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간 중에 '오래된 새책'으로 눈길을 끄는 책은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산책자, 2008)이다. 재출간된 책인 만큼 자세한 서평은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북페이지에서 자세한 소개를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돼 있다.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을 다시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 책은 1997년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가 오래도록 절판된 상태로 ‘기호’로만 남아 있어, 적지 않은 인문 지성 독자들이 재발간을 기다려온 텍스트였다. 이번에 스키라 판(Skira, 1970)을 번역한 1997년 번역 판본에 더해 세이유 판(Seuil, 2005)의 몇 군데 수정사항을 반영해, 동일한 역자의 섬세한 재작업을 거쳐 새로운 한국 판본을 출간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산책자 판 『기호의 제국』은 <산책자의 에쎄Essaie>라는 이름으로 이어질 ‘그윽한 사유와 새로운 비평이 담긴 지성 에세이 시리즈’의 첫 권으로써, 현대적 감수성으로 빚은 ‘텍스트의 즐거움’을 찾는 탐서가(산책자)들을 인도하는 ‘산책로 표지판’이기도 하다.
나는 이전 민음사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몇 군데 수정사항만 확인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은 콘텐츠로만 읽는 것도 아니어서(e-book을 나는 즐기지 않는다) 막상 표지를 보면 견물생심이 된다. 비록 민음사판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들지만(알라딘에 이미지가 없어서 리브로에서 가져왔다).
소개를 조금 더 따라가본다. "구조주의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혁신적인 이론과 문체로 빛나는 현대 비평의 핵심 텍스트『기호의 제국』에서 바르트가 구성해낸 일본은 하나의 텍스트이며, 그는 “그곳에서 나는 여행객이나 방문객이 아니라 독자”라고 말한다. 그가 일본에서 읽고 있는 여러 문화 현상들은 간단한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라 씌어진 텍스트다. 그것도 단순한 논리나 사건 중심으로 씌어진 것이 아니라 하이쿠처럼 언어를 통해 언어의 핵심에 이르려는, 몸짓으로서의 글쓰기를 통해 씌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일본 문화라는 텍스트에 대한 일종의 비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기호의 제국>은 일본이란 텍스트보다는 바르트란 텍스트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텍스트이다. 바르트에 대해서 말해주는 텍스트도 그 자신이 쓴 것을 포함해서 몇 권이 소개돼 있다. 역시나 절판된 자서전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강, 1997), 문학이론가 조너선 컬러의 <바르트>(시공사, 1999), 그리고 최근의 책으로 그레이엄 앨런의 <문제적 텍스트 롤랑 바르트>(앨피, 2006)가 '바르트 로드맵'으로 추천할 만하다.
얇은 책으론 트리포나스의 <바르트와 기호의 제국>(이제이북스, 2003)도 유용하다. 바르트라는 '기호의 제국'에 대한 1시간짜리 유람기이다. 그리고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을 직접 맛보고 싶다면 가장 '대중적인' 바르트 텍스트인 <사랑의 단상>(문학과지성사, 1991; 동문선, 2004)부터 집어드는 것이 안전하겠다...
08. 09. 21.
P.S. 바르트의 책을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은 한명숙 역의 <유행과 문자의상 체계>(경춘사, 1994)이다. 짐작엔 <모드의 체계>(동문선, 1998)와 같은 책이 아닌가 싶은데, 분량이 258쪽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완역은 아닌 듯싶다. 책은 바르트의 박사학위논문으로 씌어진 것이어서 가장 '딱딱하다'. 현재는 둘다 절판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