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 독자라면 알겠지만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는다>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제목이다. 국내에는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민음사, 1977/1982)로 번역됐지만 나는 읽어보지 않았다. 다만 멕시코의 거장 아르투로 립스테인이 영화화(1999) 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소설보다 그 영화에 더 관심이 간다(립스테인의 영화 <짙은 선홍색>을 본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립스테인의 모든 영화!'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런 경우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러시아 영화 <형제2>(2000)도 떠올릴 수 있는데, 감독인 알렉세이 발라바노프보다 주연배우 세르게이 보드로프가 더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러시아의 젊은 '국민배우'였던 보드로프는 안타깝게도 2002년에 산악사고로 숨졌다).

이 영화의 주제가가 록그룹 비투(Bi-2)가 부른 '대령(Polkovnik)' 혹은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는다'이다(마르케스의 소설과도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비투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세련된 러시안 록을 들려준다(http://www.youtube.com/watch?v=8elQqqGi11k). 아래 두 사람이 주 멤버들이다.

러시아 대중음악을 잘 아는 것도, 자주 듣는 것도 아니지만 몇몇 그룹의 음악은 가끔씩 유튜브 등을 통해서 들어보는데 비투의 음악 또한 그렇다. 그들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건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인 '자쥐가쯔(Zazhigat')'이다(http://www.youtube.com/watch?v=GkMBUsOvj0U). '불붙이다' '점화하다'란 뜻이다(다른 속뜻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들의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 마음을 비울 일이 있을 때 들으면 좀 편안해진다.

지난달에 서재 방문자수가 40만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정점'을 친 듯하다. 즐찾과 방문자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적어도 더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고비를 지난 것. 이젠 슬슬 '퇴역' 준비도 해야겠다(마르케스의 소설도 읽을 수 있겠다!). 어느 흐린날, 풍경 속으로 사라질 날을 꿈꾼다. 바람에 날리는 휴지처럼, 비닐봉지처럼...  

08. 04. 07.

P.S. 마르케스의 소설은 중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읽어볼 수 있다. 이렇게 끝이 난다.

부인은 울화통이 터졌다.
  “그러면 그동안엔 무얼 먹는단 말이지요?” 하고 그녀는 물었다. 그리고 대령의 플란넬 파자마의 멱살을 잡았다. 그녀는 그를 세게 흔들었다.
  이 순간에 당도하기까지 대령에게는 75년간 -순간 순간 따져서 대령의 75년의 생애- 의 세월이 걸렸다. 그가 대답을 하는 순간 그는 순수하고 분명하고 또 무적임을 느꼈다.
  “제기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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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세곰 2008-04-0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부쩍 '퇴장'을 예고하시는 글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무척 아쉽지만 로쟈님의 '영달'을 위해선 이 곳에서의 작업시간을 '공식적' 글쓰기에 할애하시는 것이 맞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로쟈님은 '합리적 이기심'이 동인이 된 것이 아니라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회의 '물량'공세를 이유로 하지만요.
지난 토요일은 얼핏 뵙고 인사도 못 나누었네요.

로쟈 2008-04-07 12:01   좋아요 0 | URL
네, '다른 일'들이 많은 탓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게 가장 크구요, 어차피 '충실'하게 운영하지 못할 바에는 마무리를 잘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섬나무 2008-04-0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 협박성 메세지 입니까?ㅎㅎ 시간 할애를 줄이시는 걸로 협상 봅시다. 술 사 드릴게요.ㅎㅎ 요즘 영화란을 흝고 있습니다. 김기덕 '빈 집'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김기덕 응원잡니다. 난 그의 허술하고 넘치는 영화가 좋습니다. 그의 영화가 여성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평가에도 개의치 않습니다. 그의 숨길 수 없는 트라우마가 가슴 아플 뿐입니다. '나쁜 피'에 대한 페이퍼는 요즘 내가 빠진 슬럼프에 대한 위로같아 감사했구요. 인문학은 전문적으로만 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중생들을 구도하는 심정으로 제발 오래오래 남으세요. 40만에서 슬슬 줄고 있다구요? 이제보니 욕심이 보통이 아닌 분이었군요.ㅎㅎ 암말 마시구 4만까지만 버티시죠. 앞으론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들를게요. 이젠 협박 안 하시깁니다.^^

