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별로 눈에 띄는 신간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개운한 한 주였다. 손자들이 놀러와주면 고맙고 돌아가주면 더 고맙다는 우스개가 있잖은가. 읽고 싶은 책들이 나오면 반갑기 짝이 없지만 한편 괴로운 일이기도 한 것이 '애서가'들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에 뇌과학에 관한 몇 권의 책이 나온 것 말고는 나를 괴롭게 한 책들이 따로 눈에 띄지 않는다. 뇌과학 관련서로서는 <꿈꾸는 기계의 진화>(북센스, 2007)를 진작에 사두고 있고 조만간 <스피노자의 뇌>(사이언스북, 2007)도 구입을 검토해볼 생각이지만 그래도 좀 여유가 생긴다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도서출판 숲, 2007)을 장서용으로 구입하는 게 폼나지 않을까 한다. 단, 역자 천병희 선생이 욕심을 내어 또 개정판을 낸다면 좀 낭패(?)가 되겠지만. 관련기사를 읽고 신중하게 판단해봐야겠다.  

알라딘의 소개로는 "'로마의 평화'로 표상하는 인류사의 가장 절묘한 한 시대를 증언하면서 인류가 걸어야 할 길을 가리켜 보인 위대한 길잡이로 평가받는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완역본. 2004년 첫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초판이 번역의 충실함에 있어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고 평가받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번역을 위해 문장 하나하나 다듬은 옮긴이의 노고가 빛난다.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의 <아이네이스>는 로마라는 위대한 역사적 현상을 관찰하면서 아이네아스라는 한 인간의 운명을 배경으로 하여 한 국가의 세계사적 의미를 경건하게 노래하고 있다. <성경>,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와 더불어 서양정신세계의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세계일보(07. 05. 08) 디도와 아이네아스의 비극적 사랑 부활했네

서양 사람들이 자신들 문화의 뿌리로 생각하는 로마의 고전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아이네이스'(‘아이네아스의 노래’)다. 동양에서는 '삼국지'가 그만큼의 인기를 누렸을까. '아이네이스'는 이미 '일리아스'에서 몰락하는 트로이아인들을 다스릴 인물로 예언되어 있던 아이네아스가 세계를 문명화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 추종자들을 데리고 화염에 휩싸인 트로이를 떠나 정착지를 찾기까지 곳곳을 떠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네아스는 제2의 트로이를 건설하라는 신탁을 받았건만, 자신의 사명과 운명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본의 아니게 재난과 죽음을 불러온다.

디도와 아이네아스의 비극적인 사랑은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받아온 부분으로 디도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최고신은 과업을 일깨우며 디도 곁을 떠나라고 재촉한다. 그가 떠나자 디도는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그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태우려고 쌓아둔 장작더미에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모른 채 여러 곳을 방랑하고 오랫동안 탐색을 계속한다. 그렇게 방랑에 방랑이 이어지면서 가야 할 곳은 분명해지고, 사명을 향한 그의 의지도 점차 굳건해진다.

당대까지 인류가 경험한 가장 위대한 제국, 로마의 탄생을 노래하는 서사시인 만큼 '아이네이스'에는 무수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활약하고 사라진다. 그렇지만 꼼꼼히 읽어보면 시인은 신의 행위나 영웅적인 인간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건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의에 희생되어 어쩔 수 없이 부서지고 쓰러지는 인간들의 비애와 운명을 조명한다. 이것이 바로 2000년 동안 사랑과 찬탄을 받아온 베르길리우스 시 예술의 탁월함과 보편성이다.

산문으로 초안을 잡은 후 예술적 이상에 맞춰 오랫동안 그 시행들을 운문으로 조탁했다는 시성(詩聖) 베르길리우스의 유언은 11년 간 쓴 '아이네이스'를 불태워버리라는 것이었다. 완벽주의자였던 시인의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다른 사람에게 마저 다듬게 하여 지금의 형태로 남게 된 것이다.

여기 또 한 명의 완벽주의자가 있으니 번역자 천병희(단국대 명예교수) 교수가 그렇다. 천 교수는 번역의 충실함이나 감동의 깊이에서나 이미 인정받은 '아이네이스'의 개정판을 내놓았다. 천 교수는 그동안 '일리아스'의 세 번째 번역본을, '오뒷세이아'의 두 번째 번역본을 내놓았으며, 이번에 '아이네이스'의 두 번째 번역본을 내놓았다. 30년 동안 50여 종에 가까운 그리스 라틴 고전을 원전 번역했지만, 언어는 늘 바뀌기 때문에 중요 고전 번역은 한 번으로 끝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조정진 기자)

07. 05. 13.

P.S. <아이네이스>의 또다른 번역본으로는 김명복 교수가 영역본을 옮긴 <아이네이드>(문학과의식사, 1998)이다. 저자의 이름 베르길리우스도 영어식으로 '버질'이라고 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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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3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5-13 08:38   좋아요 0 | URL
이 분 정말 완벽주의자 같습니다. 대단해요. 번역했던 것을 또 번역하고 또 번역하고. 집에도 <오뒷세이아>와 <일리아스>가 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제 책꽂이를 빛내고 있을 뿐이죠.

이번주엔 저도 관심가는 책이 하나 정도 밖에 안보이더라구요. 매주 몇 권씩 보관함에 넣다가 하나도 없으니 허전합니다.

로쟈 2007-05-13 10:36   좋아요 0 | URL
**님/ 미처 '확인'을 못했네요. 덕분에 좋은 책 읽겠습니다.^^
아프락사스님/ 저도 <오뒷세이아>를 갖고 있는데 막상 읽을 시간은 잘 안 나네요.^^;

가넷 2007-05-13 16:09   좋아요 0 | URL
숲 출판사들의 책은 값도 만만치 않지만, 책 무게도 왜 그렇게 많이 나가는지... 저는 손목 쪽이 유독(?) 약한 편인데, 등교길에 읽으려고 들고 있으려면 무리가 오더군요. --;;

로쟈 2007-05-14 01:38   좋아요 0 | URL
들고 다니시면서 읽을 책은 아닌 듯한데요. 설사 손목이 유독(!) 강하시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