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미혼 남녀들이 명절 때 어른들이나 주변으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소리가 언제 결혼하느냐는 것이다. 다들 바쁜 일이 있어서 어제 하루 간단하게 저녁식사만 같이 한 우리집의 경우에도 지난봄에 늦게 결혼한 동생 때문에 작년까지만 해도 명절 때마다 '결혼'은 빠지지 않는 화두였다(대개 당사자들은 시큰둥하거나 짜증을 내지만). 그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얼마전에 출간된 결혼 상담서 <연애와 결혼의 원칙>(황금가지, 2007)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저자인 마거릿 켄트가 한국어판 출간과 관련하여 방한하기도 했었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1571196) 조금 자세한 인터뷰 기사가 있기에 옮겨놓는다. 결혼의 장점? 이성에 대한 필요 이상의 정념적인(병리적인!) 관심에서 해방되어(전적이라고는 할 수 없더라도), 독서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그럼 단점은? 모든 결혼생활이 그런 건 아니다... 

경향신문(07. 09. 20) [현장에서 만난 여성]연애·결혼 전문가 마거릿 켄트

"누구나 이상형 남자 만날 수 있죠” 세상에 절반은 남자라는데 괜찮은 남자는 어느 골목으로 나를 피해 다니는 걸까. 또 내 마음에 드는 남자는 왜 내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한심한 남자만 데이트를 신청할까. 왜 나보다 훨씬 못생기고 성격도 나쁜 친구가 근사한 남자의 사랑을 얻는 걸까…. 10대 소녀부터 노처녀까지 모두가 끙끙거리는 고민들이다.



‘연애와 결혼의 원칙’의 작가인 마거릿 켄트(65)는 세계 각국을 돌며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 결혼에 성공하는가’를 강의해왔다. 남편 로버트 파인슈라이버와 함께 한국을 찾은 그녀는 신혼부부처럼 계속 손을 잡고 수시로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교환하는 등 애정을 과시했다. 1981년에 결혼한 데다 둘다 60대이니 덤덤해질 만도 한데 이들은 당당했다.

“스킨십을 좋아해요. 부부라면 늘 이렇게 애정을 표현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 말에 기가 죽어 “결혼 20년이 넘으니 남편과 스킨십은커녕 대화 나누기도 서먹서먹한 오촌당숙같다”고 하자 켄트는 너무나 명쾌하게 말했다. “당장 이혼하세요. 애정없이 뭐하러 억지로 결혼생활을 유지하죠? 얼마든지 당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요. 남편은 내가 워낙 열정적이어서 그런지 내 미래의 남편은 지금 스무살쯤 됐을 거라고 농담을 해요. 그만큼 내가 원하는 남자를 만날 능력이 있다고 믿는 거죠.”

책을 쓰게 된 동기 역시 남편의 권유였다. 처음엔 그저 몇 명을 보아 1년에 한두 번 강의를 하려는 계획이었지만 세금전문 변호사답게 남편은 “책을 써서 더 많은 여성들에게 알려주고 강연회 역시 미국의 몇 몇 주가 아니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자”라고 했다. ‘결혼 아니면 환불!’이란 광고 문안을 만든 것도 남편이었다. 84년 책이 출간되자마자 폭발적 호응을 얻었으며 20년이 지나 3번째 개정판을 내면서도 계속 사랑받고 있다.

마거릿 켄트는 첫번째 결혼 역시 자신의 이상형과 했다. 스페인어 교사였던 그녀에게 스페인어를 배우는 학생이던 첫 남편은 정신과 의사이자 변호사였다. 그에게 히스패닉계 환자나 고객의 통역을 해주면서 결혼과 남녀관계의 지혜를 익힌 그녀는 천천히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했다. 그러나 79년 첫 남편과 사별하고 법대를 마친 후 로버트와 재혼했다. 예일대 법대를 나온 유능한 변호사가 마흔두 살 과부의 어떤 매력에 빠졌을까.

똑똑한 남자라 해도 여자들에게 거절이나 거부를 당할까봐 두려워해요. 똑똑하고 예쁜 여자들이 정작 노처녀로 늙어가는 이유는 대부분 남자들이 그들에게 두려움을 갖기 때문이에요. 빌 클린턴이 예일대에서 힐러리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며칠 동안 계속 바라보기만 하니까 힐러리가 먼저 ‘넌 왜 날 보기만 하니? 내 이름은 힐러리야, 넌?’하고 물었을 때 자기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더래요. 힐러리처럼 만약 지금 주변의 어떤 남성에게 관심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 “안녕하세요”라고 간단하게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남자들은 완벽하게 이상적인 여성에겐 정작 숨이 막혀 말도 못 붙이고 자신을 받아들여줄 거라고 100% 확신이 서는 여자에게만 말을 건네거든요. 그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여자가 다가가는 것이 필요해요. 정말 마음에 들면 먼저 전화도 하고요.”

