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5월은 무엇보다도 '80년 광주'의 5월이지만, 유럽인들, 특히 프랑스인들에게 5월은 '68년의 5월'이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하여 그곳에서도 '기억의 전쟁'이 뜨거운 듯하다. 이에 대한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모처럼 지젝에 관한 언급도 있기에 '로쟈의 지젝'으로 분류해놓고. 사실 그의 <혁명이 다가온다>(길, 2006)의 한 장을 며칠전 읽기도 했다. 적어도 내가 읽은 대목(10장)에서 국역본은 차라리 '오역서'에 가깝다. 예전에 대충 넘겼던 것일까? 혁명은 다가오되, 저만치 비켜가는 듯하다...  

경향신문(08. 05. 13) [문화수첩]누가 ‘68혁명’을 끝났다 하는가

13일은 프랑스의 ‘1968년 5월혁명’에서 꼭 거론되는 날이다. 낭테르대 학생들이 대학당국의 권위주의에 대항해 3월22일 대학본부를 점거하며 시작된 학생운동에 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가세한 날이기 때문이다. 80만명의 인파가 파리 시내에서 드골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경찰의 가혹한 진압에 맞서 싸웠다. 이후 68혁명은 미국, 독일, 일본 등으로 확산되며 전 세계를 변혁의 열기로 가득 채웠다.



그 날로부터 꼭 40년. 역사가 되기에는 너무나 가깝지만 이 사건은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도 ‘기억’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시발점은 지난해 프랑스 대통령이 된 니콜라 사르코지다. 그는 당선 직후 “68년 5월 이래 좌파들은 ‘성과’와 ‘노력’을 거부하고 ‘노동’의 가치를 내던졌다”며 68 청산을 주장했다. 올 들어 프랑스에서는 68과 관련한 책이 수십 종 출간됐다.



68 당시 주역인 다니엘 콩방디 현 유럽의회 의원처럼 “두 번 이혼한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된 것도 68의 유산 덕”이라고 68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68 때 공산당원으로 참여했으나 대선 때 사르코지 지지선언을 한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처럼 “68은 파묻어야 할 유물”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국내에서도 판박이 기억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들이 68혁명 40주년 특집에서 68세대와 한국의 386세대를 연결지으며 이들의 시대는 끝났음을 공언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68혁명을 매장하려는 시대’ 등의 칼럼으로 이를 반박한다.

68년 5월 ‘거리의 정치’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드골이 곧 권력을 회복했고,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갔으며,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감으로써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성과인 프랑스 대학 국유화는 지금 신자유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긴 관점에서 68혁명은 신자유주의의 출현을 촉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영국 BBC 월드 라디오가 지난 7일 방송한 ‘거리의 철학(Philosophy in the Streets)’을 들어보자. 23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질 들뢰즈, 기 드보르 등 68이 낳은 당시로선 ‘차세대’ 철학자들의 육성 강연·인터뷰와 지금 활동 중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등의 목소리를 담아 “68이 기획했던 거리의 정치는 실패했지만, 거리의 철학은 성공했다”고 말한다. 오늘날 전 세계의 철학과 미학, 정치,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이끈 68세대의 뒤에는 철학이 있었던 것.



바디우는 “68년 5월의 의의는 새 가능성의 실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 가능성의 창조에 있다”며 “사르코지가 68이 끝났다고 했지만, 철학은 68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줄 정치적인 의무를 갖고 있다”고 했다. 지젝은 “68년 5월의 메시지는 절대적으로 생생히 살아 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급진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했다. 방송은 지젝이 인용하는 68혁명의 슬로건과 당시 거리의 함성을 오버랩하며 맺는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동시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 (다시듣기 http://www.bbc.co.uk/worldservice/aboutus/2008/05/080501_philospophy_streets.shtml )(손제민기자)

08.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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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5-1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법처리한다는 협박이 드디어 공식적으로 터졌습니다.

