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연재되면서 또한번 황석영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 2008)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나는 읽어보지 않아서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바리데기> 때만큼이나 폭발적이다. 뒤늦게 읽은 <바리데기>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소설이었지만, 새로 나온 '성장소설'은 또 다를지 모르겠다. 단행본 출간에 맞춰 오늘 기자회견을 가진 듯한데,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8. 07. 31) "젊은 독자와 소통 위해 ‘문청’시절로 돌아갔어요”

“지난해 ‘바리데기’를 발표한 다음, 젊고 어린 독자들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들과 뭘로 소통할까 생각하다가 성장소설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작가 황석영씨(65)가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의 출간을 맞아 30일 기자들과 만났다. 그의 일곱번째 장편인 ‘개밥바라기별’은 작가의 분신인 유준이 고등학교를 자퇴할 무렵부터 군에 입대해 베트남으로 떠나기까지의 고민과 방황을 그렸다. 준과 그의 친구인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면서 1960년대 초반의 시대상과 청춘의 초상을 복원했다.



“이 소설은 젊은 세대와 대화하겠다는 당초 의도와 함께, 내 작품세계에서도 한 분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소설에는 고교 문예반 활동을 하던 준이 소설을 쓰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이 무렵 황 작가는 경복고 재학 시절 등단작인 ‘입석부근’(사상계 신인문학상)뿐 아니라 ‘가화’ ‘가객’ ‘밀살’ ‘부활이전’ 등의 단편을 썼고, 손질을 거쳐 대개 발표했지만 정작 첫 소설집 ‘객지’를 묶을 때는 ‘입석부근’을 빼고는 모두 누락시켰다. 내밀한 개인, 낭만적 치기를 감추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밥바라기별’을 쓰면서는 그 무렵의 ‘문청’인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멀고 먼 길을 돌아서 문예반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방북 이후 베를린에 망명할 때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아름다운 개인을 발견했습니다. 그후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일상을 재학습했습니다. ‘개밥바라기별’은 그런 개인이 만들어지는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시절의 이야기이지요.”

‘모든 선택의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는 두려움에 몸이 떨리기도 하지만 미지의 자유에 대하여 벅찬 기대를 갖기도 합니다. 물론 힘들겠지만 스스로 만든 시간을 나누어 쓰면서 창조적인 자신을 형성해나갈 것입니다.’

준의 자퇴이유서의 문구처럼 작가는 독자인 젊은이들에게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를 그만둔 준은 친구들과 함께 무전여행을 하고, 또다시 우연히 만난 장씨란 어른을 따라 공사판을 떠돌고 입산을 하려는 가출을 시도한다. 그런 기나긴 방황의 시절을 돌아보면서 작가는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정사를 난생 처음 썼다.

“젊음의 특성은 외면과 풍속은 변했지만 내면의 본질은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자본과 체제의 압박 속에서 자란 오늘날의 청년들 역시 60년대의 청년들처럼 상황을 뚫고 나갈 에너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데미안’ ‘토니오 크뢰거’ ‘호밀밭의 파수꾼’이 보여주는 것처럼 어느 시대의 성장소설이건 바로 그 자리로부터 자유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황씨는 특히 ‘개밥바라기별’을 블로그 연재라는 형식으로 쓰면서 인터넷 세대의 긍정적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광장은 방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고, 방도 광장이 없으면 자폐상태에 빠집니다. 내가 살펴본 블로거들은 각자의 개성과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졌으면서도 소통과 연대를 이뤄내고 스스로 자정기능도 갖고 있더군요.”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하루 100~200개의 댓글이 달리고 총 180만명의 네티즌이 접속했다. 특히 촛불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작가의 블로그에서 정치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참가자는 참가자대로, 비참가자는 비참가자대로 자신의 입장을 존중받는 결과로 수렴됐다고 한다. 그런 인터넷 소통의 경험을 통해 작가는 새로운 문학형식을 내놓겠다고 밝혔다.(한윤정기자)

08. 07. 30.

P.S. 다른 기사를 보니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작가는 내비쳤다. "네이버 연재 경험을 살려 다음 작품도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강남형성사에 대해 쓸 예정인데 강남의 여러 인물들을 꼭두각시 놀음 속에 담아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지 등을 활용해 보다 자유롭게, 좀더 '인터넷적'으로 쓸 생각입니다." 이 '강남형성사'가 실상은 내가 가장 고대하는 소설인데, '꼭두각시 놀음' 형식에 담아서 쓰겠다고 하니까 김지하의 담시 '오적'을 닮은 '풍자소설'이 나오는 거 아닌가 싶다. 확실히 '정통 소설'의 시대는 지나간 듯싶다.

그리고,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은'젊음'과 '청춘'이 트렌드라는 것. 이어령과 황석영 같은 '원로'들
께서 다시 '문청'으로 복귀하는 풍경은 신선하면서도 기이하다(봄에 <젊음의 탄생>(생각의나무, 2008)을 펴낸 이어령 선생은 이번 여름에는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문학세계사, 2008)란 제목의 첫시집도 출간했다). 원로들의 생존법인가? 물론 문학에 연령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인도에 사는 70세 할머니가 쌍동이를 출산했다는 며칠전 해외토픽도 있는데 그 정도가 대수이겠는가. 대신에 이 시대 진짜 '청춘'들은 다 뭐하는지 궁금하다. <젊음의 탄생>과 <개밥바라기별>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이라... 여하튼 요즘은 작가 인생도 60부터인 듯하다. '88만원 세대'보다 더 '열씨미'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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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t;개밥바라기별&gt; 황석영 작가, 도서관에 오다!
    from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블로그 2008-08-18 09:17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는 매달 1회 이상 출판사와 함께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 듣는 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지난 지난 8월 8일에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신작소설 의 저자 황석영 선생님을 모시고 진행하였습니다. 2008/07/25 - [도서관 북세미나] 황석영 작가의 황석영 선생님은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답게 '우리시대 문학과 문화', '개밥바라기별 이야기' 등을 즐겁..
 
 
푸른괭이 2008-07-3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지어 출간일은 8월 1일... ;;-- 황석영의 인기를 실감케 합니다.. ㅋ

로쟈 2008-07-30 22:02   좋아요 0 | URL
그게 배경이 60년대 초반일 텐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