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지인으로부터 다른 몇 권의 책과 함께 선물받은 책은 이번에 1차분이 나온 '고정관념 Q시리즈'의 3권이다. 덕분에 생각난 것이 지난 7월말에 2차분이 나온 '아주 특별한 상식 NN 시리즈'('The NO-NONSENSE guide')이다. 모두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상식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시리즈들이다(고등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 시리즈의 관련기사를 모아놓는다.

문화일보(07. 09. 21)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져라
Q.세계화는 현대사회의 고유현상이다.
A.아니다. 20세기초 영국의 해외투자, 1971년 금본위제의 종식 등 세계화의 기원으로 볼 만한 것이 많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세계화가 대두된 것은 그것이 동·서, 남·북 등 냉전과 냉전이 유포시킨 이분법적 세계관의 폐기로 인해 생겨난 공백을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 진영의 대립이 와해된 이후 세계화는 이분법적 사고를 대체, 하나의 단순화된 비전을 제공한다. 세계화는 변화에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사회의 이념과 일맥상통한다.
Q.세계화는 부유한 나라에만 유리하다.
A.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의 4마리 용’에 이어 중국을 비롯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새로운 호랑이들’이 영광의 30년동안 프랑스가 거둔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땀 흘린 결과 산업화를 이뤄냈고 국민들을 교육시키고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세계경제에 편입됨으로써 이득을 끌어낼 줄 알았다. 덩샤오핑(鄧小平)에게서 보듯 이런 성공에는 정치적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이제 ‘제3세계’라는 말은 거의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다양한 투자는 아시아의 위기에서 보듯 올 때만큼 빨리 빠져나가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Q.세계화는 금융시장의 독재다?
A.금융시장은 분명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독재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소주주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
이 시리즈 ‘세계화’책은 이밖에 ‘세계화는 환경을 파괴한다’ ‘세계화는 빈곤을 심화시킨다’ ‘세계화로 문화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등 세계화와 관련해 정치, 경제,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고정관념’에 대해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프랑스 ‘르 카발리에 블뢰(Le Cavalier Bleu·푸른기병)’출판사에서 130여권째 나오고 있는 스테디셀러 시리즈다. 항상 미국 중심의 세계화의 맞은편에 서있는 프랑스의 경향으로서는 이례적인 내용이다. 그 만큼 이 시리즈는 프랑스 특유의 ‘톨레랑스(Tolerance·관용)’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알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흔히 가장 나쁜 상황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두려움의 발견법’이라고 했다. ‘고정관념’은 그런 맥락에서 많이 생긴다. 특히 ‘세계화’와 관련해 그렇다. 무지와 공포로 인해 만들어진 고정관념은 오늘날 인터넷 세계에서 맹목적으로 무한 증식, 집단적 ‘선입견’을 만들어버린다.
이 책은 고정관념의 출발부터 존재 이유와 도그마같이 보이는 그 겉모습 뒤에 숨은 일단의 진실을 정면에서 묻고 간결 명확하게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너무 간단해서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가 확인할 정도다. 그러나 친절한 각주를 꼼꼼하게 달아놔 웬만한 논문 못지않게 충분한 설득력을 준다. ‘명확하지 않은 것은 프랑스적인 것이 아니다(N’est pas claire, n’est pas francais)’는 프랑스 격언이 실감난다.


일단 첫 시리즈 5권이 번역돼 나왔는데 주제 모두가 지금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현실 이해에 필요한 항목들이다. ‘종교’는 무신론과 사이비종교와 종교통합주의 등 현대사회의 생생한 움직임을 전한다. ‘이집트문명’은 역사상 최초의 유일신교가 나일강에서 싹텄으며, ‘이슬람’에선 무하마드(마호메트)가 꾸란(코란)에서 예수와 아브라함을 신의 예언자로 인정했음을 알게 된다. ‘예수’에서는 그가 신이 된 인간인지, 인간이 된 신인지,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 들어간다.(김승현기자)

