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이면 매번 써야 되는 원고가 있고, 굳이 쓰는 페이퍼도 있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 그 페이퍼다. 생각해보니 이 페이퍼의 용도는 당장에 읽을 책들을 나열하는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미래에 회고적으로 돌이켜보기 위함인 듯싶다. 작년에 쓴 걸 보면서 든 생각이다. '먼훗날' 다시 '지금'을 회고하기 위해서라... 그런 생각이 들자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다시 손을 댄다. 안부도 전할 겸...



1. 문학
작가 신경숙씨가 고른 문학분야의 책은 서하진의 소설집 <착한가족>(문학과지성사, 2009)이다. "<착한가족>안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을 보면 선량한 가족들의 이야기인줄 알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회의 최소 단위라고 볼 수 있는 가족구성원들에게 치밀한 렌즈를 갖다 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착하다기 보다는 마지막 보루처럼 착해야 한다는 사명을 띠고 어떻게든 타인과 소통을 이루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매 상황들이 매우 드라마적이다."라고 소개된다.
불황기에는 대개 '가족'이 화두가 되곤 했던가? 현재 장기 베스트셀러가 될 채비를 갖추고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2008)가 어필하는 것도 그런 사회적 여건과 무관하진 않겠다. 가족이 문제라면, 미국 중산층 가족의 일상과 상처를 다룬 조이스 캐롤 오츠의 <멀베이니 가족>(창비, 2008)도 꼽아보도록 한다. 880쪽에 이르는 책이라 아마 읽다 보면 개나리가 피고 지고 하겠다...



2. 역사
역사저술가 이덕일씨가 추천한 책은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푸른숲, 2009)인데, 버나드 칼슨 등이 쓴 책 <세계사 속의 기술>의 우리말 번역서다. "원제는 'TECHNOLOGY IN WORLD HISTORY'로서 '과학기술로 보는 세계사'라는 뜻이다.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란 제목으로 둔갑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든다는 암시일 것이다.(...) 인류를 발전시킨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덧 세계사에 대한 지식까지 풍부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손색이 없다."라는 게 추천의 변이다.


말랑하고 쫀득한 이야기가 입맛에 맞지 않다면 보다 정통적인 역사에 도전해볼 수도 있겠다. 중국사를 주제로 하는 건 어떨까? 존 킹 페어뱅크 등이 편집한 <캠브리지 중국사>(새물결)가 아직 완간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현재 읽을 수 있는 통사는 페어뱅크와 멀 골드만의 <신중국사>(까치,2005) 정도(보다 전문적인 건 국내 학자들이 쓴 <강좌 중국사>(지식산업사) 시리즈를 참조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에 오래 봉직했던 페어뱅크는 영어권 중국사학계의 좌장이다(동료나 제자들에게 JFK라 불린다고). 때문에 그의 책은 '한 역사학자의 시각'이 아니라 '중국사를 보는 서구의 시각'을 대표하며 그런 의미에서도 필독해볼 만한 책이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시공사, 2001)은 '사진과 그림' 때문에 봐둘 만하겠고, <중국, 그 거대한 행보>(경당, 2002)의 저자 레이 황은 그 호방한 필력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역사학자다.



