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기사들을 잠시 둘러보다가 의외의 기사를 읽게 됐다. 기사의 내용이란 게 나의 '빈곤한' 상상력과 너무도 '평범한' 도덕의식을 비웃는 것이었는데 한달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졌고 그걸 아이들이 즐기고 있다는 것(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지라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인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의 감수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얼마나 '놀랄 만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은 아마 이런 뉴스에도 더이상 놀라지 않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세기'의 풍경을 '무서운, 멋진 신세계'라고 부른 한 문학평론가의 예감은 더이상 예감이 아니다. 이젠 실감이다!..

오마이뉴스(07. 05. 21) '버지니아텍 학살게임' 즐기는 아이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니지아텍 총기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버지니아텍은 평소와 다름없이 모든 학사 일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조용히 졸업식도 치러졌다. 그렇게 모두들 경건한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그렇게 끔찍한 사건이 난 지 한 달, 그 일만큼이나 등이 오싹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일이 생겼다. 그것도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으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 듣고,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서 충격은 더 컸다.

영호(가명)는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어드로이트 칼리지에서 중고등생을 위해 마련한 SAT(미국 대학 입학시험) 한국어 준비반에서 가장 어린 7학년 학생이다. 영호는 다른 날과 달리 무척 싱글거리면서 교실에 들어섰다.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묻는 필자에게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교사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로 다가왔다. 아직 수업 시작 전이고 다른 학생들이 다 오지 않은 상황이라서 영호의 행동을 그대로 바라보았다.

바쁘게 움직인 영호 손에 잡힌 마우스와 키보드에 의해서 켜진 화면에는 'V-Tech Rampage(버지니아 공대 광란)' 이라는 글자와 함께 게임을 시작하자 피가 터지는 듯한 화면으로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현해내고 있었다. 그 게임이 유투브에 버젓이 올라가 있었다. 정말 끔찍했다. 그런데 더 끔찍한 것은 그 게임을 재미있다는 듯이 하고 있는 영호의 웃는 얼굴이었다. 영호는 그 게임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옆에 있던 민수는 한 술 더 떴다.

"너무 시시하다. 이게 뭐야?"
"화면도 너무 멋이 없고, 32명만 죽이면 게임 끝이야?"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아이들은 정말 이런 게임을 만든 사람이 잘못됐고 그런 것들이 많은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어떤 또 다른 아픔을 줄지 못 느끼는 것일까? 정말 무섭기까지 했다. 게임은 범행 당시 조승희의 생각을 마치 모두 알고 있는 듯 상세히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 희생자 에밀리를 그녀의 남자 친구 칼이 기숙사에 데려다 주는 것부터, 이제 파티를 시작할 때라는 등의 말을 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전지적 작가시점에 의해서 그려지고 있다.

또한 조승희가 경찰에게 걸리지 않게 잘 피해 다니면서 첫 번째 기숙사에서의 살해를 감행한 뒤에 NBC에 보내는 비디오를 찍는 장면과 학생들이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총을 쏘아서 그 학생들을 죽이는 장면 등이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게임 요령에 보면 총을 쏘려면 'A'를 누르라고 되어 있다.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한테 있어서 'A'는 바로 총인 셈이다.

그렇게 'A'를 누르면 화면 속의 학생들이 죽으면서 자신의 점수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승리의 쾌재를 부르게 된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 했다. 이 아이가 총을 갖게 되고, 그 총을 쏨으로써 다른 사람이 죽으면서 자신의 점수가 올라간다고 착각할 수 있다.

물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현실과 게임 세계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제의 사건을 재현해 게임으로 만든다면, 특히 분별력이 없고 인터넷 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버지니아텍 사건보다 먼저 일어났던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격 사건의 경우에도 후에 게임으로 만들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몇 년 전에 친구들과 함께 스포츠클럽에 간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는 간단한 게임들을 즐기며 음식이나 음료도 함께 먹을 수 있었다. 거기서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게임은 스크린에 실제 사람 크기의 인물들이 영화처럼 나오고, 거기에 대고 총을 쏘면 그 사람들이 피를 흘리면서 죽었고, 점수가 올라갔다.

그러한 실물 크기의 화면 속의 사람에게 총을 쏘면서 실제로 그 사람을 죽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짜 총을 쥐어줘도 무서워서 쏘지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겠지만, 이렇게 게임 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은 자신이 갖고 놀던 게임을 위한 총과 실제 총의 차이를 느끼지 못 할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들일수록 사이버 세상에서 만족을 찾으려 들고, 그러한 사이버 세상과 현실 세상을 구분하지 못해서 더욱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거듭된다고 한다. 버지니아텍 총기 사건과 관련된 게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고 있는 영호의 얼굴에서 난 섬뜩함을 느꼈다. 32명을 모두 죽이고 자신까지 자살해야 마치는 이 게임에서 32명을 다 못 죽이고 경찰에게 잡혀서 게임을 끝까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는 그 아이의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임 속에서 죄 없는 학생들을 죽여야 점수가 올라가고 그래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것처럼, 세상도 다른 사람을 죽이고 이겨야 내가 살고 높은 자리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아닐까? 어른들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구은희 기자) 

07.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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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5-21 23:17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어찌... 이런걸 누가 만들어가지고.

닉네임을뭐라하지 2007-05-22 00:16   좋아요 0 | URL
와...

자꾸때리다 2007-05-22 00:32   좋아요 0 | URL
전 제목만 보고 스타크래프트 2 이야긴 줄 알았는데...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