한국일보(07. 07. 28) "No Nonsense" 낡은 담론은 던져버려라
여기서 낡은 상식 체계는 도전 받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전복의 논리는 명쾌하다. 깔끔한 도표, 용어 해설, 관련 매체 소개 등을 정리한 말미의 부록은 관습적 색인의 수준을 능가한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기운을 인식론적으로 길러 낸 백과전서파의 정신이 오롯이 살아 있다.
30년 역사의 영국 진보 담론지 <뉴 인터내셔널리스트>가 ‘The NO-NONSENSE guide’란 제목으로 2001년부터 짚어 오고 있는 지구촌의 현상과 쟁점들이다. 미국 중심의 논리를 타파, 인식의 새 지평을 펼쳐 보이고 있다. 현지에서는 단행본 작업이 26권을 기록하고 있으나, 번역 작업은 <아주 특별한 상식 NN(No-Nonsense)>이란 이름의 10권짜리 시리즈로 완결됐다. 지난 3월 1차분 5권이 출판된 데 이어, 이번에 다섯 권이 더해진 것.


지금 나라를 들썩이는 이슬람 문제를 예견이라도 한 듯 이번 발행분에서는 제8권을 통틀어, <이슬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라는 제목을 달아 두고 있다.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보자면 기독교(33%)를 바로 뒤에서 쫓고 있지만(22%), 한국에서 그에 대한 인식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종교에 대한 저간의 오해가 바로 잡힌다.
이슬람을 비롯해 2차분의 주제는 민주주의, 성적 다양성, 테러리즘, 세계사의 재발견 등 5개항이다. 1차분으로 나온 세계화, 세계의 빈곤, 과학, 기후 변화, 공정 무역 등의 주제를 합치면 현대를 이해하는 인식적 지도가 완성되는 셈이다. 강대국의 그늘에 가려져 온 세계의 오지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세계화 논리를 뒤집는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억압의 여성사를 종합적으로 기술, 교과서가 은폐해 온 진실을 도드라지게 한다.(6권 <세계사, 누구를 위한 기록인가?>)


2001년 9ㆍ11 이후 시대의 키워드가 돼 버린 테러리즘의 진실은 9권 <테러리즘, 폭력인가 저항인가?>의 전편을 장식한다. 21세기의 풍경을 근본 기저에서 규정하는 또 다른 진실, 성적 다양성이라는 테마는 이번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그에 대한 거부감이 아시아에서 더 강한 까닭을 비롯, 동성애자ㆍ트랜스젠더ㆍ게이ㆍ양성애자 등의 문제가 논의된다.
말미에는 한국의 동성애 인권 운동에 대한 고찰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긍정하는 힘이 가장 필요하다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동성애에 대한 각국의 제도적 대응을 상세히 나열, 우리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게 만든다.(10권 <성적 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


이 시리즈 특유의 전복적ㆍ비판적 입장은 1차분 다섯 권에서 보다 선명히 드러난다. IMF와 WTO 등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체들이 내거는 세계화의 약속은 유혹적이고 강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공허하다는 주장이 그렇다.(<자본의 세계화,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금전적 이익이나 권력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대 과학을 폭로하고(<과학, 멋진 신세계로 가는 지름길인가?>, 온난화라는 대재앙에 직면해 놓고도 선진국들은 교토 의정서를 어떻게 비껴 나갈지를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비판한다.(<기후 변화, 지구의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
책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번역을 맡은 덕에, 역문이 매끄러운 점도 큰 미덕이다. 예를 들어 <성적 다양성…>의 역자 김고연주씨는 여성학 전공자, <민주주의…>를 옮긴 서복경씨는 국회 도서관 입법 정보 연구관, <테러리즘…>을 번역한 이광수씨는 부산에 있는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 대표다. ‘깊이 읽기’, ‘용어 설명’, ‘함께 보면 좋을 책과 영화’ 등 부록으로 나오는 과외의 읽을 거리도 이들의 작업으로 추가된 것들이다. 번역은 끝을 봤지만, 영국에서는 이 책이 계속 발행되고 있다. 책의 문제 의식과 접근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뉴 인터내셔널>의 웹 사이트(www.newint.com)를 참고할 일이다.(장병욱 기자)
07. 0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