켄트는 또 여성의 신체부위 중 가장 섹시한 곳이 ‘귀’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원하는 남자가 나한테 사랑에 빠지기를 원한다면 남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 필수라는 것. 그저 묵묵히 듣는 것이 아니라 “와! 정말 멋있어요” “조금만 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대단하네요” 등의 추임새를 넣어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란 감동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남자’를 찾기보다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겉으론 멀쩡해도 알고보니 편협한 성격이나 병적인 우울증, 혹은 의처증이나 허풍쟁이인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켄트는 “본인에게 ‘당신의 성격을 3가지 단어로 묘사해보라’고 하고 친구나 가족들에게도 그 사람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하라”고 조언한다. 뒤에서 몰래 조사하지 말고 함께 있을 때 자연스럽게 질문하면 ‘낙천적이다’ ‘게으르다’ 등등의 성격적 특징을 듣게 된다. 자신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 전에 남편의 자녀들에게 “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 달라”고 했단다. 자신은 지적인 남자를 좋아하는데 자녀들 역시 ‘우리 아빠는 매우 똑똑하고 지혜롭다’고 해서 마음에 들었단다. 만약 주변에서 ‘거짓말을 잘 한다’ 등의 지적을 해주는 남자라면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

이상형 남자가 성격이나 인생관 등에서 내 남편감이란 확신이 들었다면 ‘그의 아내처럼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칭찬 일색의 대화는 끝내고, 칭찬 4∼5번에 비판 1∼2번을 섞는 관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무조건 칭찬만 해주면 “내 약점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멍청한 여자거나 차마 지적못하는 마음 약한 여자로 무시하거나 자신이 완벽한 남자”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날카로운 비판은 필수. 단, 남자를 비판할 때는 몰아붙이지 말고 어머니가 아들을 대하듯이 다뤄야 한단다. ‘왜 매일 약속을 안지키는 거예요’라고 히스테릭하게 신경질을 내기보다 ‘당신은 다른 건 다 좋은데 약속한 걸 자주 잊어 버리는 게 나빠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남자들에게 호감을 받는 완벽한 여성’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켄트는 강조한다. 100명을 사로잡으려고 애쓰다간 결국 한 명도 사로잡지 못한다. 공직에 출마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특별한 한 사람을 만나면 되므로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그 사람의 호감을 얻어 유지하는 노하우를 익히면 된다.

“연애와 결혼은 낭만적인 사랑만큼이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해요. 그걸 여우짓이라고 비난만 하지 말고 남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냥한 미소, 관심어린 눈빛, 단정해서 단추를 풀어보고 싶은 블라우스, 만져보고 싶은 고운 머릿결을 만드는 등 시각적 아름다움은 물론 지적인 매력도 잃지 말아야죠.”

그는 변호사답게 다양한 고객을 위한 연애와 결혼 가이드를 해준다. 평범한 여성이라도 정말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났을 때 눈길 사로잡는 법부터 그 남자가 명품인지 짝퉁인지 구별하는 법, 남성의 본성과 심리 등을 친절한 언니처럼 설명해주고 무엇보다 남자가 아닌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말라고 ‘지적 매력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둘다 세금전문 변호사로 1년에 절반이 넘는 국내외 출장도 늘 함께한다는 마거릿 켄트 부부. “하루에 여섯 번 흥분하는 남자와 여섯달에 한 번 흥분하는 여자는 절대 함께 살 수 없지 않냐”면서 “우린 대화도 풍부하지만 남편이 날 너무 사랑해서 하루도 떨어져 있을 수 없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남편을 보니 책에 대한 신뢰감이 들었다. 자신의 이상형을 콕 찍어 결혼한 후, 65세에도 저토록 남편 사랑을 받는 여성의 충고라면 받아들일 만하지 않은가.(유인경기자)

07. 09. 25.

P.S. 유튜브에 인터뷰 동영상도 떠있군(http://www.youtube.com/watch?v=lVHwXIIC3G0). 참고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동의할 만한 일이지만 미혼 남녀들이 '최악의 영화'를 꼽는다면 단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일 것이다(http://www.youtube.com/watch?v=1Z8dOX602jo). 만추가 되어서야 서로가 짝임을 확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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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7-09-25 22:41   좋아요 0 | URL
juin님의 입장은 결혼에 결코 '포획되지' 않겠다는 히스테리증자의 태도이겠습니다.^^ '모든 결혼생활이 그런 건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으니까 제가 덧붙일 내용은 없구요(저의 '행복'이란 말이 좀 낯서네요. 저는 행복에 관해서라면 '무신론자'입니다), 지젝의 관점은 아마도 주디스 버틀러와 차이점으로 귀결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저는 '급진적 페미니즘'에 대해서 과문하지만, 동등한 권리주장 정도는 공감합니다. '빠른 일상복귀'란 무슨 말씀이신지?^^;