3. 철학
역사에서 철학으로 넘어보니 난이도가 수직상승한다. 김상환 교수의 추천도서가 <자크 라캉 세미나 11권-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새물결, 2008)이기 때문이다. 추천의 변은 격찬으로 가득 차 있다.
"라캉의 언어 속에서 재탄생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그 극적인 재탄생 과정을 가장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는 책이 이번에 번역된 <자크 라캉 세미나 11권: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개념>이다. 국제정신분석학회(IPA)에서 파문을 당한 1963년 라캉은 이론적 홀로서기의 길로 나아갔고 구조주의자로 평가되던 자신의 과거와도 과감하게 결별했다. 이 책의 부제가 암시하는 것처럼 이런 새 출발은 정신분석의 원천과 토대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드디어 이런 위대한 변신과 도약의 드라마를 잘 다듬어진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라캉 정신분석의 보물 상자를 누구라도 쉽게 열 수 있는 가슴 벅찬 순간이 왔다. 난해한 라캉의 문장을 자연스럽고 명료한 우리말로 옮겨놓은 번역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라캉은 이 세미나를 전쟁터의 기지를 구축하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이번의 책과 번역자들의 후속작업은 국내 정신분석 연구와 대중화에 수없는 승리와 진전을 가져올 항구적 기지의 초석이 될 것이다."
몇 페이지 읽어보지 않아서 '가슴 벅찬 순간'에까지는 합류하지 못하지만 '자연스럽고 명료한 우리말'로 옮겨졌다는 평에는 안도감을 느낀다. 올해 출간되는 <에크리>에도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 혹 그럼에도 라캉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부담스런 독자라면 숀 호머의 <라캉 읽기>(은행나무, 2006)나 지젝의 <HOW TO READ 라캉>(웅진지식하우스, 2007)을 합석시킬 수도 있겠다. 원래는 루디네스코의 평전 <자크 라캉>(새물결, 2000)을 꼽아두려고 했는데 어느새 절판됐다(나는 얼마전에 원서와 함께 정독할 준비를 해놓았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추천한 정치분야의 책은 앨 고어의 <이성의 위기>(중앙북스, 200)이다. 원제는 '이성의 암살'쪽에 더 가까운데, '이성'이라고는 했지만 문제가 되는 건 '미국 민주주의'다. 추천사에 따르면, "그는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이 영장도 없이 가택수색과 체포를 당하는 등 지난 8년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이를 단순히 부시의 잘못으로 치부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민주주의란 이성의 힘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같은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이라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나오미 울프의 <미국의 종말>(프레시안북, 2008)과 뜻을 같이하는 게 아닌가 싶다. 거기에 촘스키까지 보태자면 인터뷰집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시대의창, 2009)까지 포함할 수 있겠다. 한데, 모두 지난번 대선 이전 곧, '변화의 길목'에 출간된 책들이라 '오바마 시대'의 향방까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 내년 이맘때쯤 오바마가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궁금하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관련서는 조준현의 <19금 경제학>(인물과사상사, 2009)이다. 제목에 왜 '19금'이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래와 같은 최근 뉴스기사를 접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주가 조작, 은행의 비리 등 금융권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주가 조작을 노리는 작전 세력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작전'(감독 이호재 영화사사 비단길 제작)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데 이어 은행의 음모와 비리를 다룬 외화 '인터내셔널'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는 '작전'에 '18금' 등급을 매긴 주요 이유로 "증권과 관련된 용어와 주가 조작에 대한 세세한 묘사 등 주제 이해도 측면에서 청소년들의 이해도 고려, 청소년에게 유해한 장면, 모방의 위험"을 들었다.(마이데일리, 09. 01. 29)

조폭 영화는 청소년들이 봐도 좋지만, 금융비리를 다룬 영화는 '모방의 위험' 때문에 안된다? 하여간에 어처구니 없는 정권이 한번 들어서면 국가기관의 이성이 모두 '실종'(혹은 암살!)되는 모양이다. '경제는 알려고도 하지마!', 그런 게 이 정부의 모토라면, '19금 경제학'이야말로 딱 들어맞는 제목 아닌가?!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경제학에 대해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도한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경제학의 모든 것을 알게 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생각할 거리를 얻게 된다는 점에 만족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같이 읽을 만한 책에는 뭐가 있을까? 지승호와의 대담집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시대의창, 2009)와 새사연(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시대의창, 2009)는 어떤지? 부제대로 아무래도 올해의 화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MB노믹스를 넘어'일 듯하므로. 더 나아가 '자본주의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두어야겠다.