로쟈 2008-04-07 14:58   좋아요 0 | URL
제가 협박당하는 것 같은데요.^^ 40만은 총방문자 수고요, 즐찾은 1640에서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그 정도가 한계치라고 생각되고요. 일단 예전만큼 '많이' 쓰지 못하기 때문에 '퇴역'을 꿈꾸는 것이죠. 반환점을 돌았다는 생각으로.^^;

섬나무 2008-04-0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소가 완전히 바닥나는 것과 희미하게라도 공급되는 것의 차이만 인정하시면 됩니다.^^

로쟈 2008-04-07 15:35   좋아요 0 | URL
언젠가 노르웨이 근해에서 가라앉은 러시아 잠수함이 생각나는데요.^^;

섬나무 2008-04-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난 연인이 시들해지기 전에 이별을 고하는 여자가 생각납니다.

로쟈 2008-04-07 17:55   좋아요 0 | URL
그게 '자존심'이던가요?^^

2008-04-07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8-04-07 17:57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요즘 '쉬엄쉬엄' 하고 있습니다.^^;

섬나무 2008-04-0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 새 옷 입히셨네요. 난 로쟈님이 이렇게 서재 옷 갈아입힐 때마다 로쟈님 외로움이 느껴지는데 이게 무슨 병인지 모르겠습니다.ㅎㅎ 노래 하나 소개할게요. 이종만/장돌뱅이 라네요. 제가 컴맹이라 노래꺼정 올리진 못합니다. 대신 올려주세요.ㅎㅎㅎ 근엄한 인문학서재랑 좀 동떨어지긴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쉬시지요 머. 그나마 없다는 시간을 지가 뺏고 있나요?^^

로쟈 2008-04-07 21:04   좋아요 0 | URL
러시아의 수즈달이란 곳입니다. 낮에 잠시 시간이 나길래 몇 가지 이미지를 테스트해보다가 고른 건데 시원스레 보여서 맘에 드네요. 제가 '장돌뱅이' 이미지는 전혀 아닌데 노래는 들어보도록 하지요.^^

wmck 2008-04-07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역' 이야기에 놀라서 처음 글 남겨 봅니다. 언제나 많은 것을 얻고 있는 곳이니 운영이 뜸해지더라도 '퇴역'과 같은 무서운 이야기는 하지 마셨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로쟈 2008-04-07 21:06   좋아요 0 | URL
책 관련 정보들이야 요즘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좀 특별한 공간을 만들려고는 하지만 여유가 잘 없네요.^^;

사량 2008-04-0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지만 로쟈 님의 재충전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붙잡지 못하겠습니다.ㅜㅜ 그동안 애써주신 것만으로도 무한히 감사 드립니다. 다만 새로운 글을 올리시진 않더라도 서재 자체를 폐쇄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곳에 축적된 귀한 정보들이 사장되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ㅜㅜ

로쟈 2008-04-07 21:39   좋아요 0 | URL
저 아직 '퇴장' 안 하는데요! '준비'를 좀 해야겠다고만 했는데, 흠...

사량 2008-04-0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별인사를 드린 건 아니었는데 그런 뉘앙스가 되어버렸네요.;;; 그런데 전에도 글들을 숨겨둔 채 잠시 서재를 닫으신 적이 있어서, 앞으로 정말 '퇴장'하신다면 글들만이라도 남겨달라는 뻔뻔한 부탁을 드린 거예요.;;; '준비'는 저희에게도 필요합니다. ^.^

로쟈 2008-04-08 16:56   좋아요 0 | URL
네, 준비운동을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paviana 2008-04-0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협박조로) 별장이라 생각하시고 그냥 남겨두시죠.
(속마음은) 준비라는 말씀만 들어도 철렁 내려앉습니다.흑흑

로쟈 2008-04-08 16:57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말씀을 드려서 정말 '퇴장'할 때 전혀 놀라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yoonakim 2008-04-0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paviana님 말씀이랑 똑같습니다.^^

로쟈 2008-04-08 16:57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