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입문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따져보면 <정신현상학>(다른 번역본도 나오면 좋겠다) 외 주저들의 새 번역본도 없는 상황이다(가령 <대논리학>). 칸트의 경우 전집 번역이 경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 비추어 헤겔의 독서와 수용은 여전히 미래의 일로 여겨진다. 그래도 관련서는 꾸준히 나오고 있고 계속 챙겨두고는 있는데, 이번에 꽤 믿음직한 입문서가 나왔다. 일본의 헤겔 연구자 미타 세키스케의 <헤겔에 이르는 길>(회화나무)이다. 저자나 역자 모두 생소한데, 서문을 봐서는 매우 유익한 책이고 번역도 좋다. 헤겔 읽기의 유용한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덕분에 생각이 나서 역시 일본의 헤겔 학자 곤자 다케시의 <헤겔의 이성, 국가, 역사> 등도 다시 책상맡에 두었다(<헤겔과 그의 시대>는 찾아야 한다). 방대한 규모라서 헤겔 읽기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데, 나의 관심사는 일단 역사철학에 두어진다. <헤겔에 이르는 길>이 전반적인 개요를 제공하고 있다.
단련이 된다면, 오래 전부터 책장을 장식하고 있는 두꺼운 책들, 찰스 테일러의 <헤겔>이나 지젝의 헤겔 책들에 다시 손을 댈지도 모르겠다(지젝의 책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막혔던 기억이다.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헤겔 역사철학에 대한 관심은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문학사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불가피하다. <역사철학강의>와 함께 <역사 속의 이성>을 참고해야 하지만, 절판된 지 오래 되었다(이 역시도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문학, 특히 근대소설사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헤겔주의자 루카치의 견해에 많이 빚지고 있기 때문에 나로선 계속 헤겔을 의식하게 된다.

영어권에서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새로운 번역본들을 내고 있는데, <정신현상학>과 <논리학>(우리는 <대논리학>이라고 부르는)이 나와있길래 구했다. 아울러 <헤겔의 핵심 개념들>도(편집자는 마이클 바우. 영국의 대표 헤겔 학자 가운데 한명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헤겔 사전>의 저자 마이클 인우드가 대표 학자였다).
난공불락이라고 적었지만, 이번에는 일부 성과를 거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