한편으로 이번 세계경제 위기의 원인이 '금융'이 아니라 '실물'에 있다는,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브레너 교스의 진단도 흥미롭게 읽었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35868.html). 그에 따르면, "오늘날 위기의 근본 원인은 지난 1973년 이후, 특히 2000년 이후 선진 자본주의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데서부터 찾아야 한다.(...) 이번 위기는 2차 대전 후 가장 심각한 불황이었던 79~82년 불황 때보다 더 심각한 상태고, 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갈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예측가들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들은 실물경제가 그래도 견실하다고 과대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실물경제가 그동안 자산시장 거품에 의존한 채무 누적으로 지탱돼왔다는 사실에 눈감고 있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 브레너의 <혼돈의 기원>(이후, 2001), <붐 앤 버블>(아침이슬, 2002) 등이다. 그는 자본주의 미래에 대해서 상당히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는 편인데, 이번에 최소한 <붐 앤 버블>은 필독해볼 생각이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국내 사회학자들의 의기투합하여 펴낸 <대한민국은 도덕적인가: 한국사회 도덕 살리기 프로젝트>(동아시아, 2009)이다. 제목상으로는 상당히 '관변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하는데, 취지는 좀 다른 모양이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한국사회의 도덕성에 관한 사회학자들의 글 모음이다.(...) 아홉 명의 저자들은 다양한 방식과 예증을 통해 현대 한국사회의 도덕적 위기를 진단한다. 어떤 이들은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사회규범의 오작동이나 사회적 신뢰의 상실에서, 다른 이들은 모순적 규범들 간의 탈구나 시민의식의 부재에서, 또 다른 이들은 부도덕을 강요하는 시장 제일주의나 왜곡된 과학주의에서 그 원천을 탐색한다. 이렇듯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다르기는 하나, 한국사회의 도덕성을 논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어느 학문보다 현실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사회적 당면 과제들에 관해 고민하며 개선을 도모하려는 사회학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좀 감이 안 오는데, 소개를 보니 이런 문제들을 다룬다고 한다.
·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한국유학생들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 타이레놀을 만든 존슨 앤 존슨이 신뢰경영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 현대사회에서 패륜적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우리나라에 만연한 성형 열풍, 왕따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일상적 매너와 윤리, 사회적 규범을 사회학적으로 이해한다.
· 일상생활에서도 우리의 문화가 재생산된다. 놀이공원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성찰하는 한국사회의 도덕성.
· 한국은 왜 8월 15일에 추석을 쇠고, 중국은 10월 10일에 쌍십절을 쇠는 이유는 뭘까
· 도덕에도 남성적 도덕과 여성적 도덕이 있다. 남성중심주의적 도덕을 파헤친다.
· 2008년의 촛불집회가 보여준 새로운 시민문화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 태안 기름유출 사건에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한 원인은 무엇일까
· 황우석 사태와 광우병 논쟁을 통해 거대 과학 시대의 윤리에 대해 성찰한다.
한데, 지역문제와 교육문제는 빠진 듯해서 강준만 교수의 책 두 권을 더 얹어놓는다. 작년에 나온 <지방은 식민지다>(개마고원, 2008)와 이번에 나온 <입시전쟁 잔혹사>(개마고원, 2009)가 그 두 권이다.



7. 과학
장경애 편집장이 고른 과학책은 남극 얘기다. 고경남의 <서른셋, 지구의 끝으로 가다>(북센스, 2009). 여름에 더 어울릴 만한 책인데, "저자는 서울에서 17,240km나 떨어진 남극세종기지에서 1년을 보낸 의사다. 지겨운 일상의 탈출구를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남극은 이름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누구나 갈 수 없는 곳이 남극이다. 독자들은 남극세종기지 월동대를 “남극마을 개구쟁이 스머프”로 표현한 저자의 눈을 통해 세종기지의 일상을 엿볼 수 있고 사람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버리는 강력한 눈폭풍인 블리자드가 남극에선 얼마나 큰 공포임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남극에 관한 책으로 뭔가 두툼한 것이 있었던 듯싶은데, 검색해보니 어린이용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해서 초등학교 때 세계위인전집에서 읽은 두 명의 탐험가 아문센과 스콧을 오랜만에 떠올려본다. 스콧의 <남극일기>(세상을여는창, 2005)는 현재 품절상태지만, <남극의 대결, 아문센과 스콧>(생각의나무, 2004)는 아직 구할 수 있다. 뭔가 더 멋진 책이 나올 수도 있을 텐데 아쉽다...



