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이르게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다. 짧은 휴가를 가족과 함께 괌에서 보내기로 해서(나의 선택은 아니지만 나는 다수 의견에 순순히 따랐다), 그게 아침 비행기여서 어젯밤 자정 넘어 잠자리에 들면서도 새벽 4시반에 알람을 맞추었다. 5시 40분 공항행 버스를 타려고 분주한 마음으로 터미널에 도착하니 그 사이에 운행일정이 변경되어 6시 출발버스가 가장 빠른 버스편이었다(이런 경험이 몇 차례 되는군).

요 몇년간 봄가을에 문학기행을 다니다 보니 공항행이 익숙한 경험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작가도 떠올려주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괌 출신 작가?). 해변 휴양지에 수족관에, 수중체험, 거기에 랍스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괌은 그 정도다. 호캉스로 계획했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멀리 가야 하는지는 신만이 아실 것이다.

언제나처럼 아침에 가방을 챙기면서(내가 챙긴 건 등에 멜 배낭밖에 없다) 책을 몇 권 넣었다. 모두 강의와 관련된 책들이고 새로 출간된 김현 선생의 산문집 <사라짐, 맺힘>(문학과지성사)을 가볍다는 이유로 넣었다. 김연수의 <시절일기>(레제)을 넣을까도 생각했는데, 하수상한 시절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질 것 같아서(알다시피 부제가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이다) 뺐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다음에 머리에 떠올린 건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문학동네)인데(바캉스 에디션까지 나왔다!) 책을 찾지 못했다(방안 어딘가에 있는 책이란 뜻이다). 그런 가운데 눈에 띈 책이 <사라짐, 맺힘>. 그래서 이번 여행의 주제도 ‘사라짐‘으로 정했다. 사라지기 위한 여행.

인천대교를 지나는 중이다(확인도 안 하고 그런 정도의 이름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침 안개 자욱. 목적지인 공항터미널이 멀지 않았다. 지난 몇달 힘든 시간을 보냈고 또 보내는 중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게서도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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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 2019-08-0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오세요. ^^

로쟈 2019-08-02 08:58   좋아요 1 | URL
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