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의 '오늘의 책'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다. 1월 4일이 그의 기일이라고 한다. 덕분에 카뮈와 함께, 그리고 <이방인>과 함께 스물 살 청춘을 잠시 떠올려본다. <이방인>을 읽은 건 고등학생 때였지만, <시지프의 신화>를 읽은 건 아마도 만 열아홉 살 때였을 것이다. <이방인>을 더 읽은 기억은 없지만 <시지프의 신화>는 한두 번 더 읽었던 듯하다. 한때는 불어로 <이방인>을 읽어볼까도 했었는데, 이젠 러시아어본과 함께 <이방인>을 읽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아마 생각으로 그칠 것이다. '이방인'으로 살기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다...

한국일보(08. 01. 04) [오늘의 책<1월 4일>] 이방인

1960년 1월 4일 알베르 카뮈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숨졌다. 47세였다. 그는 여전히 신화다. “카뮈는 소설가도 철학자도 아니다. 그는 예술가이며 신화의 창조자다.”(로제 키요의 <이방인> 50주년 기념 논문에서)

카뮈의 첫 소설 <이방인>이 출판된 것은 파리가 나치 점령 하에 있던 1942년 7월이다. 알제리의 평범한 샐러리맨 뫼르소, 어머니가 죽은 다음날 지중해에서 여자친구와 해수욕을 하고 정사를 가지는 그는 며칠 후에는 친구와 불량배들과의 싸움에 말려들어 아랍인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 “그 햇볕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여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는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며, 한 걸음 몸을 옮겨본댔자 태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 걸음, 다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던 것이다.” 재판에서 ‘태양 때문에’ 살인을 했다며 속죄를 거부한 뫼르소가 사형선고를 받고 “다만, 내가 사형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써 나를 맞아” 주기만을 바라는 것으로 <이방인>은 끝맺는다.

“이 인물을 어떻게 이해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르트르는 이렇게 물었다. 카뮈는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20세기 후반의 세계와 인생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질문, ‘부조리’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이방인>이 부조리에 대한 카뮈의 사상을 이야기로 쓴 것이라면, 그가 몇 개월 후에 출간한 <시지프의 신화>는 그 주석에 해당한다. “비록 인간의 삶이 부조리한 것이라 해도, 난 계속해서 ‘오직’ 인간이기를 원한다… ‘인간적이지 못한’ 신의 구원을 기대하지도 않을 것이며, 미래나 영원에 대해 희망이나 기대를 갖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바로 지금, 바로 여기의 삶에 충실할 것이다.” 카뮈에게 시지프의 형벌은 ‘위대한 행복’이었고,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 싸우는 ‘반항’이야말로 그가 본 인간의 운명이었다.(하종오기자)

08. 01. 04.

P.S. 유튜브에서 카뮈의 육성을 옮겨온다(http://www.youtube.com/watch?v=_d8iXGHwG-s). <이방인>의 첫 대목을 읽는 카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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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01-04 01:17   좋아요 0 | URL
그럼 바로 오늘이 카뮈의 기일이군요.
새벽이라 그런가. 갑자기 그 얘길 들으니 마음이 짠해지고 난리네요 그냥. -_-
스무살의 젊은 지성들에게 한번쯤 꼭 권해주고픈 작가에요. 카뮈는.

로쟈 2008-01-04 01:28   좋아요 0 | URL
'스무살, 내 청춘'에 가장 어울리는 작가죠.^^

겨울나기 2008-01-04 01:49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이방인의 뫼르소가 하는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 했는데..지금 보니 어렵네요.
사실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그 쿨해보이는 인상에만 심취한듯해요. 아 어렵다.

로쟈 2008-01-04 16:38   좋아요 0 | URL
뫼르소-카뮈는 문학의 제임스 딘이죠. 인상만으로도 한 포스 하는...

이네파벨 2008-01-04 09:35   좋아요 0 | URL
하핫 가운데 있는 카뮈의 저 사진...
어릴적...저 사진의 포스터(?)를 어떻게 구해서...제 방에 걸어놓았더랬죠...
(원래 전신사진 아닌가요? 저 컷은 원래 사진의 일부이고...
비오는 날..바닥에 괸 물에 그림자가 반질반질하게 비치는 광경이 멋지게 포착된..꽤 유명한 사진작가의 사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닐수도 있고요..제 기억이 거의 엉킨 스파게티 수준이라..ㅠ.ㅠ)
암튼 웬만한 영화배우는 울고갈 외모죠^^

오늘이 그의 기일이군요...
“카뮈는 소설가도 철학자도 아니다. 그는 예술가이며 신화의 창조자다."라는 인용문에 동감 한 표입니다.

저는 중학교때 나름 불문학에 심취(???) 했더랬지요...
계기는 집에있는 몇십권짜리 문학전집 속에 있는 사르트르의 <파리떼>라는 희곡...
그 책 빼고는 사르트르의 다른 책들은 거의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책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저에겐 epiphany의 체험을 준 책이라...
어린 맘에 사르트르를 마구 사랑하고..보봐르에 자신을 동일시하며..(그녀의 소설들은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유치한 감이...ㅡ,.ㅡ...하지만 그녀의 자서전 <처녀시절>은 책장이 다 떨어지도록 읽었더랬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까뮈...
까뮈의 책들은 다..........좋아했어요.
소설들도 사르트르보다 접근하기 쉬웠고...
<결혼.여름>이라는 수필집은 어찌나 아름다웠는지....(그가 철학자가 아니라 예술가라는 말에 공감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죠...그의 탐미적 문체..삶과 욕망, 쾌락에 대한 긍정...)

번역하신 김화영교수님에게까지 동경과 존경의 염을 품고...막연히..나중에 그 분의 제자가 되어 불문학을 공부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더랬죠...
(그러다가 불어를 안배우는 고등학교로 배정받아 그 꿈은 간단히 깨져버렸습니다. 어쩌다보니 중3때부터 완전 이과체질로 변신하면서...문학에 대한 관심도 식고요...)

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예전에 사랑했던 책들과 다시 만나고픈 마음이 간절한 요즘입니다..

좋은 소개 감사해요~

로쟈 2008-01-04 16:37   좋아요 0 | URL
카뮈의 팬이셨군요. 아니 까뮈!^^

마늘빵 2008-01-04 09:49   좋아요 0 | URL
오늘 그래서 네이버 오늘의 책에도 이방인이 걸려있던거군요.

로쟈 2008-01-04 16:37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람혼 2008-01-05 01:26   좋아요 0 | URL
저는 얼마 전 연말 공연에서 '랜덤으로' 관객에게 <시지프의 신화>를 선물했었는데... 아마도 그 선물을 받았던 관객도 거의 <시지프의 신화>를 처음 읽으셨던 때 즈음의 로쟈님 나이와 비슷한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로쟈 2008-01-05 09:51   좋아요 0 | URL
아주 '부조리한' 공연 광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