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서점에서 몇 번 손에 들었다가 놓은 책은 '초기 교회의 비밀을 담은 쿰란의 문서'란 부제를 단 <사해사본의 진실>(위즈덤하우스, 2007)이다('사해사본'은 가장 오래된 구약성서 사본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마침 지난달부터 올 6월까지 전쟁기념관에서 ‘사해사본과 그리스도교의 기원’이란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기에 한번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박자 늦게 올라온 리뷰가 있어서 옮겨놓는다.   

한겨레(08. 01. 08) "사해사본 내용 은폐·왜곡됐다”

사해사본 전시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사해사본의 진실〉(위즈덤하우스 출판)이라는 책이 출판됐다. 그러나 ‘초기 교회의 비밀을 담은 쿰란의 문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전시회가 그리스도교인들의 신앙을 고취하는 데 목적을 둔 것과 달리 사해문서를 둘러싼 의혹과 진실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사해문서가 발굴된 지 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사해문서의 중요한 내용들이 공개되지도 않은 채 사해문서를 관리하는 ‘국제학자단’이란 조직에 의해 은폐되거나 왜곡되어 전달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시작한다. 저서는 사해문서가 발견된 사해의 쿰란공동체가 1세기의 공공사건들이나 주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숨어 있던 은둔자들이 아니라 당시 시대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인’으로 꼽히는 예수의 동생 야고보는 물론 예수까지도 그 연관 가능성이 감지되지만, 정통 그리스도교의 수호에만 집착하는 국제학자단이 그리스도교 기원의 독창성에 대한 침식을 우려해 이를 철저히 은폐하는 데만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또 예수 이전에 기록된 사해문서의 존재는 이미 예수의 가르침과 유사한 가르침들이 그전에도 있었음을 말해준다고 밝히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는 성서의 말씀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 20세기 성서고고학의 최대 발견으로 꼽히는 사해사본 가운데 길이가 7.34m 인 이사야서 복원본을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특별전시관에서 전시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기원전 250년에서 기원후 68년 사이에 쓰여져 이스라엘 사해 서쪽 쿰란 지역의 동굴에서 지난 1947년~1956년 발견된 사해사본 진본 5점과 소장국인 이스라엘에서도 진본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복원본 3점 등 그리스도교 관련 유물을 볼 수 있는 '사해사본과 그리스도교의 기원'전은 5일 개막해 2008년 6월4일까지 열린다.(김정효 기자)

저자는 쿰란공동체가 예수의 동생 야고보를 추종하던 ‘나조레안들’일 것으로 추정한다. 야고보는 예루살렘에서 장로들로 구성된 평의회를 이끄는 초기 교회의 지도자였으나 바울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한 번도 예수를 직접 보지 못한 바울은 단지 광야에서 의사 신비주의적인 체험만을 근거로 그만의 신학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예수에서 기인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정당화해 예수를 직접 만나고 가르침을 받았던 야고보 등 초기 공동체 구성원들이 생각했던 ‘예수’와는 전혀 다른 예수를 전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이로 인해 초기 교인들로부터 죽음을 당하기 직전 로마병 수백명의 도움으로 위기를 피해 자취 없이 사라진 바울의 행적은 로마에 도움을 주는 밀고자나 비밀 정보원을 돕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의인 야고보’와 바울을 대척점에 놓고 그리스도교의 기원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하고 있다. 마이클 베이전트·리처드 레이 지음, 김문호 옮김.(조현 기자)

08. 01. 08.

 

 

 

 

P.S. <사해사본의 진실>은 결국 구입하게 됐는데, 아직 서두만을 읽었지만 잘 씌어지고 잘 번역된 책이다. 덕분에 같은 저자들이 쓴 <성혈과 성배>(자음과모음, 2005), 그리고 같은 역자의 <신의 전기>(지호, 1997)까지 독서목록에 올려놓았다. 역자는 신학대학을 나와서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는 분인데 사진쪽뿐만 아니라 기독교 관련서 번역에서도 손에 꼽을 만하지 않나 싶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스티븐 랭의 <바이블 키워드>(들녘, 2007)가 눈길을 끈다. 가격이 만만찮아서 미뤄두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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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01-09 15:25   좋아요 0 | URL
저도 '이쪽 계통'의 책들을 서재 한 구석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몰래 모아두고 있는데요, 얼마 전 '정통 기독교도'인 한 친척에 의해 이 코너가 '사해사본처럼 발굴된' 이후로 그 친척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로쟈 2008-01-10 10:27   좋아요 0 | URL
저도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가끔 교회에 나가는데 기독교 서적도 좀 읽는 게 인문학 공부라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08-01-10 10:18   좋아요 0 | URL
하하. 로쟈님. 저도 종교는 로만 가톨릭인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가끔 교회에 나가야 한답니다. 의외로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교회에 나가는 분들이 많군요... 인문학공부. 맞겠지요? (웃음)

로쟈 2008-01-10 10:27   좋아요 0 | URL
네, 인문학 공부 맞구요, '평화'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