로쟈 2008-05-14 00:1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70-80년대로 회귀하는 모양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5-1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드레 글뤽스만은 70년대 말부터 우익으로 전향했는데 이제 아예 사르코지를 지지했군요.
우리나라 대학생들은(하기야 유치원 때부터이지만)선후배 따지며 위계질서 세우는 악습 좀 고쳐야 합니다.그리고 대학 안나온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처음 본 사람에게 학번 좀 묻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분위기 진짜 개판됩니다.우리나라 민주화운동엔 68혁명과 같은 문화혁명이 없으니까 진보니 뭐니 떠드는 인간 중에서도 나이 따지고 여성차별하고...아이고...말하기도 싫어...우리나라 학교가 최소한 중국이나 일본 정도의 선후배관계만 되어도 좋겠습니다.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배한테 예의지키듯 부모를 대하면 모두 효자효녀가 될걸요.

로쟈 2008-05-14 00:17   좋아요 0 | URL
신입생 얼차려도 여전한 걸 보면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군사문화의 잔재라고들 하는데, 꽤나 오래가는/오래갈 듯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5-1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봉 씨가 서경식 씨에게 형님이라고 하겠다고 말하니 서경석 씨가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죠.서경식 씨 말이 맞습니다.그런데 저는 김상봉 씨같은 분도 형님 병에 걸렸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방정환 선생이 어린이에게 존대말을 써야 한다고 했죠.이 예절만 지켜도 우리나라 특유의 폭력적 위계문화는 완화될 겁니다.
그리고 386이니 475니 하는 용어 안쓰기 운동이라도 해야지 원...특히 70년대에 대학물 먹은 이들이 전인구의 몇%나 되었다고...그리고 운동선수가 신인이면 신인이지 고졸신인... 꼭 학력을 표기해야 하는지...

로쟈 2008-05-14 23:21   좋아요 0 | URL
저도 <만남>에서 그 대목은 읽었습니다.^^;

섬나무 2008-05-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겨레에서 김호기 교수가 이번 사태로 등장한 세대를 2.0세대라고 했는데요 어쩌면 서경식씨는 이런 우리의 모습에서 다시 희망을 보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프랑스가 68세대 이후 '68세대를 매장하려는 시대'를 살고 있다면 말입니다.
'2.0세대는 불편한 것은 참지 않는다 그들의 촛불집회는 쇠고기에 앞서 4.15 학교 자율화 조치가 있다는 걸 간과하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말은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동시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라는 68혁명의 슬로건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하여간 일반인인 저에게도 이번 현상은 매우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로쟈님 전 요즘 애들이 독서랑은 거리가 먼 애들이란 점에 특히 필이 꽃혀 있습니다.ㅎㅎ

로쟈 2008-05-14 23:01   좋아요 0 | URL
요즘 20대는 절망적이라는 설이 많은데, 자라나는 10대들은 좀 다른가 보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5-1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하튼 중년 이상 세대보다는 10대 20대들이 순수한 것은 사실입니다.문제는 이미 청소년 연령대 쯤이 되면 학교체벌을 통해 부당한 폭력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거죠.
우리나라에 68혁명 같은 것이 일어나면 학생들은 먼저 학교체벌을 상징하는 존재(각 학교에 한두명 씩 있다는 미친 개...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는...)들을 조리돌림해야 합니다.물론 선배가 후배를 체벌하는 관행 없애기도 빼놓을 수 없죠.

로쟈 2008-05-14 23:22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조리돌림'^^

노이에자이트 2008-05-1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리돌림한 뒤에 학교 나무에 묶어놓고 자아비판시킨 뒤에...음...그 다음엔 뭐할까요?

로쟈 2008-05-15 00:08   좋아요 0 | URL
내빼야 하지 않을까요?..

노이에자이트 2008-05-15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에 묶어놨으니 못 내뺍니다.아...칠성판에 묶어놓고 그동안 학생들을 때린 도구-밀걸레 자루,각목,골프채,야구 방망이_등으로 되갚아 주면서 이렇게 외치도록 해야 합니다.이건 사랑의 매야!!! 퍽!!! 이건 사랑의 매야!!!퍽!!!

심술 2008-05-1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두 분 다 너무 웃기십니다. 코미디언 하셔도 되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05-16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심각한 이야기만 하는 것도 재미없어서 웃겨봤어요.하지만 아직도 구타,체벌이 있다는 현실은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