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오는 러시아발 기사들이 다들 좀 '사납다'(그래서 '뉴스'가 되는 거겠지만).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의 공세적 외교도 뉴스거리지만 내부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건 한 '사이코패스', 쉬운말로 한 '살인마'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다. 48건의 살인으로 기소됐다는 이 사내는 실제로는 60명을 넘게 죽였다고도 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는 자백을 들어보면 '살인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게 당연해 보인다. 관련기사를 모아둔다.  

 

 

 

 

 

 

 

 

 

한겨레(07. 10. 26) '러시아판 살인의 추억’ 범인에 ‘유죄’

48명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진 희대의 러시아 연쇄 살인범에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이번 재판 과정에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도 상세하게 드러났다. 모스크바 법원의 배심원단은 25일 92년부터 2006년까지 48건의 살인과 3건의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된 알렉산더 피추시킨(33·사진)에게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러시아는 96년부터 사형 판결·집행을 유예하고 있어, 피추시킨에겐 종신형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라고 〈모스크바타임스〉는 전했다.

재판 과정에선 모스크바 경찰당국이 피추시킨의 광란 행각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2년 2월 피추시킨은 남자 친구와 결별 위기로 지하철 근처에서 방황하던 마리아 비리체바(24)를 만났다. 피추시킨은 고급 밀수 카메라 상자들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면 절반을 떼주겠다며 비리체바를 콘크리트 하수관 근처로 끌고 갔다. 목적지에 이르자 그는 “목욕이나 하라”며 비리체바를 8m 아래의 하수관으로 밀어넣었다. 하수에 쓸려 내려가다 맨홀 근처에서 행인의 도움으로 운좋게 살아난 비리체바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관은 비리체바 자신의 잘못으로 하수관에 떨어졌다는 내용의 진술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

피추시킨의 첫 살인 과정도 밝혀졌다. 피추시킨은 18살 때 급우인 오데이추크를 으슥한 숲으로 유인해 목졸라 죽인 뒤 하수구에 버렸다. 그는 법정에서 “첫번째 살인은 첫사랑과 같아,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그의 체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마지막 피해자이자 피추시킨이 일했던 수퍼마켓의 동료 여직원인 마리나 모스칼레바(36)의 메모였다. 모스칼레바는 아들에게 남긴 메모에서 “피추시킨과 산책을 나간다”며 피추시킨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겨놓았다. 또 피해자의 코트에서 날짜와 시간이 찍힌 지하철표가 발견됐으며, 피추시킨과 걸어가는 장면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 피추시킨은 모스칼레바의 주검이 발견된 2006년 6월14일로부터 이틀 만에 붙잡혔다.(이용인 기자) 


 

 

 

 

 

 

 

 

 

 

 

 조선일보(07. 08. 15) 러시아판 살인의 추억?…60여명 죽인 '체스판 킬러'

‘가상의 체스판 64칸을 가득 채우려고 사람을 죽였다.’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이 되고 싶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나에겐 살인 없는 삶은, 당신들에겐 먹을 것 없는 삶과 같다’

러시아 연쇄살인범 알렉산더 피추시킨(Alexander Pichushkin, 사진)이 지난 13일(현지시각) 마침내 모스크바 법정에 들어섰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49명을 죽이고, 3명을 더 살해하려 한 혐의다. 그러나 이날 러시아 당국이 “당초 예상보다 10명 더 많은 62명이 살해됐을지 모른다”고 밝혀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러시아 경찰은 희생자 시신 14구만 발견했을 뿐, 구체적인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혼란 상태다.

그는 모스크바 비체프스키 공원(Bitsevsky Park)서 평범한 슈퍼마켓 종업원으로 일했던 33세 평범한 직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살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노숙자나 노인들을 꾀어 망치로 뒤통수를 내리쳤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여성이나 어린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1992년 18살 때 학교 급우를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에 들어서면서 집중적으로 사람이 죽이기 시작했다. 사건을 맡은 검사는 해외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안드레이 치카틸로’를 넘어서길 꿈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치카틸로(Andrei Chikatilo)는 ‘괴물의 심장’이라 불린 전설의 러시아 연쇄살인범이다. 지난 90년대 초반 52명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인육까지 먹어 구소련의 ‘한니발 렉터’라는 별칭도 있다.

피추시킨은 당초 언론에게 “지금까지 63명을 죽였다”고 자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가상으로 그려 놓은 가로·세로 8칸짜리 체스판에 꼼꼼히 기록했다. 64칸을 모두 채우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마지막 피해자는 지난해 6월 동료점원 마리나 모스칼요바(Marina Moskalyova,36)였다. 그는 희생자 주검 발견 이틀 만인 지난해 6월 16일에 마침내 경찰에 체포당했다. 한편, 그는 법정 최고형이 확실시되지만 사형 판결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사형이 폐지되지는 않았지만, 1996년 이래 판결·집행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07. 10. 26.


 

 

 

P.S. 피추시킨 같은 연쇄살인범의 심리가 궁금하다면 로버트 헤어의 <진단명 사이코패스>(바다출판사, 2005)나 로버트 레슬러의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바다출판사, 2004) 등의 책들을 참조해볼 수 있겠다. 특이한 소재의 역사소설이자 추리소설인 노희준의 <킬러리스트>(랜덤하우스코리아, 2006)에 대한 해설을 쓰느라고 작년 이맘땐가 뒤적거렸던 책들이다. 다시 '살인의 계절'이 돌아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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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10-2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상.. 정말 싸납네요...

로쟈 2007-10-27 00:50   좋아요 0 | URL
이런 경우는 다른 유전인자가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