임을 요구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예를 들어 <백조의 호수> 같은 작품은 매우 어렵습니다. 무용수는 기본적으로 매우 훌륭한 테크닉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별한 작용, 테크닉과 스타일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무용수의 능력이 요구됩니다. 전통적인 작품에서는 밖으로 보여지는(외적인) 면, 움직임(안무)의 그림, 현상(그래픽)이 보다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전문성이 필수 요소입니다. 우리 단체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우리 무용수들은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깊이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 단체에 우리를 하나로 묶고 다 함께 이루고자 하는 지향점에 대한 지시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는 리더가 있고 그 리드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리더를 믿는, 그리고 상호 합의된 지향점에 따르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력에 의해 이루어 집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리더의 아이디어가 성공이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지향점을 포기했던 첫 번째 사람이었습니다. 그 지향점이 우리 모두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이르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지금은 매우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이유입니다. 나는 결과를 달성하는 것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거했습니다. 나는 목표를 위한, 거의 금욕적인 삶을 삽니다. 그리고 나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남았고, 그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은 떠났습니다.

-무용수들의 역할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안나의 역할. 몸으로 표현하기 불가능할 것 같은 것을 요구합니다. 어떤 시스템이 있습니까?

=창작에 어떤 시스템은 없고 만들기 원치도 않습니다. 어쩌면 나 대신 누군가가 할 수도 있겠죠. 우리는 매일 열심히 안무적 창조를 하고 그 실현은 우리에게 큰 결과를 가져옵니다. 당신이 매일 스케일을 연습하면 당신의 손가락은 점차 자유롭게 키보드를 날아다닙니다. 무용수가 안무(움직임)를 이해하고 느끼면 그의 몸은 점차 가장 어려운 테크닉이라도 자기 몸에 익숙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런 무용수들은 연극적인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나의 모든 무용수들이 눈부신 테크닉뿐 만 아니라, 연극적인 재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나라 많은 도시에서 공연을 했다. 당신이 한국에서 공연했을 때 만났던 한국 관객들의 느낌은?

=한국 관객들은 매우 감성적이고 지적입니다. 나의 작품이 올려지는 곳에 있을 때 기분이 좋고 나의 작품을 잘 이해하는 무용 전문가들이 모이는 곳이 좋습니다.

-이번 한국에 왔을 때 하고 싶은 것이나,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건강에 좋고 낮은 칼로리의 음식을 좋아하고 한국에서는 김치를 좋아합니다.

-앞으로 한국에 꼭 소개하고 싶은 당신의 작품은?

=당연히 나의 최근 작품인 <오네긴>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3월3일에 오픈 4월 말까지 공연하고 미국 투어를 갑니다. 한국 관객들도 이 작품을 좋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끝으로 오는 3월 당신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젊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젊은이들과 일해 왔으니까요. 그들에게 자신 안으로 깊이 들어가 스스로를 파악하기 위해 멈추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느끼고,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알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미션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것을 생각해 볼 시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이런 것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행복’이라 부르는 것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의 많은 것이 나 자신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당신이 누군가 탓해야 한다면 자신을 탓하십시오. 정부나 이웃에게 이유를 돌리거나 다른 사람을 질투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절대 다른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하십시오. 인생 전체를 살아가십시오. 그것이 전부입니다.  

09. 03. 05. 

