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두 권을 지난 두달간 강의에서 읽었다.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1976)를 오늘까지 읽었고 지난달에 먼저 읽은 건 <레트로토피아>(2016). 국내에 소개된 바우만의 책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쓰인 책과 가장 나중에 쓰인 책이다. 바우만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예상보다도 배울 점이 많았고 기대보다는 번역이 안 좋았다.
특히 <사회주의>는 내가 읽은 범위에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주제로 한 최고의 책이다. 문제는 바우만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로 쓰였다는 점. 바우만식 영어를 통상적인 영어로 번역하거나 번역문을 통상적인 한국어로 재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바우만의 깊은 통찰과 비판을 어림해서 읽으며 ‘역시 바운만!‘이라고 경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사회주의를 주제로 한 다른 책들에도 눈길을 주게 되는데 라클라우와 무페의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후마니타스)은 예전 번역으로 흥미롭게 읽었지만 재독하고 싶고, 악셀 호네트의 <사회주의 재발명>(사월의책)은 바우만의 책과 비교해서 읽어보고 싶다.
덧붙이자면, 바우만에게 큰 영향을 미친 그람시의 책들도(안 그래도 이탈리아 여행시 그의 무덤을 찾은 걸 계기로 책을 몇 권 구입해놓은 터이다) 읽어보려 한다. 이 주제의 책들을 좀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볼까 하는 욕심도 있다. 당장에 밀린 일들이 많지만 욕심은 그렇다는 얘기다. 하기야 바우만의 책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이 밀려 있는 것인지...