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고돼 있던 것이지만 '가장 쉬운 들뢰즈 입문서'(http://blog.aladin.co.kr/mramor/423844)의 저자 클레어 콜브룩의 새로운 책이 출간됐다. <들뢰즈 이해하기>(그린비, 2007). 원저는 전작인 <질 들뢰즈>(2001)에 연이어 지난 2002년에 나온 것이다. 반면에 두 입문서의 국역본은 3년 터울을 갖게 됐다. 전작을 유익하게 읽었던지라 나는 이 후속작 또한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했다(본인 선물은 아주 잘 챙기는군). 이주에 새로 나온 이병훈의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한길사, 2007)과 함께(책은 비록 성탄 다음날에나 받게 될 예졍이지만). 책을 먼저 주문하고 관련기사를 찾아서 옮겨놓는다.  

문화일보(07. 12. 21) 들뢰즈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지난해 천규석의 책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실천문학사)를 둘러싸고 ‘노마디즘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었다. 철학자 이정우의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촉발된 논쟁은 홍윤기, 김진석, 이진경 등의 철학자와 작가 김영현 등이 개입하며 확산됐지만 들뢰즈에 대한 ‘이해 차이’만 거칠게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그만큼 들뢰즈 이해가 난해하다는 것뿐 아니라 들뢰즈의 사상이 우리에게 ‘몸으로’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들뢰즈(1925~1995)의 저서 ‘차이와 반복’‘천의 고원’‘앙티 오이디푸스’등은 새로운 사유를 모색하는 지식층으로부터 가장 주목 받은 책들이었다. 특히 ‘노마디즘’같은 용어는 광고카피에 등장할 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는 ‘노마디즘 = 들뢰즈주의’라는 심각한 들뢰즈 오독이 퍼져있음을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책의 저자는 영미권에 들뢰즈 철학을 쉽게 소개해온 영국의 영문학자다. 그는 들뢰즈의 철학을 ‘차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리한다. 플라톤 이후 서양철학은 기본적으로 ‘차이’라는 것을 부차적이며 불순한 것으로 보는 ‘동일성의 철학’이었다. 헤겔에 이르러서야 ‘차이’의 우선성이 주장되며 이전의 동일성의 철학과 단절이 시작된다. 그는 존재는 그것의 타자, 즉 그것의 부정을 통해 정의되며, 따라서 ‘차이’ 없이는 존재나 동일성이 있을 수 없다고 보았다. 이후 구조주의는 헤겔의 변증법적인 ‘차이’를 더 심화시켜, 사고나 개념화 이전에 차이를 조직하는 표식들의 체계, 즉 언어 같은 ‘차이’의 구조가 먼저 있다고 주장했다.

들뢰즈는 더 근본적인 단절을 말한다. 들뢰즈는, 차이는 외적인 절대자는 물론 구조에 정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동하고 창조하는 것이며 오히려 주체나 구조는 선행하는 차이가 환원됨으로써 생겨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차이’는 엄밀히 말해 ‘차이생성’이며, 차이는 바로 차이생성이 산출해낸 효과와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옮긴이는 후기에서, ‘노마디즘 논쟁’에서 드러난 우리사회의 들뢰즈 이해는 차이, 생성, 탈주, 노마드 등을 하나의 ‘결론’ 내지 ‘강령’처럼 생각하면서 동일성의 ‘반립’으로 놓아버리거나, 아니면 마치 초월적 항(項)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차이, 생성, 탈주, 노마드 등이 성립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즉 차이는 차이이되 헤겔식의 부정적 차이나 구조주의의 개념적 차이로 봉인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엄주엽기자)

2007. 12. 22.

Жиль Делез, Феликс Гваттари Анти-Эдип. Капитализм и шизофрения L'anti-edipe: Capitalizme et schizophrenie

P.S.콜브룩을 읽는 김에 겸사겸사 들뢰즈/가타리의 <안티 오이디푸스>에도 다시 손을 대봐야겠다. 다행히 올해는 러시아어본도 출간됐기에 예전에 읽을 때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생업도 포기한다면 <차이와 반복>까지 건드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요며칠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저자는 사실 들뢰즈가 아니라 울리히 벡이다. 특히, <위험사회>(새물결, 2006 재판)가 아니라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새물결, 2000)와 <지구화의 길>(거름, 2000)에 눈길이 간다. 세기의 문턱에서는 챙겨두지 않다가 뒤늦게 발동이 걸린 셈이다(<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는 그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지구화의 길>은 품절됐고).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한길사, 2003)과 함께 새해에 '가장 먼저 읽어볼 책' 후보들이다. 하지만 이 책들은 모두 주문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위험가계'가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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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22 17:31   좋아요 0 | URL
앙띠-오이디푸스 한국어 번역본은 한자어가 꽤나 많이 등장하더군요 : (
이번 겨우내 읽어내야할 책들 중 하나인데, 마음 단단히 다잡아야겠어요- : )

로쟈 2007-12-22 17:44   좋아요 0 | URL
짐작엔 역어를 잡을 때 일역본을 많이 참조해서 그럴 겁니다. 푸코의 <말과 사물>도 그렇구요...

2007-12-22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2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람혼 2007-12-23 03:41   좋아요 0 | URL
로쟈님의 유머가 이 밤 저에게 웃음을 주네요.^^ "생업도 포기한다면", "위험가계" 등의 구절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또 혼자서 웃어버렸습니다(옆에 다른 사람이 없기에 다행입니다).

로쟈 2007-12-23 11:01   좋아요 0 | URL
썰렁한 유머에 그렇게 약하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