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문화일보 기사를 옮겨놓는다. 뉴스기사이지만 인터뷰이 당사자여서다. 신간 <로쟈의 한국문학강의>(추수밭)와 관련하여 지난주에 인터뷰를 가졌고 오늘 기사화되었다. 여러 가지 발언을 했고, 담당 기자가 그 가운데 몇 가지 취사선택했다. 제목은 "요즘 잘나가는 문학 너무 가벼워... 막장 드라마 고공 시청률과 비슷"이라고 나갔다. 좀더 중량감 있는 문학에 대한 기대(내지 요청)를 표현한 것이다. 



문화일보(21. 02. 08) "요즘 잘나가는 문학 너무 가벼워... 막장 드라마 고공 시청률과 비슷"


“막장 드라마 시청률이 높은 거와 비슷한 거 아닌가요? 요즘 잘 팔린다는 책을 보면….”


‘로쟈’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현우(사진) 서평가의 일침이다. 그는 “최근 ‘대세’라는 작가들의 소설이 ‘문학의 몫’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시대에 따라 문학의 정의나 역할이 바뀌는 거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근본적인 질문조차 없다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촌철살인의 ‘인터넷 서평꾼’으로 유명해진 후, 20년이 넘도록 전문서평가이자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지난 4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최인훈부터 김훈까지, 남성 작가들을 통해 한국소설의 성취와 한계를 짚어봤던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추수밭) 개정판을 내면서, 새롭게 여성작가 편을 출간한 터였다. “눈치 볼 게 없는 입장이라 거침없이 썼는데, 너무 비판 일색이네요. 아, 책 잘 안 팔릴 것 같아요. 하하.”
















러시아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서평가는 주로 세계문학이나 인문학 관련 책을 쓰고 강연해왔다. 필명도 ‘죄와 벌’의 주인공 로쟈(라스콜리니코프)에게 빌린 것. 그런데 한국문학이라니. 그것도 ‘쓴소리’ 가득한 책이라니. 그는 “실제 현장비평에도 관여하지 않은 처지여서 특별한 발언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면서도 “세계문학에 대한 오랜 강의 경험이 색다른 견해와 평가를 갖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책은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이면서, 나아가 ‘세계문학의 숲에서 바라본 한국문학의 과제’라는 부제를 붙일 수 있겠다.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화두고, 매해 수백 종의 작품과 수십 개의 문학상이 쏟아지지만, 문단은 세계문학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한국문학의 의의를 찾는 작업엔 소홀하다. 이 서평가는 “발자크나 도스토옙스키에 준하는 한국문학 작품은 어떤 것인지, 없다면 왜 없는지,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것인지…. 이런 고민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여성작가 10인을 중점적으로 다룬 신간에서 이 서평가는 “한국문학에서 ‘현대’는 완성됐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박경리나 신경숙처럼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작가들에 대해 “근대 이전의 세계관 내지 운명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다소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성장소설이 아닌 ‘성장거부소설’로 규정, “시대적 고민으로부터 벗어나 성장을 거부하는 한국문학의 문제성”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황정은 작가에 대해선 “아직 장편이라 부를 만한 게 없어 더 지켜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반면, 박완서에 대해서는 “문학에서 근대적인 주체를 정립하려는 시도를 보여준 작가다. 좀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그는 각 작품의 세계관과 함께 시대적 흐름을 짚어내며 문학 교과서에서도 보지 못하고, 문단에서 쉬이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여성 서사, 퀴어, 장애 등의 소재가 부상한 최근 경향에 대해선 “너무 개인적인 것, 변두리화된 것들만 건드리고 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 있다는 게 문제다”고 했다. “솔직히 좀 가벼워요. 문학이 약간의 감흥을 위한 건가요? 위협적이어야 좋은 책이라 생각해요. 밀도 높은 서술과 사회상 전체를 반영할 절대 분량을 갖춘 소설. 그러니까 좋은 장편이 많이 나와줬으면 해요.”


그는 특히, 문학이 스스로 ‘마이너화’ 되는 걸 우려했다. 영화나 음악 등에 밀려 시장이 작아졌다 해도, 문학은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 “쉽게 쓰고, 이 정도면 됐지 하는 것 같아요. 그것참 이상한 ‘자학’ 아닌가요? 도전하다 실패하더라도 ‘위대한 문학’을 꿈꿔야죠. 그래야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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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1-02-08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정은은 백의 그림자 한권 읽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아무튼 많이 공감이 됩니다. 알라딘에 로쟈님이 더 오래 계셔야 할 이유이기도 하구요..
한국 소설은 최근들어 대체 뭐가 문제일까 싶을 정도로 퇴락한것 같습니다...

로쟈 2021-02-08 23:59   좋아요 3 | URL
황정은은 개성적인 작가인데, 다만 몫이 한정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한국문학은 특이하게도 중심이 비어있다는 생각이에요..

2021-02-09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9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자나 2021-02-09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문단에는 이런 쓴소리가 참으로 귀한 거 같습니다. 어서 읽어보고 싶군요 ㅎㅎㅎ

로쟈 2021-02-09 21:03   좋아요 2 | URL
귀할 것까진 없지만 드물어진 건 사실입니다. 논쟁도 사라지고요..

2021-02-09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