8. 예술
흠, 드라마의 파워가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서희태의 <베토벤 바이러스>(MBC프로덕션, 2008)이다. 추천의 변은 이렇다. "한국 최초의 클래식드라마 라는 <베토벤 바이러스> 열풍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 덕에 클래식 음악과 음악계가 대중의 관심을 더 받게 되어 적지 않게 즐거워하고 있다. 여러 차원의 음악 강좌가 활성화되고, 재미있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도 지속적으로 청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사회에 미치는 드라마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인물, 강마애(김명민 분)에게 뒤에서 직접 지휘를 가르친 예술 감독 서희태가 클래식음악 입문서를 내놓았다. 어느 전문가의 책보다도 <베토벤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이 책을 보면 아마 이미 드라마를 통해 학습된 여러 가지 지식이 좀더 심화되고 흥미로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강마애가 나오는 몇 장면은 봤지만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별다른 감흥이나 '위력'은 느끼지 못한다. 주중에 읽은 공진성의 <폭력>(책세상, 2009)에도 상징폭력을 다루면서 이 드라마 얘기를 잔뜩 늘어놓았기에 좀 어리둥절했었다(기대와는 동떨어진 책이었다). 그럼에도 베토벤이 대세라면, 고규홍의 <베토벤의 가게부>(마음산책, 2008)는 어떤가. 부제가 '클래식과 경제'이고, 음악가들의 ‘생계’를 화두로 삼은 클래식 음악사다. 저자는 음악가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1. 그들은 왜 가난했나.
2.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강구했나.
3. 생활인으로서 그들의 자의식은 어떠했나.
흠, 곤란한, 아니 짓궂은 질문들이군. 나는 음악가가 아니니 피해가도록 하겠다. 덧붙여 베토벤 마니아를 자임하는 서울대 의대 조수철 교수의 <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서울대학교출판부, 2007)도 클래식 애호가라면 필수 소장도서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고른 교양서는 모로하시 데쓰지의 <십이지 이야기>(바오, 2008). 모로하시 선생은 백수(白壽)에 <공자 노자 석가>(동아시아, 2001/2008)를 펴내 화제가 됐던 일본의 석학인데, 얼마전에 나온 이 책은 말 그대로 자축인묘- 하는 십이지에 대한 것이다. "참으로 박식한 모로하시 선생은 십간(十干) 십이지(十二支)와 음양오행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풀어내고 이어 각 띠별로 동양의 각종 고전에 담긴 전설과 우화까지 동원해 그 장단점을 구수하게 풀어낸다." 지난 설연휴에 읽을 만한 책이지 않았을까.



10. 재출간본
이제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이다. 과학분야의 재출간본을 세 권 골랐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다윈 이후>(사이언스북스, 2009)는 예전 범양사판도 갖고 있지만(http://blog.aladin.co.kr/mramor/2511755) 이번에 아주 근사한 장정의 책이 나와서 지갑을 또 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또 치하할 만한 책은 바뀐 출판사에서 가격을 낮춰 보급판으로 낸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동녘사이언스, 2008)과 제프리 밀러의 <연애>(동녘사이언스, 2009). 후자는 예전에 <메이팅 마인드>(소소, 2004)로 출간됐었는데, 32000원의 고가였다. 이번에 19800원으로 떨어졌으니까 2/3로 저렴해진 셈. 이 세 권의 책을 이번 대학 신입생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09. 01. 31.


P.S. '이 달의 고전'은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유문화사, 2009)도 출간된 김에 '고전 읽기'에 관한 책으로 고른다('메타고전 읽기'인가?).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민음사, 2008)와 도쿄대 교양강좌의 교재 <문학, 어떻게 읽을까>(민음사, 2008) 등이 책상 가까이에 있는 책들이다.



거기에 데이비드 덴비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씨앗을뿌리는사람, 2008)을 덧붙이고 싶은데, 책은 중견의 영화평론가가 두 학기 동안 들은 교양강좌에서 읽은 책과의 만남을 기록하고 있어서 '실전적'이다(http://blog.aladin.co.kr/mramor/2184381).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을 소개하는 <인문학 스터디>(라티오, 2009)가 '가이드북'이라면 이 두 권의 책은 '현장 실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인문학 스터디> 같은 경우는 '교양교육의 정신'이 으레 그렇지만 보수 엘리트주의적 경향이 짙은 책인데, 편역자들은 어떤 계산을 했던 것일까?). 개학을 맞기 전에 휘리릭 읽고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고전에 대해서, 읽기에 대해서, 강의에 대해서, 그리고 대학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