P.S. 인터뷰에서 내게 인상적인 것은 두 가지다. 먼저 카레닌에 대한 에이프만의 옹호. "제 견해로 남편 카레닌은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왜 그렇게 나쁜 방식으로 취급되어야 합니까?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결국 가족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이러한 열정이 바로 그의 재앙이었습니다." 카레닌을 열정을 가진 인물이자 '비극적인 인물'로 보는 견해를 나는 따로 접해보지 못했다. 그의 발레에서 왜 카레닌에게 그토록 많은 비중이 두어지는지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두번째는 '서프라이즈'. 그의 신작 <오네긴>에 관한 얘기다. "당연히 나의 최근 작품인 <오네긴>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3월3일에 오픈 4월 말까지 공연하고 미국 투어를 갑니다. 한국 관객들도 이 작품을 좋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호, 내가 가장 보고 싶은 발레 작품이 하나 생겼다. 내년에는 우리도 볼 수 있을까? 참고로, 에이프만 발레단의 리허설 장면은 http://www.youtube.com/watch?v=pVTjdr724Ac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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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스 에이프만의 차이코프스키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09-09-07 15:14 
    한국을 자주 찾는 러시아의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 <차이코프스키>의 공연을 위해 주연 발레리노와 함께 내한했다는 소식이다. 인터뷰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연합뉴스(09. 09. 07) <인터뷰> 안무가 에이프만ㆍ발레리노 말라코프 "한국 무용수들은 정신적인 면에서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통하는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에이프만) "일본에서는 90번 넘게 공연했는데, 한국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한국에 대한 여러
 
 
하이드 2009-03-0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엘지 티켓 오픈할때 방심했더니, 벌써 코앞이군요. 3일만 하는거라 좋은 자리가 남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로쟈님 소개해주신 덕에 오랜만에 공연나들이 하게되었네요. ^^

로쟈 2009-03-06 22:37   좋아요 0 | URL
며칠전까지는 자리가 좀 있던데요.^^

하이드 2009-03-06 23:47   좋아요 0 | URL
2007년 왔을때는 그 해 티켓 오픈하자마자 공연 3개를 모조리 가장 먼저 하는 바람에, 정말 좋은 자리로 예매 했었는데 이번엔 좀 많이 늦었죠.

그래도 늦게 한 것 치고는 꽤 좋은 자리에 예매했습니다. ^^ 가격도 너무 착하네요.

비로그인 2009-03-06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는 남자를 잃은 상실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악마 같은 세상의 창조물로 다시 태어난 한 여성의 비극입니다." 인터뷰 기사가 여러군데 좀 이상하지만 이것은 유독 그렇군요. 사회가 안나 카레니나를 정죄할 권리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모르지만요. 이 소설이 성경을 인용(로마서 12:19)하고 시작하지 않습니까?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라는 구절이지요. 나보코프가 이 구절에 기대어 해설한 바에 의하면, 사회도 안나를 비판하고 정죄할 아무런 권리가 없지만, 안나도 복수의 자살을 함으로써 브론스키에게 복수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메시지가 있지요.

"제 견해로 남편 카레닌은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왜 그렇게 나쁜 방식으로 취급되어야 합니까?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결국 가족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글쎄... 알렉세이 카레닌이 "비극적"이고 "노력하는 평범한 남자"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카레닌의 위선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는 않겠죠? Pavear & Volokhonsky 부부의 번역(위의 영역본에서 제일 왼쪽)을 읽으면서 알렉세이 카레닌의 위선과 교묘한 심리가 혐오스럽더군요.

독자마다 나름 달리 읽을 수도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인정하면서도 간혹 제가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일부 작품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어 그냥 넘어가려다가 에이프만의 말에 - 어쩌면 좀 이상한 번역(?)에 - 토를 약간 달아봅니다.^^;

로쟈 2009-03-06 22:37   좋아요 0 | URL
러시아어 원문을 보고 싶네요. 아니 영어로 인터뷰를 했는지도 모르겠군요...

urblue 2009-03-0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예매해뒀습니다. 지금은 안나 까레니나를 다시 읽고 있는 중이구요. 대학 때 읽었지만, 그때는 톨스토이 작품은 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아주 재밌네요. 문제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만. ^^;
존 크랑코의 <오네긴>은 9월에 공연이 있습니다. 내년엔 에이프만의 <오네긴>도 왔으면 좋겠네요.

로쟈 2009-03-06 22:38   좋아요 0 | URL
네, <오네긴>을 같이 기다려보지요.^^

anthony 2009-03-0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기대중이에요-
저번에 '차이코프스키'가 최고의 무용 공연이었던지라ㅠㅠ

로쟈 2009-03-07 13:32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