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를 적다가 문득 서재가 너무 조용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방문자수는 적은 편이 아니지만 다들 뒤꿈치를 들고 다니는 듯하다) 떠올린 시를 옮겨놓는다. '물위의 암스테르담'이란 제목인데, 시구절을 인용하면 '물위의 도시를 사랑했던 어느 암담한 물고기' 얘기다(나대로의 말장난에 좀 익숙한 분이라면 '암담-암스테르담'의 유운 효과가 지겨울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눈을 뜨면 간장에 물 탄 듯이 아침은 온다" 같은 구절이 마음에 든다.
![](http://www.airportdirecttravel.co.uk/live/Portals/10/Holland/Amsterdam-Bridge.gif)
물위의 암스테르담
1
태엽이 풀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눈이 감긴다 눈을
뜬다, 눈을 뜨면 간장에 물 탄 듯이 아침은 온다
2
나는 점점 더 나빠져 가는 그이들의 예절을 얘기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런 얘기나 반나절 동안 주절거리고 있는 거야
지금 제대로 듣고 있는 거야, 제대로 듣고 있냐고?
나는 한 나무의 변두리에 주저앉아 눈에 익은 그림자들을 보고 있어
나는 이때쯤 살갗에 모이는 소금들을 부끄러워하지
나는 이젠 더 참을 수 없는 그이들의 예절을 얘기하고 싶어
나는 등나무 꽃 그늘 아래로 옮겨갈 테야
눈물보다도 맑은 물위에 눈꽃들이 떨어지는 걸 보고 싶어
3
가려무나, 날아가려무나, 공손한 비둘기들이여 앉은뱅이 비둘기들이여
날개의 페달을 밟으며 긴 아치를 그리며 이 물위의 도시를 떠나가려무나
아침이면 그대 햇살 아래 예언처럼 떠오르는 도시를……
4
나는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어느 물고기의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러니까 물위의 도시를 사랑했던 어느 암담한 물고기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러니까 그런 얘기나 태엽 풀린 소리로 주절거리고 있는 거야
지금 그러니까 제대로 듣고 있는 거야, 제대로 듣고 있는 거냐고?
![](http://www.hotelsbycity.net/images/travelguides/eur/netherlands/amsterdam-big.jpg)
07.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