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구내서점에 갔다가 미국의 정신과 의사 어빈 얄롬의 소설 <카우치에 누워서>(시그마프레스, 2007)가 출간된 걸 보았다. 원저는 'Lying on the Couch'(1996). 나는 역자의 말을 조금 읽고서야 저자가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리더스북, 2006)의 저자와 동일인이라는 걸 알았다.

찾아보니 심리치료에 관한 책들이 여러 권 더 국내에 소개돼 있었지만 내가 과문한 건 갖고 있는 얄롬의 책이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한권 뿐이기 때문이다(이 책은 '최근에 나온 책들'에서 소개하고 막바로 구입했었다. 아직 책장에 모셔두고는 있지만).  

 

 

 

 

해서 돌아보니 얄롬의 카우치 3부작이라 할 만한 소설들이 다 소개돼 있다(그가 더 많은 소설들을 썼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그럴 만한 개연성은 충분해 보이지만). 그게 바로 <카우치에 누워서>,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쇼펜하우어, 집단심리치료>(시그마프레스, 2006) 세 권이다. 물론 니체나 쇼펜하우어 같은 저명한 철학자를 다룬 두 작품에 비해 신간은 "환자가 거짓을 고백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엮어낸 이야기"라고 하니까 양상이 약간 다르긴 하다. 그리고 원서의 출간순서로는 <카우치>가 가장 빠르며 <니체>, <쇼펜하우어>의 순서이다.

요는 한데 모아놓고 읽으면 좋겠다는 것. 사실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들을 꾸준히 출간해낸 역자나 출판사쪽의 노고도 높이 평가할 만한데, 이번에 책을 낸 시그마프레스는 얄롬의 책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시그마프레스, 2000)를 내서 좋은 평가를 얻고 용기를 낸 듯도 싶다(사명감이 보태졌는지도 모르겠고).



 

 

 

알라딘을 기준으로 할 때 실상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보다 많이 팔려나간 책들이 얄롬의 심리치료 사례와 임상에 관한 책들이고, 이 중 두 권이 시그마프레스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어서 <사랑의 처형자>는 현재 (알라딘에서) 품절상태이다. 더 많이 읽히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한데, 이 정신과의사는 왜 소설을 쓸까? 그게 제창하는 방법이 '실존적 심리치료'여서가 아닐까? 마치 '실존적 정신분석'을 주장했던 사르트르가 철학자이면서 소설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듯이, 심리치료의 '마스터' 또한 '이야기꾼'을 자임하지 않으면 안되었을 듯싶다.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 자체가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면 말이다. 

가령 이번에 나온 <카우치에 누워서>만 하더라도 소설의 얼개는 "환자를 분석하고 마음의 치료를 돕는 정신과 의사, 정신과 의사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사기를 치는 환자, 정신과 의사에게 거짓된 고백을 하고 분석케 하는 환자, 그런 거짓 고백을 통해서도 올바른 치료로 이끄는 정신과 의사, 정신과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를 파괴하는 사람들... 얽히고설킨 이야기 속에서 의사는 조금씩 성장해 가고, 환자의 고통이 치유된다"는 것이니까.

해서, 떠오르는 제안. 남들 다 떠나는 여름 휴가를 즐길 만한 여유가 없는, 그래서 마음이 좀 착잡하신 분들은 집에서 소파를 카우치 삼아, 아니면 베개로 '카우치'를 만들어놓고 드러누워 얄롬의 책들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 그의 책들을 비치 파라솔 아래서 읽는다는 건 넌센스일 듯하지만 스스로가 환자 겸 의사가 되어 '치료의 선물'을 음미해보는 건 괜찮을 듯싶다. 물론 얄롬의 치료도 공짜는 아니다...

07. 07.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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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cinema 2007-08-11 21:21   좋아요 0 | URL
게을러서인지 정신과 의사인 제게도 포착되지 않았던 얄롬의 책을 소개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이 궁금해서 바로 주문을 해야겠는데요.

Bliss 2008-04-05 09:53   좋아요 0 | URL
얄롬을 알고 읽는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줄곧 그의 책을 모두 읽어 보고 있는데요. 자신이 헌신하고 있는 분야를 그처럼 치밀하고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감탄하며 존경하고 있습니다. 로쟈님 글을 읽으니 니체...와 카우치.. 쇼펜하우어... 는 3부작 시리즈가 맞습니다. 3권 모두 추리소설 보다도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그 중 쇼펜하우어..에 대해 서평과제를 앞두고 있습니다. 로쟈 님의 코멘트를 기대해도 될까요? ^^


로쟈 2008-04-07 21:15   좋아요 0 | URL
알고는 있지만 읽지는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Bliss님의 서평이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