로쟈 2007-09-25 22:46   좋아요 0 | URL
글쎄요, 어떤 '급진성'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는 게 있다면 다윈주의이고, 소위 '다윈주의 좌파'와 지젝식의 정신분석적 정치를 결합시켜서 사고해보는 게 제가 갖고 있는 일종의 '기획'입니다. 결혼이냐 비혼이냐 같은 건 별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해소'되기를 바라는 쪽입니다. 더불어, 고상한 페미니즘에 대해서 저는 상당히 냉소적입니다...

marr 2007-09-25 21:42   좋아요 0 | URL
"당장 이혼하세요. 애정없이 뭐하러 억지로 결혼생활을 유지하죠? 얼마든지 당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요."
하하. 정말 당찬 여성입니다.
마거릿 켄트 여사의 말이 하나도 틀린 데가 없지만, 이거 문화에 따라 상당히 다르죠.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팔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한국은 나이먹은 사람들이(음... 30대 후반 이후)연애하기 정말 힘든 나라잖아요. 한국 여성들은 사랑을 너무 고귀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방주의에 빠져있거든요. 이거 남성중심적인 편견이란 소리릴 들을 수도 있겠군요.

로쟈님의 소개를 읽는 순간 이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Something's Gotta Give, 2003), 제가 좋아하는 잭 니콜슨이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잭 니콜슨은 사랑이니 결혼이니 이런 생각보다 젊은 여자들과 만나 연애하는 재미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세상에! 저렇게 젊고 섹시한 여성들이 늙어서 주름투성이 잭과 연애를 하다니! 엄청 부럽군요.
이 영화에는 이제는 늙어버린 다이안 키튼이 잭의 상대역으로 나옵니다. 정말 매력적인 여성이지요.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에서 처음 봤지요.

하여튼, 이 영화에서 다이안 키튼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여성분이 잭 니콜슨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언니는 진짜 멋진 여자예요. 게다가 성공한 극작가죠. 이혼녀지만 나이가 오십 밖에 안됐는데 매일밤 독수공방. 왜냐하면 그 나이의 남자들은 다른 여성을 원하거든요. 마린같은 영계들만 찾는다구요. 50줄 넘은 남자들은 늙은 여잔는 쳐다도 안봐요. 그래서 여자들은 점점 더 일에 몰두하고, 결국 남자들은 늙은 여자들에게 흥미를 잃게되요."

이거 참... 나도 그런가??
다시 읽어보니 횡설수설이 되었군요. 용서하세요.

로쟈 2007-09-25 22:15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켄트의 결혼론의 핵심은 "아무리 못생겼어도, 당신이 미스 유니버스보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두 명 이상은 있죠. 많은 남자가 아니라 딱 한 명을 찾는 것이잖아요?"입니다. 늙은 여자들에게도 '두 명 정도'는 흥미를 가질 거라는 얘기죠(결혼은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고)...

비로그인 2007-09-25 22:07   좋아요 0 | URL
만져보고 싶은 고운 머릿결을 유지하라니 ㅎㅎㅎ
일단 그건 갖춘 셈이네요~ 재밌습니다 :)

로쟈 2007-09-26 01:48   좋아요 0 | URL
그것만 갖춘 건 아니시겠죠.^^

섬나무 2007-09-27 13:56   좋아요 0 | URL
마거릿 켄트 할머니는 똑똑한 여성이지요.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꼭 지혜로운 건 아니예요.저는 마거릿 켄트 할머니의 똑부러진 성공적인 삶이 잘 포장된 상품처럼 느껴집니다.애정 없이 왜 사냐 이런 대사 날리는 여자들 보면 그냥 주눅드는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 말입니다. 음...하여간 딱 한 명을 구하는 핵심은 연애에도 해당된다고 보면 그점은 희망적이군요. 하지만 아무래도 이 양반한테선 너무 돈 냄새가 납니다.

로쟈 2007-09-27 14:14   좋아요 0 | URL
엘리트 여성인 건 맞고, 또 켄트 여사 자신이 '지성미'를 강조하고 있지요. 돈이야 이 책 팔아서도 꽤 벌었을 듯하네요...

호민관 2007-09-27 22:51   좋아요 0 | URL
"이세상에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가 두 명정도는 있을것이다...(그들과 잘해보라?).."어제 신문에서 인터뷰기사를 보고 설득력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기서 다시 이글을 보니 정답이라고 하기에는 좀 빈약한 느낌이 드네요. 만약 그 두 명의 남자가 내 맘에 들지 않았을때는 어쩌죠. "내가 맘에 드는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고 맘에 안드는 그녀에겐 자꾸 전화가 오고~!"(공일오비'신인류의 사랑') 이게 인생일텐데요.

로쟈 2007-09-27 23:33   좋아요 0 | URL
그런 선택의 딜레마는 천 명의 남자여도 마찬가지일 거 같습니다. 정 그럴 때는 마음을 접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